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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가 사실상 마지막 승부처에 들어섰습니다. 김민석·정청래 후보가 불과 1.48%포인트 차이로 맞붙고 있는 가운데 11일부터 호남 권리당원 투표가 시작됐습니다.
결국 승부는 호남과 수도권에서 갈릴 가능성이 큽니다. 호남은 민주당의 정치적 심장이라는 상징성에 더해 권리당원 비중도 상당해(33%) 여기서의 우위가 마지막 서울·경기 표심까지 흔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호남 경선에서부터 더 주목해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후보들의 정책 경쟁 뒤에서 벌어지는 조직 대결 파열음입니다. 당 일각에서는 경선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민주당 의원과 지역위원장, 대의원 등 당내 조직의 움직임이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김민석 후보를 지지하는 의원들과 친명계 지역 인사들의 움직임에 대해 친청계에서는 사실상 조직적인 ‘정청래 낙선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양측 최고위원들까지 정면충돌하고 있습니다.
강득구 최고위원은 김관영 전 전북도지사 제명 과정과 관련해 일부 최고위원들이 당사자 소명을 들은 뒤 결정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정청래 전 대표를 중심으로 의결을 강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친청계 박규환 최고위원은 “완전히 거짓말”이라며 당시 결정은 만장일치였다고 맞받았습니다. 호남 투표를 앞두고 과거 지도부 의사결정까지 소환되면서 양측의 감정싸움도 격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개혁을 책임지려면 걸맞은 일꾼을 뽑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밝힌 것도 사실상 정 후보 지지로 해석되며 논란이 됐습니다. 이에 박지원 의원은 “광역단체장이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제동을 걸었습니다.
도지사는 자기 지역 당원들에게 공천과 인사, 예산에서 영향력을 갖는 자리입니다.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이 특정 후보를 밀면 당원의 자유로운 선택이 아니라 위에서 내려오는 신호가 된다는 우려입니다. 이렇게 후보 간 대결은 당내 유력 인사들의 대리전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조직선거’ 논란입니다. 정 후보 측은 광주 북을 지역위원회 사무실에서 김 후보 지지를 위한 이른바 ‘전화방’이 운영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당 선관위와 경찰 고발 방침을 밝혔습니다. 전진숙 의원 측은 자원봉사자들이 개인 휴대전화로 지지를 호소했을 뿐이라며 “악의적 음해”라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금품 제공 의혹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실관계는 당 선관위와 수사기관의 판단을 지켜봐야 합니다. 하지만 이 논란 자체가 이번 경선이 단순한 후보 개인의 경쟁을 넘어 의원·지역위원장·대의원 등 당내 조직 전체가 움직이는 전면전으로 비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친청계 일각에서는 친명계 의원들의 집단적인 조직 선거 움직임을 두고 ‘친위 쿠데타’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쓰고 있습니다. 현직 또는 전직 지도부를 둘러싼 의원들의 조직적 개입이 당원들의 선택을 왜곡하려는 시도라는 주장입니다. 반대로 김 후보 측에서는 정 후보를 중심으로 형성된 강성 당원층이 경선을 좌지우지하려 한다는 문제의식이 존재합니다.
이 대목은 전당대회 이후 민주당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이번 전당대회는 1인1표제가 전면 적용되면서 과거보다 당원 개개인의 선택이 중요해진 선거입니다. 그런데 막상 경선이 박빙으로 흘러가자 의원과 지역위원장, 당내 유력 인사들이 특정 후보를 중심으로 결집하면서 역설적으로 ‘조직선거’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당원주권을 강화하기 위해 제도를 바꿨는데 역설적으로 다시 조직과 계파가 당원 표심을 둘러싸고 충돌하는 장면이 벌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8월 17일 이후입니다. 김 후보가 승리하든 정 후보가 승리하든 지금처럼 양측이 상대를 ‘당을 망칠 세력’이자 ‘상종 못할 세력’으로 거세게 공격하기 때문에 경선이 끝나면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옵니다. 벌써부터 김민석 후보가 당선될 경우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일종의 ‘주술’도 상대 진영에서 공공연히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의원과 지역위원장들이 대거 특정 후보 진영에 가담하고 상대 진영에서 이를 ‘친위 쿠데타’ 또는 ‘조직적 낙선 운동’으로 규정하기 시작하면 패배한 쪽의 승복과 화학적 결합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친명계와 친청계의 극단적 감정 대립으로 양측 간의 화학적 결합은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비관적 해석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집권여당이 분당까지는 가지 않겠지만 이재명 대통령 남은 임기 동안 지속적인 갈등과 불안 요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2028년 총선을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양측 갈등의 해소와 화합은 더욱 요원해 보입니다.
이 지점에서 떠오르는 것이 국민의힘(한나라당 새누리당의 후신)의 친이·친박 내전 잔혹사입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시작된 친이·친박 갈등은 경선이 끝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뒤 친박계에 대한 공천 배제로 이어졌고 정권이 박근혜 쪽으로 넘어간 뒤에는 다시 비박계를 겨냥한 공천 보복이 벌어졌습니다. 경선에서 생긴 불신이 공천으로 이어지고 공천에서 입은 상처가 다시 보복의 명분이 되면서 한 정당 안의 감정 대립은 결국 상대 계파를 제거하려는 살육전으로 비화됐습니다.
그 결과 친이도 친박도 승자가 되지 못했습니다. 서로 상대의 정치적 기반과 차기 주자들을 고사시키는 사이 보수정당은 점차 국민들로부터 멀어져갔고 무엇보다 내부의 건강한 경쟁 구조와 자정 능력까지 함께 무너졌습니다.
당의 인재와 대권주자를 키워내는 생태계가 황폐해졌고 결국 보수정당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뿌리가 전혀 다른 외부 인사 윤석열에게 당의 운명을 맡겨야 했습니다. 계파전쟁에서 상대를 죽이면 자신의 세력이 강해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이 서 있는 정당 전체가 흔들린다는 사실을 친이·친박의 역사가 보여줍니다.
지금 민주당이 경계해야 할 것도 바로 이 지점입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누가 승리하든 상대 진영을 ‘당을 망칠 세력’으로 규정하고 의원과 지역위원장, 대의원까지 편을 갈라 싸운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습니다.
지금 벌써 ‘친위 쿠데타’, ‘조직적 낙선운동’이라는 말까지 등장한 상황에서 승자가 2028년 총선 공천권까지 쥐게 된다면 패배한 쪽에서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입은 상처를 그대로 되갚으려 한다는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번 전대는 8월 17일 끝나는 선거가 아니라 계파 멸망전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호남은 이번 전당대회의 최대 승부처입니다. 하지만 호남에서 김민석과 정청래 가운데 누가 앞서느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전당대회 이후 민주당이 지금의 적대적 감정을 얼마나 빨리 해소시키느냐 하는 것입니다.
친이와 친박도 처음부터 서로를 궤멸시키겠다고 싸움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경선의 상처가 보복을 낳고 그 보복이 다시 다음 전쟁의 명분이 되면서 결국 함께 몰락했습니다. 그들이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는 동안 무너진 것은 자신들을 떠받치던 정당의 기둥뿌리였습니다. 8월 17일 이후 민주당이 새겨야 할 것은 승패가 아니라 바로 보수정당 잔혹사의 결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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