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국가들이 인권 문제에서 중국 편을 드는 이유

아프리카 국가들이 인권 문제에서 중국 편을 드는 이유

BBC News 코리아 2021-05-07 22:31:17 신고

2019년 위구르 문제 관련 시위에 참석한 사람들
AFP
중국의 신장, 홍콩, 티베트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한 유엔의 비판에 아프리카 국가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중국 신장 북서부 지역의 무슬림 소수민족 위구르족에 대한 중국 당국의 대우를 두고 국제적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아프리카 국가들은 이 같은 목소리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일부 아프리카 외교관들은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중국의 신장 지역 정책을 칭찬했다.

최소 100만 명의 위구르인이 거대한 신장 수용소에 억류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강제노동, 강제 불임 수술, 고문, 대량학살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신장 수용소가 테러와 종교적 극단주의에 맞서 싸우기 위한 '직업 재교육 센터'라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해 왔다.

아다마 콤파오레 부르키나파소 대사는 지난 3월 '중국 주재 아프리카 대사가 바라본 신장'이라는 제목의 행사에서 "소위 신장 관련 문제를 과장하는 서방 세력이 자신들의 속셈을 위해 중국에 이유 없는 공격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행사엔 수단과 콩고공화국 측도 참석했는데, 대니얼 오와사 콩고공화국 특사는 "최근 몇 년간 신장이 여러 분야에서 일군 위대한 발전을 높이 평가한다"며 이 지역에 대한 중국의 '테러 방지 조치'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이 행사가 주요 국제사회의 우려에 대한 아프리카발 '침묵의 예'라고 지적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카린 카네자 난툴리아 아프리카 지원국장은 성명을 내고 "늘 하는 외교 방식일 수도 있지만 중국의 인권 탄압에 대해 침묵하려는 아프리카 정부의 의지는 현실적 결과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프리카인들은 자신들의 곤경에 대한 타국의 무관심을 비난하며, 인간의 고통에 대한 세계적 연대를 추구해 왔다"고 강조했다.

세대적 변화일까?

벨기에 브뤼셀의 글로벌 거버넌스 연구소 에제비오메 오토보 비상임연구원은 아프리카 지도자들과 중국이 인권, 경제적 이익, 내정 불간섭이라는 세 가지 주요 분야에서 공통의 이해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의 친중국적 입장은 인권 문제와 관련해 서방과 대립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의 홍콩보안법 관련 투표에서 아프리카 25개국이 중국을 지지했다. 그 어느 대륙에서도 이렇게 큰 집단이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반정부 인사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홍콩보안법은 홍콩 땅의 자치를 사실상 종식시킨 논란의 법이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 어떤 아프리카 국가도 중국의 신장, 홍콩, 티베트 인권 탄압 문제에 대한 서방 국가의 신랄한 비난에 서명하지 않았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국제적 우려를 무릅쓰고 중국으로부터의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팟캐스트 중국 아프리카 프로젝트(China Africa Project)의 공동 설립자 에릭 올랜더는 아프리카 정치인들에겐 중국 정부에 반대하지 않는 게 "외교 정책의 우선 순위"라고 말했다.

그는 BBC 인터뷰에서 "이 비평가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가난한 개발도상국들(중국에 많은 빚을 지고 있고 무역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는 나라들)은 중국을 화나게 해서 발생하는 즉각적 타격을 견뎌낼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2018년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 회담
Getty Images
중국은 아프리카 국가 정상들과 3년마다 회담을 개최한다

또 다른 큰 요인은 양측의 수십 년 된 관계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1970년 당시 중국이 미국의 항의 속에서 유엔에 재가입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케냐의 중국-아프리카 분석가 클리프 음보야는 "그 이후 양측 관계가 더 강화됐다"고 했다.

"지금까지 30년간 중국 외무장관의 새해 첫 방문지는 전통적으로 아프리카였습니다. 상징적일뿐 아니라 그들이 장기적 관계에 투자하고 있다는 신호고, 이는 아프리카인들에게 큰 인상을 남깁니다."

