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유 얘 나 나물 따는 걸 깜빡했네 으응 저기 단편영화 하나 찍어보면 어떨까 싶어 - 윤여정의 색다른 변신 <산나물 처녀>

어유 얘 나 나물 따는 걸 깜빡했네 으응 저기 단편영화 하나 찍어보면 어떨까 싶어 - 윤여정의 색다른 변신 <산나물 처녀>

OTT뉴스 2021-05-10 10:30:15 신고

<산나물 처녀> 공식 포스터. 사진 네이버 영화


[OTT뉴스=장혜연 OTT 1기 리뷰어]

"괜찮겠어요? 언니 이제 나이도 있고..."
"얘는 그런 무슨 구닥다리 같은 소리를 하니. 원래 인생은 70부터야. 솔직히 찰스, 내 스타일도 아니야. 지가 좋다좋다 하니까 엎어져 준 거지"

2021년 윤여정 배우의 활약을 예견한 대사인 걸까?

더 큰 세계로 올라가려는 배우를 우려하던 목소리가 무색하게, 윤여정 배우는 미지의 세계에서 거대한 성공을 거두고야 말았다.

'윤스테이'에서 아욱을 다듬으며 손님 이름을 헷갈리던 윤 사장님이 아카데미 상을 받았다.

분명 친근한 그녀였는데, 갑자기 너무 먼 별세계의 '위대한 인물'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산나물 처녀>, 이 B급 영화 한 편이면 유창한 인터뷰로 세상을 사로잡은 '윤 배우님'이 다시금 '윤식당'의 귀여운 사장님으로 보인다.

영화는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과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혼합한 듯 단순한 내용이다.

짝을 찾고자 미지의 행성에서 지구에 내려온 씩씩한 노처녀 순심(윤여정)이 남자를 기다리며 나물을 뜯는 달래(정유미)를 만나, 함께 나물을 뜯으며 살아가던 중, 사냥꾼에게 쫓기는 사슴을 구해준다.

홍제천에 날개옷을 벗고 목욕하는 리차드(안재홍)와 찰스(정다원)가 있다는 정보를 얻고, 날개옷을 몰래 훔쳐 같이 살 계획을 세운다.

리차드와 찰스는 사슴의 마법으로 달래와 순심을 사랑하게 되는데 ...

<산나물 처녀> 스틸컷. 사진 네이버 영화


나이 많은 여배우지만 '억척 아줌마'는 결코 아닌 윤여정 배우만의 사랑스러움과 귀여움이 뚝뚝 떨어지는 내용이다.

씀바귀 한입에 이별의 쓴맛을 처음 느껴본 인물이라니, 윤여정 배우 자체의 매력을 극대화시키는 역할인 듯하다.

초호화 캐스팅이라면 초호화 캐스팅인데, 대충 섭외한 동네 뒷산에서 찍은 것 같은 조잡함과 '스카이모텔' 가운을 입고 바나나 우유를 마시는 선녀가 주는 유머러스함이 시청자를 실실 웃게 만든다.

진한 사투리의 내레이션, 정유미 배우가 '끼고' 나오는 쪼그리 방석과 온갖 '아무 말' 대사는 덤이다.

예를 들면 대화가 이런 식이다.

순심 : Excuse me, Can you speak English? (실례합니다, 영어 하실 줄 아세요?)
달래 : No, I don't speak English. (아니요, 영어 못합니다.)
순심 : 아~ 소오데스까. (그렇습니까?)
달래 : Yes, but I can only speak Korean. (네, 그런데 저는 한국말만 할 줄 알아요.)
순심 : 정말이세요? 어유, 다행이네요. 저도 한국말 밖에 할 줄 모르는데.
-
순심 : 조건이 있어요. 우리 데덴찌를 해요. 짝을 정하게요.

천하의 윤여정 배우님이 몸빼 바지를 입고, 모텔 가운을 대충 걸친 남정네와 데덴찌를 한다.

상상도 못 했던 장면이다. 어이없는 웃음이 터져 나온다.

큰 의미나 울림이 느껴지지 않아도, 이 영화를 보는 30분 동안은 행복해진다.

'내가 웃음으로써 행복해지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영화를 보는 가장 큰 이유 아닌가?

내 소중한 시간을 즐겁게 보냈으니, 그걸로 됐다.

'대배우' 윤여정 선생님과 친해진 것 같은 기분도 괜히 한 번 내본다.

<산나물 처녀> 중. 사진 다음 영화

리차드 : 여보, 당신 원래 이렇게 생긴 사람이오? 좀 생긴 게 좀 그렇소.
순심 : 생긴 게 뭐가요?
리차드 : 할매잖소.
순심 :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줬더니 별 소리를 다 듣겠네.

윤 배우를 향한 '사랑의 마법'이 풀리고 나서도, 윤 배우가 이런 말을 듣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렇게 재기발랄하고 사랑스러운 배우를 마법에 걸려야만 알아보는 안목이 오히려 안타깝다.

오늘은 어쩐지 거하게 한 상 가득 차려놓은 안주와 위스키보다 상큼한 비빔면으로 야식을 먹고 싶은 당신에게 가장 먼저 추천한다.

나도 모르는 새에 '윤며들어' 버린 사람, 휘황찬란한 CG보다 짧게 깔깔댈 B급 영화가 보고 싶어진 사람, 지나가버린 봄 날씨를 아까워하며 봄나물 튀김이라도 먹어볼까 하는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산나물 처녀>는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울주서밋 2017 지원작으로, <왓챠>에서 볼 수 있다.

영어 제목 <Ladies Of The Forest>보다 원제 <산나물 처녀>가 입에 더 향긋하게 달라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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