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언러는 죽지 않는다. 다만 숨어있을 뿐이다_허언의 기술 #14

허언러는 죽지 않는다. 다만 숨어있을 뿐이다_허언의 기술 #14

엘르 2021-05-06 18:51:15 신고

ⓒGetty Images/Westend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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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둘러보면 그런 사람 하나쯤은 꼭 있다. 부풀린 경력과 능력, 그리고 그것을 곱게 기름칠해 모터처럼 뿜어내는 능수능란한 허언으로 한몫 단단히 챙기는 사람. 그러다 그 허상뿐인 실체가 드러나 한순간에 추락하는 사람. 그리고 얼마 후 다시 나타나 다시 허언을 일삼으며, 새로운 영역의 사람들을 홀려 한몫 단단히 챙기는 부활을 꿈꾸는 사람까지.
뭐 멀리 갈 것도 없이 잘 알려진 연예인 중에도 비슷한 케이스가 왕왕 있지 않나. 방송과 인터뷰, 사석에서 사실과 다른 정보로 자신을 꾸며대다 실체를 들키고서 망신을 당하고 이곳저곳에서 퇴출되며 강제 자숙하는 케이스 말이다. 그런데 이런 연예인들도 역시 적어도 1년 이내에 다시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왜? 첫째, 많은 선례들이 그래왔기에. 둘째,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믿기에. 셋째, 결정적으로 죄의식과 죄책감이 없기 때문이다.

허언에 실체가 없으면 그것 거짓말이다

허언은 팩트를 부풀려서 말하는 버릇이지 아예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반면 아무것도 ‘없는’ 것을 ‘있다’고 말하거나 팩트를 완전히 뒤바꿔서 말하는 건 구라이자 뻥이요, 거짓말이다.

명문대를 졸업한 착실한 신입 A는 자신이 어린 시절을 뉴욕에서 보냈으며 현재 거주지는 청담동이라는 사실을 줄곧 밝혀왔다. 영어실력도 좋고 귀티 나는 외모를 지녔던 지라 사람들은 그러려니 믿고 있었다(하지만 업무와 하등 상관도 없었기에 그녀의 배경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가벼운 허언으로 시작한 거짓말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그녀는 좋은 두뇌를 이용해 공금 횡령을 저질렀다. 그제서야 밝혀진 실체는 그녀가 금수저를 동경해 유년기와 배경을 거짓말로 세탁했다는 것이었다. 홀연히 사라졌나 싶었던 그녀는 얼마 후 영역을 옮겨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목격됐다. 새로운 사람들에게 허언을 일삼으며 그 누구보다 자알 살고 있었다.

매력적인 외모의 B는 대학시절부터 인기가 좋았다. 그녀는 강북의 명문 00여고를 졸업했고 집은 평창동이라고 했다. 그녀에게 마음이 있던 남자들은 언제나 그녀를 자택 앞에 데려다주었다. 그런데 귀가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남자들의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기가 무섭게 평창동 언덕길을 달려내려와 버스에 몸을 실었다. 실제 거주지인 인근 00동으로 이동하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고등학교도 00동에서 나온 동네 토박이였다. 어쨌거나 대학시절 내내 공주님 같은 이미지를 고수하며 부지런한 이중생활을 했던 그녀는 바람대로 돈 많은 남자와 결혼했다……고 생각 한 것도 잠시. 남편 또한 허언으로 점철된 개털이었고(끼리끼리는 사이언스라더니…), 두 부부는 거짓말에 죽이 잘 맞았는지 허언을 일삼으며 재산을 차근차근 불려나갔다. 이들 역시 범죄의 발각으로 잠시 휴지기가 있었으나, 결론적으로 자알 살고 있다고 한다.

소시오패스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도대체 들통날 거짓말을 왜 하는 거지?’라고 묻는다면 그들은 우리에게 되물어올 것이다. “이득이 되는데 거짓말을 왜 안 해?” 통계적으로 100명 중 4명은 소시오패스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25명 중 1명은 죄책감도 없고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이 문제가 되었을 경우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억울하다’고 생각할 거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손가락질 깨나 받던 그들이 다시 나타나는 건 그 때문이다.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전혀 생각을 못 하기, 아니 생각이 아예 ‘안’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지 못할 테지만, 실은 사회에서 교육받은 대로 규범을 지키며 착실히 살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피해자다. 부디 사람은 되기 힘들어도, 괴물은 되지 말기를.

* 바야흐로 관종의 시대, 성공한 관종들에게서 공통점을 찾았다. 그건 바로 '허언'!? 나대고 설치는 행동이 성공의 무기이자 기술이 된 이 시대를 노련하게 헤쳐나갈 노하우를 전하는 '허언의 기술'은 매주 목요일에 업데이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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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SOPH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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