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이의 DIY유통]남대문 호떡집만도 못한 샤넬의 서비스

[김다이의 DIY유통]남대문 호떡집만도 못한 샤넬의 서비스

뉴스웨이 2021-05-06 17:59:54 신고

“1000만 원짜리 가방 사러 왔는데 1000원짜리 남대문 호떡집보다 못한 대우를 받네요”

서울 남대문시장에 위치한 호떡집에는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잡채호떡을 파는 유명 호떡집 앞에는 오픈 전부터 고객들이 줄을 서 있다. 수십명의 고객들은 노릇한 호떡을 기다리며 한참을 기다린다. 호떡집 사장님은 1000원짜리 호떡을 팔면서도 줄 선 고객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잘 구운 호떡을 제공한다. 추운 겨울에는 어묵 국물을 주기도 하며 흘리지 말라고 휴지를 챙겨주기도 한다. 고객들은 호떡집에 지불하는 1000원 이상의 가치를 누릴 수 있다는 생각에 아무도 불만을 터트리지 않고 줄을 선다.

남대문시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롯데백화점 본점과 신세계백화점 본점이 있다. 이른 아침 백화점 앞은 시장통을 방불케 한다. 간이의자를 깔고 담요를 덮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앉아있는데, 이들은 1000만 원 짜리 명품백을 사러 온 고객이다. 그들은 원하는 가방을 사기 위해 새벽부터 매장 앞에 자리를 깔고 줄을 서는 ‘오픈런’도 마다하지 않는다.

샤넬 가방은 여성들의 ‘워너비백’으로 불리며, 구하기 힘든 인기 품목의 경우 웃돈을 얹어서 중고시장에서 거래되기도 한다. 샤넬 고유의 클래식한 디자인과 로고는 유행을 크게 타지 않아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 샤넬은 온라인판매를 하지 않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에 가야만 가방을 살 수 있다. 3대 명품으로 꼽히는 에르메스와 루이비통이 온라인몰에서 예약판매 서비스를 시행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오프라인 매장 앞에 줄을 서게 하는 것도 샤넬의 마케팅 수단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가방 하나 때문에 새벽부터 줄을 선다는 것은 그만큼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해 고객들의 소장욕구를 자극한다.

클래식백 등 인기 제품의 경우 새벽부터 줄을 서도 재고가 없어서 못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기자는 샤넬 매장 앞에서 오픈런을 체험해봤다. 오픈 전 샤넬 매장 앞에는 대구나 부산 등에서 원하는 샤넬백을 사기 위해 서울로 원정 온 고객들까지 볼 수 있었다. 고객들은 비싼 값을 지불하고 명품을 구매하고 있지만,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불만이 많다.

명품 커뮤니티에서 한 고객은 “몇백에서 몇천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을 사기 위해 새벽부터 줄서고 업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며 “명품 브랜드나 백화점에서 팔면 그만이라는 생각만 하지 말고 대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돈을 쓰면서도 거지 취급 당하는 것 같아서 불쾌하다”고 말했다.

평일과 주말을 막론하고 샤넬 매장 앞에서는 오픈런 현상을 볼 수 있지만,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지는 날에는 2~3배 더 많은 고객이 몰린다. 자주 오르는 가격 때문에 “강남 부동산과 샤넬백은 오늘이 제일 싸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가만히 있어도 잘팔리는 샤넬은 줄 서는 고객들을 위한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샤넬은 한국에서 9300억 원의 매출을 냈다. 코로나 19로 샤넬코리아 면세사업부 매출이 81% 감소했지만, 국내사업부 매출은 26% 늘었다. 샤넬 전 세계 매출 10조 원 중 10%가 국내 10개가 안 되는 매장에서 나왔다.

명품은 이미지를 먹고 산다. 명품으로써의 품위를 유지하려면 고객들에게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이치다. 명품의 사전적 의미는 ‘뛰어난 물건이나 작품’으로 구입하는 사람들도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해 비싼 값을 치르고 구입한다. 시장의 1000원짜리 호떡집도 줄을 선 고객들에게 나름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지금처럼 호떡집보다 못한 대우가 지속된다면 언젠가 고객들에게 외면당할 것이다.

지난해 루이비통이 샤넬을 제치고 명품 브랜드 중 매출 1위를 기록한 것처럼 샤넬로 향하던 고객이 다른 브랜드로 눈을 돌릴 수 있다. 한국 고객들은 ‘호구’가 아니다. 매장 안에 들어와야만만 고객이 아니라 매장 밖에 줄을 선 사람들도 고객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다이 기자 da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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