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종민 기자]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29)이 자신의 잉글랜드 무대 한 시즌 최다 득점 신기록을 세우면서 차범근(68) 전 감독과 한국 축구 역대 최고 선수 논쟁에 다시 불을 지폈다.
손흥민은 8일(이하 한국 시각) 잉글랜드 리즈의 엘런드 로드에서 열린 리즈 유나이티드와 2020-202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35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전반 25분 시즌 22호골을 터뜨렸다. 팀은 1-3으로 패했지만, 2016-2017시즌 토트넘 소속으로 넣었던 21골을 넘어서는 자신의 한 시즌 최다 득점 신기록을 세웠다. 16일 열리는 EPL 울버햄튼 원더러스전에서 또다시 기록 경신을 노린다.
정규리그만 놓고 봐도 종전 개인 최다였던 2016-2017시즌의 14골을 훌쩍 넘어선 17호 득점을 기록했다. 17골은 유럽 리그에서의 한국 선수 최다 득점 타이기도 하다.
차범근 전 감독은 지난 1985-1986시즌 레버쿠젠 유니폼을 입고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17골을 뽑은 바 있다. 손흥민은 차범근 전 감독과 기록상으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손흥민의 EPL 17골과 차범근 전 감독이 기록한 분데스리가 17득점의 순도 비교도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 일단 당대 리그의 위상은 참고할 만한 부분이다. 요즘 시대 유럽 빅리그들의 위상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따져볼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는 유럽축구연맹(UEFA) 리그 랭킹이다.
손흥민이 몸 담고 있는 EPL은 현재 UEFA 리그 랭킹에서 1위(100.140점)에 올라 있다. EPL은 UEFA 리그 랭킹에서 2011-2012시즌 이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쭉 밀렸지만, 지난달 30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가 UEFA 유로파리그 4강 1차전에서 AS로마(이탈리아)를 6-2로 대파하면서 9년 만에 1위로 올라섰다. 프리메라리가는 97.712점으로 2위에 포진해 있다.
EPL은 축구 선수들이 진출하고 싶은 리그로 손꼽힌다. 프로축구 K리그 간판 골잡이로 성장한 송민규(22ㆍ포항 스틸러스)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유럽 빅리그 가운데 가장 뛰고 싶은 리그로 주저 없이 EPL을 지목했다.
물론 1980년대에는 차범근 전 감독이 속해 있던 분데스리가를 유럽 리그 중 으뜸으로 쳤다. 전성기 시절 허벅지 둘레가 성인 남자 평균 허리 둘레인 31인치(78.74cm)에 육박했던 차범근 전 감독은 분데스리가 308경기(1978~1989년)에 나서 총 98골을 터뜨렸다. 98득점은 당시 외국인 선수 최다 골 기록이다. 1985-1986시즌 17골은 당시 분데스리가 4위에 해당한다. 단순히 수치만 놓고 보면 손흥민의 9일 오전 기준 EPL 득점 순위(3위)와 엇비슷하다.
차범근 전 감독은 11년 간 전방에서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면서도 퇴장 1회에 불과한 완성형 선수였다. 그는 30~40년 전 유럽 리그를 개척한 한국 축구의 ‘선구자’다. 반면 손흥민은 축구 기술이 발달하고 평균적인 피지컬도 좋아진 요즘 시대에도 세계적으로 기량이 통하는 최고의 축구 선수다.
손흥민과 차범근 전 감독의 선수 가치를 비교하기 어렵듯이 2021년 EPL 17골과 1986년 분데스리가 17골의 순도도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축구 팬들 사이에서 손흥민과 차범근 전 감독의 비교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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