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무주택자들의 집 나간 멘탈을 되찾아줄 4가지 주거 대안?

2030 무주택자들의 집 나간 멘탈을 되찾아줄 4가지 주거 대안?

코스모폴리탄 2021-06-11 08:00:00 신고


선생님 홈리스예요?
아니, 난 노숙자가 아니란다. 그저 하우스리스일 뿐이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수상작 〈노매드랜드〉의 대화 한 토막이 가슴을 콕 찔렀다. 글로벌 금융 위기로 자의 반 타의 반 길바닥에 내몰린 주인공 ‘펀’의 처지가 오늘날 국내 부동산 대책 실패로 ‘벼락거지’ 신세가 된 MZ세대와 일식처럼 포개진 탓이다. 지저분한 밴을 타고 단기직 일자리를 전전하는 ‘펀’의 삶은 캠핑카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헤아리는 도시인의 낭만적인 ‘차박’과는 거리가 멀다. 길에서 소변을 누고, 파트타임으로 불안정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일상은 집 없는 사람이 어떻게 존엄을 잃지 않고 삶의 소중함을 영위하는지 보여준다. 영화를 보는 내내 홈리스(homeless)와 하우스리스(houseless)의 차이에 대해, 노숙자가 아닌 ‘노매드’의 삶에 대해, 한국의 노매드나 다름없는 무주택자의 주거 대안에 대해 고민한 이유다. 죽어라 일해도 집 한 칸 마련할 수 없는 현실을 생각하면 ‘이생집망’을 외칠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집 없는 설움에 빠져 일평생 ‘하우스 블루’에 시달리는 건 그야말로 ‘이생망’ 아닐까? ‘펀’처럼 터프한 유목 생활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의 소중한 정신 건강을 위해, 최선이 아닌 차선의 선택을 고려해봐야 하지 않을까? 집을 포기했다고 나다운 삶까지 포기한 건 아니니까!


Solution 1


아파트가 국룰이라는 생각을 버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0억을 돌파했다. 이에 따라 서울에 거주하는 중위소득 가구가 ‘영끌’로 구매 가능한 아파트 비율 역시 6.2% 수준으로 급락했다. 이제 웬만한 서울 아파트는 영끌로도 못 산다는 얘기.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무주택자들이 ‘버는 집’이 아닌 ‘사는 집’, ‘언젠가의 멋진 그 집’이 아닌 ‘지금 이 집’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첫 집 연대기〉 저자 박찬용이 독립 후 첫 월셋집으로 서대문구의 낡은 단독주택을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처음부터 단독주택을 고려한 건 아니었어요. 비역세권의 주차 가능한 집을 찾던 중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이라는 매력적인 조건이 눈에 들어왔죠. 살아보니 단독주택이 주는 즐거움이 분명 있더라고요. 매일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고, 층간 소음이나 측간 소음에서도 자유롭고요.” 서울 시내의 오래된 한옥을 고쳐 사는 것도 MZ세대 사이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주거 대안 중 하나다. 서촌의 20평 남짓한 한옥에 살고 있는 장보현은 저서 〈지금 여기에 잘 살고 있습니다〉에서 한옥과 아파트의 가장 큰 차이로 ‘계절의 유무’를 꼽는다. 경칩에 흙을 고르고, 곡우에 늦봄 딸기로 잼을 담그는 그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진짜 부자의 삶이란 이런 게 아닐까 자문하게 된다.



Solution 2


또래끼리 동거,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
부동산 매니지먼트 솔루션 기업 DDP가 지난해 말 발간한 〈공유주거 2020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공유 주거를 택하는 핵심 소비자층은 다름 아닌 2030세대다. 셰어하우스, 코리빙, 소셜 아파트먼트 등 ‘따로 또 같이’의 삶을 지향하는 공동 주거 공간은 소유가 아닌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의 가치관을 잘 보여준다. 특히 카페, 주방, 거실, 야외 정원, 헬스장 등 다양한 공유 공간으로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한 코리빙의 경우 각자의 독립된 공간을 가지는 동시에 또래 간의 느슨한 연대를 누릴 수 있어 저렴한 가격으로 도심 생활을 즐기려는 1인 가구들의 맞춤형 주택으로 각광받고 있다. 코리빙과 웰니스를 결합한 주거 브랜드 ‘맹그로브’, 부동산 개발 전문 기업 SK D&D가 전개하는 1~2인 주거 브랜드 ‘에피소드’ 등이 대표적. 맹그로브 커뮤니티 매니저 허주혜는 “첫 독립한 20~30대가 주요 고객”이라며 “주변 시세와 비슷한 월세로 쾌적한 환경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코리빙의 최대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가격 측면에서는 원룸과 비슷하지만 카페, 라운지, 헬스장 등의 공용 공간을 이용할 수 있으니 결과적으로는 이득인 셈이에요. 맹그로브의 경우 요가, 명상, 제철 다이닝 등 다양한 입주민 전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여가 생활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혼자 사는 외로움도 적당히 달랠 수 있고요.”



