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심판의 눈과 타자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김광현이 시즌 2승 달성은 실패했지만, 한층 성숙한 투구를 보여줬다. 게티이미지

 
김광현(33)이 정교한 제구력과 노련한 경기 운영을 앞세워 소속팀 세인트루이스의 6연승을 이끌었다. 

 
김광현은 6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MLB) 뉴욕 메츠와의 홈 더블헤더(DH) 1차전에 선발 등판, 4이닝 동안 2피안타·3볼넷·1실점을 기록했다. 총 투구 수는 66개. 4회 말 세인트루이스의 득점 기회(1사 1·2루)에서 대타 맷 카펜터와 교체되며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호투했지만 시즌 2승을 다음 등판으로 미뤄야 했다. 평균자책점은 종전 3.29에서 3.06으로 낮췄다.
 
루이스 로하스 메츠 감독은 '좌완' 김광현을 맞이해 우타자 7명(스위치 타자 포함)을 선발 라인업에 배치했다. 그러나 김광현은 바깥쪽(이하 우타자 기준) 승부로 상대 노림수를 간파했다. 
 
일단 심판의 성향을 잘 파악했다. 브레넌 밀러 구심의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은 매우 넓은 편이었다. 밀러 구심은 1회 초 김광현이 1번 타자 프란시스코 린도어에게 던진 3구 커브가 스트라이크존에서 공 1개 정도 바깥쪽으로 벗어났는데도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렸다. 2회 선두 타자 제임스 맥캔에게도 비슷한 코스에 들어온 공(커브)에 스트라이크 콜을 했다. 맥캔이 볼 판정에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메츠 타자들은 구심의 존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김광현은 심판의 존을 활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바깥쪽을 공략했다. 1회 초 1사 1·2루 실점 위기에서 상대한 케빈 필라에게는  볼카운트 1볼-1스트라이크에서 바깥쪽 보더라인에 걸친 체인지업을 구사해 빗맞은 내야 뜬공(2루)을 유도했다. 2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상대한 알버트 알모라 주니어에게는 바깥쪽에 포심 패스트볼을 던져 유리한 볼카운트(2스트라이크)를 만든 뒤 몸쪽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2루 땅볼을 유도했다. 3회 두 번째 상대한 린도어와 알론소도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빗맞은 내야 땅볼을 유도했다. 
 
김광현은 세인트루이스가 2-0으로 앞선 4회 초 1점을 내줬다. 볼넷 2개와 안타 1개를 내주며 무사 만루에 놓였고, 맥캔에게 좌측 땅볼 타점을 허용했다. 그러나 이어진 2사 1·2루 위기에서 상대한 알모라 주니어와의 승부에서 다시 바깥쪽을 공략했다. 볼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서 시속 111㎞ 커브를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다.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이 아무리 넓어도 공략할 수 있는 제구력을 갖추지 못하면 소용없다. 김광현은 심판과 타자의 눈을 모두 현혹할 수 있는 로케이션에 빠른 공과 변화구를 구사했다. 
 
다양한 볼 배합도 돋보였다. 김광현은 이전 3차례 등판에서 7.6%에 불과했던 커브 구사율을 19.7%(13개)까지 끌어올렸다. 5타자와의 승부에서 초구에 커브를 구사했다. 구사율이 8.4%에 불과한 체인지업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범타 4개(땅볼 3개·뜬공 3개)를 얻어냈다.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예상한 메츠 타자들의 허를 찔렀다. 
 
세인트루이스는 7이닝 경기 진행된 DH 1차전에서 4-1로 승리하며 6연승을 거뒀다. 김광현이 등판한 올 시즌 4경기 모두 이겼다. 김광현은 경기 뒤 "더블헤더(7이닝 경기)였다. 소화 이닝이 적더라도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점을 최소화하려고 했는데 위기에서 점수를 적게 줘서 만족한다"라고 전했다. 
 
안희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