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생제르맹(PSG)이 일본 국가대표 골키퍼 스즈키 자이온 영입에 합의하면서 유럽 축구계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강인이 PSG를 떠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이적한 직후 나온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아시아 시장을 둘러싼 PSG의 전략에도 관심이 쏠린다.
스즈키 자이온 골키퍼 / 스즈키 자이온 인스타그램
유럽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치오 로마노는 11일(한국 시각) 자신의 SNS를 통해 "PSG가 파르마와 스즈키 자이온 영입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적이 사실상 확정됐을 때 사용하는 "HERE WE GO"까지 덧붙였다. 이적료 규모는 옵션 등을 포함해 약 3500만 유로로 알려졌다.
스즈키는 2002년생으로 일본이 오래전부터 차세대 국가대표 골키퍼로 주목해온 선수다. 우라와 레즈 유소년팀에서 성장해 프로 무대에 데뷔했고, 2023년 벨기에 신트트라위던으로 건너가 유럽 무대에 진출했다. 이후 파르마로 이적하면서 이탈리아 세리에A까지 경험했다.
파르마에서는 어린 나이에도 주전 골키퍼로 자리 잡았다. 2024-2025시즌 공식전 37경기에 출전했고, 다음 시즌에도 꾸준히 경기에 나서며 유럽 정상급 무대에서 경험을 쌓았다. 큰 키를 활용한 공중볼 처리와 반사 신경, 일대일 상황에서의 선방 능력 등이 강점으로 평가받았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일본의 주전 골키퍼로 활약했다. 일본이 치른 4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하면서 세계적인 공격수들을 직접 상대했고, 특히 브라질과의 32강전에서도 여러 차례 선방을 보여줬다. 일본은 경기 막판 실점하며 탈락했지만 스즈키의 활약은 유럽 빅클럽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일본 국가대표 골키퍼 스즈키 자이온 / 파브리지오 로마노 SNS
PSG가 스즈키를 단순한 백업 골키퍼가 아닌 미래를 위한 자원으로 보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프랑스 매체 RMC 스포츠는 스즈키가 어린 나이와 월드컵 활약을 바탕으로 높은 성장 가능성을 갖춘 선수라고 평가하면서, PSG가 스포츠적인 가치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고려했다고 전했다.
이강인의 이적과 시점이 겹친 것도 의미가 크다. PSG는 지난 2023년 이강인을 영입한 이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구단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이강인은 PSG에서 3시즌 동안 공식전 124경기에 출전해 16골 16도움을 기록했고, 프랑스 리그와 쿠프 드 프랑스, 트로페 데 샹피옹, UEFA 챔피언스리그 등 여러 우승 트로피를 경험했다. PSG 역시 공식 발표를 통해 이강인의 활약과 아시아 선수로서의 상징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강인은 올여름 PSG를 떠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완전 이적했다. PSG는 이강인의 이적에 합의했으며, 이적료는 보너스를 포함해 4000만 유로를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 직후 PSG가 일본의 차세대 골키퍼 스즈키를 3500만 유로 규모로 영입하면서 "이강인의 빈자리를 일본 선수가 채우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다만 두 이적이 직접적으로 연결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강인의 이적료를 스즈키 영입에 사용했다는 공식적인 근거는 없으며, PSG가 스즈키를 영입한 핵심 이유는 장기적인 선수단 구성과 성장 가능성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장 PSG에서 스즈키가 주전으로 뛰는 그림도 쉽지 않다. 현재 PSG에는 마트베이 사포노프와 뤼카 슈발리에 등 경쟁력 있는 골키퍼들이 있다. 때문에 현지 보도에서는 스즈키를 영입한 뒤 다른 팀으로 임대해 충분한 출전 시간을 확보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유벤투스가 유력한 임대 후보 가운데 하나로 언급된다.
흥미로운 것은 유벤투스가 스즈키 영입 경쟁에 직접 뛰어들었던 구단이라는 점이다. PSG가 장기 계약으로 스즈키의 소유권을 확보한 뒤 유벤투스로 임대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스즈키는 PSG 소속으로 이탈리아 명문에서 경험을 쌓는 독특한 경로를 밟게 된다.
일본 국가대표 골키퍼 스즈키 자이온 / 스즈키 자이온 인스타그램
이번 영입은 일본 축구에도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일본은 이미 미토마 가오루, 구보 다케후사 등을 비롯해 유럽 주요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다수 배출하고 있다. 여기에 스즈키가 PSG라는 유럽 최고 수준의 구단과 계약한다면 일본 골키퍼의 유럽 진출 역사에서도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스즈키는 아직 20대 초반이다. PSG가 약 3500만 유로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하면서도 당장 출전시키기보다 임대를 고려하는 것은 현재의 실력만큼이나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강인이 PSG에서 아시아 시장의 존재감을 키웠다면, 이제는 스즈키가 그 뒤를 이어 일본 시장에서 PSG의 새로운 얼굴이 될 가능성이 생겼다.
다만 마케팅 효과만으로 거액을 투자했다고 보기보다는 월드컵과 세리에A에서 보여준 경기력, 나이, 성장 가능성까지 종합한 영입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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