여행은 언제 어디든 옳다. 그걸 알면서도 여행이 망설여지는 이유는 여름은 더워서, 겨울은 추워서, 성수기는 비싸서, 비성수기는 재미없어서일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여행을 미루고 미루게 되는데, 계절을 가장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지역을 꼽으라면 단언컨대 일본 아오모리다.
무더위가 턱밑까지 차오르는 요즘,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짜릿하게 추운 겨울을 상상하며 겨울 여행을 준비해보는 건 어떨까? 물론, 랜선으로만 즐겨도 충분히 시원할 여행지. 아오모리다.
아오모리는 일본의 여러 지역 중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지역이라 우리나라에서 가는 비행기도 많지 않다. 과거에는 대한항공이 유일한 직항이었는데, 최근에는 그마저도 사라진 것 같다. 직항을 이용할 경우 비행 소요 시간은 2시간 남짓이고, 경유를 해서 갈 경우에는 최대 24시간까지 소요된다.
가까운 듯 먼 아오모리는 알고 보면 굉장한 지역이다. 일본 내 사과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곳이고(아오모리 사과의 원산지다), 때묻지 않은 자연환경에서 즐기는 하이킹, 스토브 열차 타기, 맛있는 해산물 시식과 사케 시음 등 다양한 즐거움이 있는 곳이다.
아오모리는 사실 ‘설국’으로 이름난 곳이다. 겨울엔 건물보다 높이 눈이 쌓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눈을 피해 다른 곳으로 떠나기도 하는 ‘어마어마한’ 곳이다. 눈 덮인 나무는 마치 괴물처럼 변하기도 하고, 눈 덕분에 세계적인 수준의 스키와 스노보드 코스가 마련되어 있다. 덕분에 많은 스키어들이 아오모리로 원정 스키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눈과 얼음의 도시로 꼽히는 만큼 눈을 이용한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아오모리 겨울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도와다 호수 축제’에 참여하길 권한다. 매년 2월에 개최되는데, 거대한 설상이나 가마쿠라바, 빛나는 소녀상 등을 볼 수 있다. 원 없이 눈썰매를 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매일 20시에 쏘아 올리는 불꽃놀이는 여름철보다 훨씬 색이 아름답고 운치가 있다.
◈ 여행정보
도와다호반야스미야 특설 이벤트장
주소 아오모리현 도와다시 도와다코한 야스미야
영업시간 2월 중 토, 일, 공휴일 11:00~21:00, 평일 15:00~21:00
아오모리 겨울 여행의 중요한 팁이 있다. 운전이다. 눈 덮인 도시를 여행하려면 자가용을 이용한 것보다 편리한 게 없다. 공항 인근에서 렌트를 하면 되는데, 문제는 운전법이다.
도로가 어마어마하게 미끄러운 데다 차선도 제대로 보이지 않아 자칫하면 사고 나기 십상이다. 표지판도 제대로 보이지 않아 길을 잃기도 쉬운 곳이다. 이동은 무조건 밝은 대낮에 하길 권하고, 내비게이션의 지시에 따르도록 하자. 필자도 아오모리에서 눈길을 운전하다가 죽을 뻔했던 아찔한 기억이 있다.
아오모리 겨울의 날씨는 거의 한 달 내내 영하로 내려간다. 두터운 패딩은 필수다. 눈산을 등반할 계획이라면 방수 부츠를 꼭 챙겨가길 권한다. 되도록이면 2-3개 껴입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게 준비하고, 양말도 두세 개씩 겹쳐 신는다고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 우산을 준비하라는 글들도 종종 보이기는 하지만 정작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우산이 소용없을 정도의 폭설이 내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설국’에서 맞는 눈은 또 다른 추억이 될 테니까 말이다.
더우니까 더 생각난다. 아오모리 설경을 안주 삼아 따뜻한 정종으로 몸을 녹이던 그날이 말이다. 분명한 건, 눈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아오모리는 천국일 것이다.
[대표사진=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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