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IS] '+@ 13명'…연봉 제도 바꾸니 '왕조 시절' 냄새가 난다

[포커스 IS] '+@ 13명'…연봉 제도 바꾸니 '왕조 시절' 냄새가 난다

일간스포츠 2021-06-11 05:35:50 신고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가 2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렸다. 삼성이 8-7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선수들이 승리를 자축하고있다. 인천=정시종 기자 jung.sichong@joongang.co.kr /2021.06.02.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가 2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렸다. 삼성이 8-7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선수들이 승리를 자축하고있다. 인천=정시종 기자 jung.sichong@joongang.co.kr /2021.06.02.

 
연봉 제도를 바꾼 게 신의 한 수일까. 6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삼성의 얘기다.
 
삼성은 올 시즌을 앞두고 연봉 제도의 틀을 확 바꿨다. 이른바 '뉴타입 인센티브 제도'라고 불리는 신연봉제를 도입했다. 팀 고과 체계에 근거해 연봉을 산출한 뒤 선수들이 세 가지 유형(기본형, 목표형, 도전형) 중 하나를 선택해 연봉을 달리 받는 시스템이다. 기본형은 별도의 인센티브가 없는 일반 계약이지만, 목표형과 도전형은 다르다. 개인 성적에 따라 원래 받아야 하는 연봉 그 이상을 챙길 수 있다.
 
예를 들어 도전형은 기본 연봉에서 20%를 낮춘 금액에서 시작한다. 만약 2021시즌 연봉이 1억원이라면 도전형은 8000만원이 출발점이다. 성적이 미달하면 2000만원 손해이지만, 구단과 합의해 정한 기록을 넘어서면 1억2000만원 이상을 받을 수 있다. 목표형은 기본 연봉에서 10%를 낮추고, 성적의 따른 보너스를 받는다.
 
삼성 구단은 "개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선수들이 성취감을 느끼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선수들은 즉각 반응했다. 연봉 5000만원 이상이 '뉴타입 인센티브 제도' 대상자였는데 28명 중 7명이 목표형, 6명이 도전형을 선택했다. 15명은 기본형. 대상자 중 절반에 가까운 13명이 성적에 따라 연봉을 더 받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연봉 체계 변화가 선수단 분위기를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 왕조 시절(2011~2014년)에는 보상이 많았지만, 지금은 없다. 선수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데 한계가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의 경기가 13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삼성이 4-0으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투수 오승환과 포수 강민호가 승리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jung.sichong@joongang.co.kr /2021.05.13.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의 경기가 13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삼성이 4-0으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투수 오승환과 포수 강민호가 승리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jung.sichong@joongang.co.kr /2021.05.13.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KBO리그엔 '메리트'라고 불린 승리수당이 존재했다. 승리가 중요한 특정 경기에 구단이 거액의 보너스를 걸어 선수들의 전투력을 상승시키는 방법이었다. 삼성은 메리트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구단이었다. "보너스로 연봉 정도를 벌어간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2016년 3월 열린 KBO 제2차 이사회에서 '공정한 경쟁을 유도한다'는 명목으로 '승리수당이나 포스트시즌 진출 성과급, 각종 격려금 등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합의했다. 선수들로선 연봉 이외 챙길 수 있는 보너스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공교롭게도 삼성은 메리트가 사라지기 시작한 2016년부터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 암흑기를 보냈다. 
 
그런 면에서 '뉴타입 인센티브 제도'는 구단 안팎에서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허삼영 감독은 "내가 어떻게 해야 혜택이나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선수 개개인이 선택한 거다. 그렇게 되면 코칭스태프에서 굳이 어떻게 하라고 (억지로) 끌고 갈 일이 없다. 자발적으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성적에 따라 가욋돈을 챙길 수 있으니 선수들이 '알아서' 더 열심히 한다. 삼성은 제도 도입 전 KBO에 메리트 저촉 여부를 확인했고 문제없다는 해석을 받았다. 삼성 구단에 따르면 다른 구단들도 제도에 관해 문의할 정도로 확산할 움직임까지 있다.
 
삼성은 구단 내 어떤 선수가 특정 목표를 선택했는지 비밀에 부친다. 자칫 내용이 퍼질 경우 구단 운영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 감독과도 내용을 공유하지 않는다. 허삼영 감독은 "5~6년 동안 어려운 생활(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을 하면서 삼성 라이온즈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게 사실이다. 그걸 회복하고 많은 의식이 하나로 모이기 시작했다. (뉴타입 인센티브 제도는) 흩어졌던 생각을 모으는 과정이다. 앞으로 행해져야 할 프로세스나 매뉴얼 같다"고 말했다.
 
삼성은 올 시즌 순항하고 있다. LG, SSG와 선두 경쟁을 펼치면서 6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린다. '뉴타입 인센티브 제도'가 불러온 나비효과일까.
 
대구=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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