Solution 3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부동산 뉴스를 보다 보면 의아할 때가 있다. 한편에서는 청년들이 집을 구하지 못해 난리라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전국 곳곳에 늘어나는 빈집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까닭이다. 일이 이렇듯 우습게 돌아가게 된 데는 주택 수요가 왕성한 청장년층이 감소하고, 1인 가구와 노인 인구가 증가한 탓이 크다. 자금이 좀 있다면 구도심의 낡은 주택 등 장기간 방치된 빈집을 리모델링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한 옵션. 때마침 서울시는 빈집 리모델링 비용 절반을 지원하고 시세 80%로 임대하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올해 3월부터 새롭게 운영하는 ‘찾아가는 상담서비스’를 이용하면 집수리전문관이 신청인 주택에 직접 방문해 간단한 공사부터 증축, 리모델링 같은 복잡한 공사까지 전반적인 집수리 방법을 안내해준다. 오래됐지만 매력적인 공간을 중개해주는 부동산도 있다. 에디터, 디자이너, 공인중개사, 건축가, 도시계획가 등 7명의 구성원이 운영하는 ‘ 초현실부동산(surrealestate.kr)’이 그것. 건축과 공간의 재발견을 지향하는 이 신개념 플랫폼은 의미와 가치를 간직한 낡은 공간을 발굴하고, 이를 필요로 하는 사용자들에게 중개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행촌동 대성맨션 아파트, 성북동 그룹가 주택 등 이들이 과거 중개한 매물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 남다른 안목에 눈이 번쩍 뜨일 것.



Solution 4


탈서울, 한번 도전해봐?
“내 꿈 중 하나는, 2년에 한 번씩 지방 도시를 바꾸어가며 사는 것이다. 이루기 어렵겠지만 그래서 계속 꿈꾼다. 지방 도시마다 특이한 스타일의 집이 꼭 있다. 전주 한옥에서, 광주의 솟을지붕 집에서, 부산의 달동네 집에서, 제주의 돌집에서 돌아가며 산다면 우리나라 전체를 집으로 여기고 살게 되는 것 아닐까?” 건축가 김진애의 저서 〈집 놀이〉를 보다가 저도 모르게 밑줄을 그었다. 2년에 한 번씩 지방 도시를 도는 삶이라니, 생각만 해도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듯했다. 굳이 도심에서 일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라면 탈서울을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 갑자기 서울을 떠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요즘 유행하는 ‘한 달 살기’로 지방살이의 장단점을 살짝 맛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근에는 도심의 청년 인구를 유입하려는 지자체의 지원도 활발한 편. 경상북도 고령에서 카페 ‘에이치테이블’을 운영하는 김유진(27세) 씨는 회사에 다니며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던 중 고령군에서 실시한 ‘도시청년 시골파견제’를 통해 지방으로 터를 옮긴 케이스다. “때마침 과일로 청 담그는 게 취미였던지라 지역 농가의 과일을 2차 가공하는 카페를 기획했는데 운 좋게 지원 대상에 선정돼 귀촌을 결심하게 됐어요. 지자체에서 받은 투자금으로 카페를 차리고 남편과 함께 가게 근처에 집을 얻었죠. 살아보니 아직까지는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집값도 도시보다 훨씬 저렴하고, 임대료가 싸니까 창업 실패에 대한 위험 부담도 그만큼 줄일 수 있고요.”



editor 강보라 photo by Getty Images art designer 김지은 digital designer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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