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출범한 HS효성은 효성그룹의 또 다른 축이다.
조현준 회장이 이끄는 효성이 전력기기와 섬유·화학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져갔다면, 조현상 부회장이 이끄는 HS효성에는 HS효성첨단소재와 HS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수입차·모빌리티 사업, 물류사업 등이 편입됐다. HS효성은 현재 사업 영역을 첨단소재, AI·데이터 솔루션, 모빌리티, SCM 솔루션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그 가운데 무게중심은 단연 첨단소재다.
타이어코드라는 확실한 기존 사업을 기반으로 탄소섬유와 아라미드, 배터리 소재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것이 조현상 체제 HS효성의 성장 전략이다.
분할 이후 약 2년이 지난 현재 숫자에서는 일단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HS효성은 2026년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4309억원, 영업이익 358억원, 당기순이익 27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4.9%, 영업이익은 301.7%, 순이익은 360.6% 증가했다.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도 483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지주회사 실적의 숫자만으로 HS효성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이미 완성됐다고 보는 것은 이르다.
핵심은 HS효성첨단소재다.
여전히 중심은 타이어코드…HS효성의 '현금창출원'
HS효성첨단소재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9527억원, 영업이익 77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13%, 영업이익은 32.1% 증가했다. 순이익은 452억원이었다.
실적 회복의 기반은 기존 주력사업이다.
HS효성첨단소재는 타이어보강재를 비롯해 자동차용·산업용 원사, 자동차용 카페트와 에어백, 탄소섬유, 아라미드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는 회사가 오랜 기간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축적해 온 대표 제품이다.
타이어코드는 타이어 내부에 들어가 형태를 유지하고 내구성을 높이는 보강재다. 자동차 산업과 직접 연결되는 만큼 글로벌 자동차 생산과 교체용 타이어 수요, 원재료 가격의 영향을 받는다.
HS효성이 독립경영 이후 타이어코드를 축소하기보다 오히려 생산거점을 넓히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부분이다.
회사는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나그푸르 산업단지에 약 7만평 규모의 생산 부지를 확보하고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현지 법인에는 3000만달러가 출자됐으며, 회사는 2027년 공장 완공과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도는 세계 주요 자동차 시장 가운데 하나다. 글로벌 타이어업체들이 현지 생산을 확대할수록 부품·소재 역시 현지 조달 요구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인도 투자의 의미는 그래서 단순한 생산량 확대에 있지 않다.
HS효성첨단소재가 기존 글로벌 타이어코드 사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중국과 베트남 등에 집중된 생산망을 보다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독립경영 초기 HS효성이 공격적인 신사업만 좇는 것이 아니라 기존 사업의 현금창출 능력을 먼저 강화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탄소섬유가 두 번째 축 될까…베트남까지 생산망 확대
조현상 부회장이 그리고 있는 다음 그림은 탄소섬유다.
HS효성첨단소재는 자체 브랜드 '탄섬(TANSOME)'으로 탄소섬유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탄소섬유는 철보다 가벼우면서 높은 강도가 필요한 압력용기와 자동차, 풍력, 항공·우주, 방산 등 여러 산업에서 활용된다. 회사는 타이어보강재 외에 탄소재료와 아라미드를 별도 핵심사업으로 두고 있다.
생산능력 확대도 이어지고 있다.
전주공장 증설에 이어 베트남에도 생산거점을 구축했다. HS효성의 공식 연혁에는 2025년 베트남 호치민 탄소섬유 공장 준공이 주요 사업 이력으로 기록돼 있다.
향후 베트남 설비 가동이 본격화되면서 탄소섬유 생산능력도 단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HS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 생산능력이 2025년 약 1만6500톤에서 2026년 약 2만1500톤, 2028년 약 2만4000톤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탄소섬유 사업을 바라볼 때는 생산능력과 수익성을 구분해야 한다.
설비를 늘렸다고 해서 곧바로 이익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탄소섬유 시장은 중국 업체들의 공급 확대와 가격 경쟁 영향을 받아왔다. 실제로 HS효성첨단소재 역시 중국발 공급과잉과 가격 약세의 영향을 받았고, 2026년 들어 중국 공장 가동을 재개하는 등 수요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올해 1분기 탄소섬유·아라미드 부문 매출은 62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47.3%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탄소섬유의 성공 여부를 판단할 기준은 단순 생산량보다 판매처와 제품 구성이다.
범용제품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수소저장용 고압용기와 항공·우주, 방산 등 고부가 시장으로 얼마나 빠르게 진입할 수 있느냐가 수익성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HS효성첨단소재가 2026년 국방산업발전대전에 탄소섬유와 아라미드 등 첨단소재를 선보인 것도 이러한 적용처 확대 전략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결국 탄소섬유는 HS효성의 가장 유력한 차세대 성장사업 가운데 하나지만, 아직 타이어코드에 버금가는 이익원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탄소섬유 다음은 배터리…사업 경계 넓히는 조현상
HS효성의 사업 확장은 탄소섬유에서 멈추지 않는다.
회사는 배터리 소재를 새로운 성장 영역으로 추가하고 있다.
HS효성의 공식 연혁에는 2026년 주요 사업으로 '배터리 음극재 투자'가 명시돼 있다. 타이어보강재와 탄소섬유 중심이었던 첨단소재 포트폴리오를 배터리 소재까지 넓히겠다는 방향이다.