아프리카 연구조사 기관 아프로바로미터(Afrobarometer)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사실 이는 젊은 아프리카인들에겐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들은 미국과 미국의 개발 모델에 대해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그러나 기성 세대와 정부 지도자들은 다르게 느끼고 있다.

특히 지난 20년 사이 사회기반시설 구축용 자금 마련을 위해 중국에 기대기로 한 결정은 아프리카 대륙의 지형을 변화시켰다. 광대한 도로와 다리, 철도가 깔렸고 항만이 건설됐다.

인터넷 시설 역시 아프리카 대륙이 디지털 경제에서 소외되지 않게 해준 요소다.

오토보는 이 프로젝트 일부가 아프리카 46개 국가가 서명한 중국의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정책 일부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구에서 그 수준의 인프라를 제공한 게 있느냐"면서 중국의 자금 규모와 맞먹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랜더는 비록 '빚의 함정(경제 주체들이 과도한 부채에 시달려 소비나 투자를 하지 못하는 현상)' 이론은 무너졌지만 이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기 위해 체결된 거래들의 투명성 결여가 의혹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아프리카 대륙에 갚을 수 없는 수준의 빚을 내어줘 대륙을 덫으로 옭아매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의혹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말 세네갈에서 열릴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FOCAC)에선 부채 탕감과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백신 외교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중국 국기는 아프리카 대륙의 공항에서 보호장구나 백신 등 주요 기부 물품의 도착을 알리는 일반적 풍경이 됐다.

중국의 이른바 '백신 외교'는 지금까지 아프리카 13개 국에 도달했는데, 이 나라들은 중국에서 백신을 구입하거나 기부 받았다.

짐바브웨 공항에서 한 남성이 중국 국기를 들고 있다
Getty Images
짐바브웨는 중국산 백신을 쓰는 12개 국 중 하나다

이에 비해 영국이나 미국의 직접적인 지원은 국제기구 코백스를 통해 이루어졌는데, 이 프로그램도 중국이 지원하고 있다. 코백스는 지금까지 41개 아프리카 국가에 백신 1800만 회분을 지원했다.

코로나19 백신으로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현재 강대국들 사이에서 진행 중인 경쟁이다.

영국 도미닉 랍 외무장관은 지난 3월 개발도상국들에 중국과 러시아의 백신보다는 '표준 백신'을 기다리라고 촉구했다.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최근 아프리카 학생들에게 "우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여러분이 이 어려운 질문들을 던지고, 표면 아래를 파헤치고, 투명성을 요구하며, 정보에 입각한 선택을 하기를 권장한다"고 말했다.

나이로비의 교통 체증 풍경
BBC/Peter Njoroge
길이 27km, 4차선 도로인 케냐 나이로비 고속도로 역시 중국 자금이 쓰였다

서방 강대국들은 자금 지원이나 사회기반시설 건설 측면에서 중국과 경쟁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중국의 원조를 받고 있거나 과하게 친중국 성향인 국가에 대한 서구의 보복 조치는 아직 없었다. 대신 서구 나라들은 민주주의를 주장하거나 부정부패에서 자유로운 투자를 강조하는 식으로 자신들의 기조를 내세운다.

이런 이유로, 아프리카 국가가 위구르족 문제 등과 관련해 미얀마 전 지도자 아웅산 수치에게 했던 것처럼 중국 지도자를 국제사법재판소(ICJ)로 이끌고 가는 장면은 상상하기 어렵다.

2019년 감비아의 전직 법무장관 아부바카르 타마도는 미얀마의 무슬림 소수민족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 당국의 정책을 ICJ에 제소했었다.

당시 타마도는 57개 이슬람 국가로 구성된 이슬람 협력 기구의 지원을 받았다. 이중 27개국이 아프리카 국가였다.

ICJ는 미얀마에 대량학살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라고 명령했고, 이 판결에 서방 세계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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