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번째 야수 등판…롯데 ‘누구를 위해 공을 던지나’ [MK시선]

벌써 3번째 야수 등판…롯데 ‘누구를 위해 공을 던지나’ [MK시선]

MK스포츠 2021-05-02 06:05:02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롯데 자이언츠 김민수(23)가 성공적인 투수 데뷔전을 치렀다. 1이닝 동안 삼진을 1개 곁들이며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런데 뭔가 어색하다. 김민수는 내야수다.

롯데 마운드에 또 다시 야수가 등판했다. 야수의 투수 변신.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27)처럼 투타겸업을 하는 것도 아니다. 롯데 마운드에 야수가 올라갔다는 건 큰 점수 차 패배를 앞두고 있다는 의미다.

2021시즌 개막을 앞두고 야수들의 투수 변신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롯데는 그 중심에 있다. 5월 첫째날. 홈인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서 롯데는 시즌 세 번째 야수 등판을 감행했다.

이날 롯데는 한화에 3-11로 대패했다. 선발 이승헌이 무너진 게 컸다. 이승헌은 3이닝 8피안타 3볼넷 6실점(5자책점)에 그쳤다. 이어 서준원이 올랐다. 3⅓이닝 동안 2실점했고, 7회 이날 1군에 콜업된 박재민이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박재민은 긴장한 듯 두 타자 연속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고, 곧바로 오현택과 바뀌었다. 오현택은 만루에서 하주석에 그랜드슬램을 얻어맞았다. 2-11이 되는 장면이었다.

그러자 8회초 3루수로 출전했던 김민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9회초에는 유격수 배성근이 투수로 나섰다. 사실상 패배를 인정한 백기 선언이었다.

지난달 17일 롯데는 사직 삼성전에서 프로야구 최초로 야수 3명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이날 등판한 배성근은 그때도 투수로 나섰다. 당시 0-12로 뒤진 7회부터 추재현-배성근-오윤석이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달 22일 사직 두산전에서는 포수 강태율이 1-12로 패색이 짙던 9회 마운드에 올라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았다.

모두 10점 차 이상으로 뒤진 상황이다. 다만 갑론을박이 있긴 하다. 올 시즌 가장 먼저 야수 등판을 들고 나온 팀은 이날 롯데가 상대한 한화였다.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메이저리그처럼 일찌감치 기운 경기에 투수력을 낭비하지 않은 선에서 야수를 투수로 활용했다.

허문회 감독도 이를 유심히 지켜보다가 실천하기 시작했다. 다만 한화와 다른 점은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기고 야수를 등판시킨 것, 그리고 벌써 세 차례라는 점이다.

강태율의 등판은 당시 앞에서 던졌던 오현택의 한계 투구수를 지켜주기 위한 결정이었다. 굳이 투수 한명을 더 올려 경기를 마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벤치 판단이었다.

야수를 패전처리 투수로 활용하는 건 투수력 낭비를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패배를 일찌감치 인정하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자는 건데, 롯데는 야수 3명을 등판시킨 다음날인 18일 사직 삼성전에서도 0-7로 완패했다. 투수력을 아낀 보람(?)도 없었다. 물론 강태율이 등판한 다음날인 23일 수원 kt전에서는 승리했다. 강태율은 타석에서 홈런을 때리며 프로 원년인 1982년 김성한(당시 해태) 이후 39년 만에 이전 경기 투수, 다음경기 타자 홈런이라는 진기록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날 한화전 야수 등판에는 싸늘한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벌써 한달도 못돼 야수가 또 마운드에 오르기도 했고, 투수력을 아낀다는 취지는 좋지만, 정작 아낀 투수력이 제대로 발휘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패전처리로 등판하는 야수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부상 우려도 있고, 야수들의 자존감 문제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타자·야수가 아닌 패전처리라는 자괴감이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투수들이 일찌감치 무너진 경기에 야수가 뒤처리를 하는 장면이 반복될수록, 팀 내 불협화음 분위기만 팽배해질 수 있다. 투수와 야수가 서로를 신뢰하기 힘들게 된다.

이미 경기 운영이 미숙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허문회 감독의 지도력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휘봉을 잡은 지난 시즌에도 ‘8월에 치고 올라간다’며 선수단 체력을 비축하는 전략으로 접근했지만, 결과적으로 가을야구 진출에는 실패했다.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한다고 해서 선수 기용의 폭을 넓힌 것도 아니었다.

이는 올 시즌도 마찬가지다. 벌써 백업포수 지시완 기용 논란이 나왔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허문회 감독의 운영이 너무 경직돼있다는 얘기들이 팀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야수 등판도 같은 맥락에서 접근할 수 있다. 롯데가 일찌감치 수건을 던지는 경기가 많다는 얘기도 나온다. 경기를 쉽게 포기하는 인상을 줄수록 강팀으로 가는 길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잘 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포츠의 기본은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패배를 인정하고, 등을 보이는 게 중요하기도 하지만, 남발한다는 건 이미 그 팀 성적은 하위권이라는 얘기다.

이날 3번째 야수 등판을 바라보는 투수들은 무슨 생각일까. 쉬고 다음 경기에 전력을 다하자는 마음일까. 야수들은 어떤 생각일까. 어느 자리에서건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패전처리로 마운드에 오른다면, 야구선수로 자존감에 상처를 받지 않을까.

대체 롯데 마운드에 서는 선수들, 투수는 물론 야수들은 누구를 위해 공을 던지는 것일까.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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