특히 주목되는 분야는 실리콘 음극재다.
실리콘계 음극재는 기존 흑연계 음극재와 비교해 이론적으로 높은 에너지 저장능력을 확보할 수 있어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소재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다만 기술적 난도가 높고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단계에 있는 만큼 투자 결정 자체가 곧 사업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HS효성 입장에서는 오히려 여기서 독립경영의 성격이 더욱 분명해진다.
기존 효성그룹에서 산업자재 분야를 오랫동안 담당했던 조현상 부회장이 타이어코드와 자동차용 소재에 머물지 않고 탄소섬유·아라미드·배터리 소재까지 사업 범위를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부회장은 과거 ㈜효성 산업자재PG장과 전략본부장, 총괄사장 등을 거쳤고 현재 HS효성그룹 부회장과 HS효성첨단소재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HS효성첨단소재의 2026년 3월 기준 이사회에는 조 부회장을 포함해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4명이 참여하고 있다.
그의 경력과 현재 투자 방향을 연결해 보면 HS효성의 전략은 비교적 명료하다.
과거 산업자재에서 축적한 기술과 고객 기반을 첨단소재로 확장해 새로운 성장축을 만드는 것이다.
'첨단소재 기업'이라는 이름, 아직은 과정
다만 HS효성을 이미 완성된 첨단소재 그룹으로 규정하기에는 확인해야 할 부분이 많다.
첫째는 사업구조다.
현재 HS효성에는 첨단소재뿐 아니라 AI·데이터 솔루션, 수입차를 중심으로 한 모빌리티, 물류 사업이 함께 들어 있다. HS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과 HS효성더클래스, HS효성토요타, HS효성더프리미엄, HS효성프리미어모터스 등 사업 성격이 서로 다른 회사들이 한 지주회사 아래에 있다.
사업 다각화는 특정 산업의 부진을 보완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지주회사가 명확한 정체성을 만들기 어렵다는 측면도 있다.
첨단소재 중심 그룹으로 시장의 평가를 받으려면 결국 HS효성첨단소재의 성장성이 다른 사업보다 확실하게 두드러져야 한다.
둘째는 투자와 수익 사이의 시간차다.
탄소섬유 생산설비, 인도 타이어코드 공장, 배터리 음극재 사업 모두 미래 매출을 위한 투자다.
공장 건설과 설비투자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자금이 먼저 투입되고 매출과 이익은 뒤늦게 발생한다. 신규 소재의 경우 고객사의 품질 인증과 양산 테스트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신사업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HS효성에는 투자 속도와 재무 안정성, 수익성 사이의 균형이 중요해진다.
셋째는 소재산업 특유의 경기 변동성이다.
타이어코드는 자동차와 타이어 경기, 탄소섬유는 글로벌 공급 증설, 배터리 소재는 전기차 시장 성장과 배터리 기술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서로 다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위험을 분산하는 효과가 있지만 각 사업에서 기술 경쟁력이 충분하지 않다면 오히려 투자 부담이 동시에 늘어날 수 있다.
실적은 좋아졌다…그러나 독립경영의 성적표는 이제부터
그럼에도 2026년 상반기까지 나타난 흐름을 보면 HS효성이 독립 이후 첫 기반을 다지고 있다는 평가는 가능하다.
HS효성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네 배 이상으로 늘었고, 핵심 계열사 HS효성첨단소재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증가했다.
기존 타이어코드가 안정적인 기반을 제공하는 동안 탄소섬유 생산거점은 전주에서 베트남으로 확대되고 있다. 인도에서는 새로운 타이어코드 생산기지를 준비하고 있으며 배터리 음극재라는 또 다른 사업도 포트폴리오에 올라왔다. HS효성의 공식 연혁에도 2026년 배터리 음극재 투자와 인도 타이어코드 공장 투자가 나란히 기록돼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투자 발표의 숫자가 아니다.
탄소섬유가 언제 안정적인 이익을 내기 시작하는지, 인도 타이어코드 공장이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얼마나 높이는지, 배터리 소재 사업이 실제 고객과 매출을 확보하는지가 앞으로의 평가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그 점에서 조현상 부회장의 독립경영은 아직 결론보다 과정에 가깝다.
조현준 회장의 효성이 전력기기라는 강력한 성장축을 이미 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면, 조현상의 HS효성은 기존 타이어코드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그 다음 성장동력을 만드는 단계에 있다.
두 효성의 차이도 여기에서 조금씩 드러난다.
하나는 이미 커지고 있는 시장에서 기존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있고, 다른 하나는 기존 사업의 현금창출력을 토대로 새로운 소재 시장으로 경계를 넓히고 있다.
어느 전략이 더 낫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다만 HS효성이 독립 이후 던진 질문은 분명해졌다.
'타이어코드 세계 강자'라는 과거의 경쟁력을 탄소섬유와 아라미드, 배터리 소재까지 확장할 수 있는가.
2026년 실적은 출발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조현상의 HS효성이 진정한 첨단소재 그룹으로 자리 잡았는지를 판단할 성적표는 아직 작성 중이다. 앞으로 몇 년간 신사업에서 발생할 매출과 이익이 그 답을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폴리뉴스 정보영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