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임준혁 기자 | K-조선 최후의 보루로 여겨져 온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이 중국의 거센 추격에 해당 선종 기술력·건조 경험 세계 1위라는 시장 지위마저 위협당하고 있다.
과거 기술력의 한계로 항해 도중 잦은 고장으로 선주사들을 몹시 당황스럽게 했던 중국 조선업계가 막대한 자본과 가격 경쟁력, 공격적인 LNG운반선 건조 설비 증설을 무기로 한국을 턱밑까지 쫓아왔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이미 올해 누적 수주량에서 한국을 추월했다는 분석까지 제기된다.
11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조선소들은 올해 상반기 전 세계에서 신조 발주된 LNG운반선 55척 가운데 34.5%에 해당하는 19척을 수주했다. 이는 최근 3년간 중국의 평균 점유율 25.1%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같은 기간 한국은 36척(65.5%)으로 1위를 수성했으나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 반체로 코스타 “7월 수주량 中 34척·韓 32척”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의 올해 LNG운반선 수주량이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선박 중개업체 반체로 코스타가 최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7월 초 기준 중국 조선소의 LNG운반선 수주량은 34척으로 한국의 32척을 역전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동안 한국은 LNG운반선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유지해 왔다. 지난 2022년 한국은 113척의 LNG운반선을 수주하며 같은 해 43척에 머문 중국을 압도했다. 이듬해인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은 매년 수주량에서 중국을 꾸준히 앞섰다.
LNG운반선 시장에서 한국을 맹추격하고 있는 중국의 핵심 동력은 △정부의 전폭적인 선박금융 지원과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운 가성비 △속도전을 방불케 하는 LNG운반선 건조가 가능한 설비의 증설 등이 거론된다.
한국 대비 8% 저렴한 선가를 제안하며 글로벌 선주사들을 끌어들임과 동시에 건조 설비(인프라)도 크게 늘렸다. 중국 조선소의 LNG선 건조 설비가 단기간에 급증한 것은 현재 3.5년치 이상의 수주잔량을 확보해 도크에 여유가 없는 국내 조선3사에 있어 큰 위협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저렴한 선가·LNG선 건조 가능 설비 증설...격차 좁혀
랄프 레슈친스키 반체로 코스타 리서치 총괄은 "올해 상반기 LNG선 발주가 중국으로 이동한 가장 큰 이유는 한국 조선소들의 생산능력 부족"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선박공업그룹(CSSC) 산하 후둥중화조선은 LNG선 건조 능력 확대를 위해 총 180억위안(약 3조7900억원)을 투자, 지난해 상반기 신규 조선소를 상하이 북쪽 창싱다오에 본격 가동했다.
이 신규 조선소가 완전 가동에 들어가면 후둥중화조선의 연간 LNG선 건조 능력은 6척에서 10척 규모로 66% 확대된다. 후둥중화조선은 지난 2008년 중국 최초의 LNG선 건조에 성공한 이후 관련 기술을 꾸준히 축적해 왔으며 해당 선종 분야에서 중국을 대표하는 조선소로 자리매김했다.
후둥중화조선 외에도 CSSC 산하 장난조선도 중국의 설비 확대 및 LNG선 수주량 증가에 기여했다. CSSC 산하 두 조선소는 올해 각각 10척이 넘는 LNG선을 수주했다.
▲ LNG선 건조 가능 조선소 5곳...헝리중공업 곧 합류
현재 중국에서 대형 LNG선을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는 총 5곳이다. CSSC 계열의 후둥중화· 장난조선을 비롯해 다롄조선중공업(DSIC), 중국초상중공업(CMHI) 산하 하이먼조선소와 양쯔장조선이 LNG선 건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헝리중공업도 지난해 프랑스 GTT와 멤브레인형 화물창 기술 협력 계약을 체결하면서 중국의 6번째, 민간 조선소로는 두 번째 LNG선 건조 조선소 목록에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헝리중공업은 과거 STX그룹이 중국에 설립했던 STX다롄조선소를 인수해 재출범시킨 조선소로 LNG선뿐 아니라 다른 선종과 해양 분야까지 건조가 가능하도록 설비 증설에 집중해 왔다.
반면 한국에서는 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4개 조선소만 대형 LNG선의 건조가 가능하다. 다른 중형조선사들은 기술력과 생산능력(도크 크기 등) 측면에서 시장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LNG선 건조는 차치하더라도 국내 조선3사는 밀려드는 주문 속에 '캐파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조선3사와 일부 중형조선소의 도크는 원유운반선, 컨테이너선, 가스운반선 등 다양한 선종에서의 발주량 급증으로 2029년 인도분까지 대부분 꽉 차 있는 상태다.
▲ 韓 급증한 수주에 야드 포화 상태...설비서 中에 밀려
레슈친스키 반체로 코스타 리서치 총괄도 "한국 조선소는 토지 확보가 제한적인 데다 주문이 폭주하고 있어 LNG선 수주를 더 늘릴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국내 조선업계는 범용 상선의 건조 거점을 해외로 분산하고 고부가가치 미래 기술로 초격차를 벌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실제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은 중국조선소에 재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원유운반선의 전선 건조를 맡기고 있으며 베트남, 필리핀 등 인건비가 저렴한 동남아 야드를 활용해 원유운반선·석유화학제품운반선 등 범용 선박 시장을 방어 중이다.
▲ 中 자국 선사 발주 잔량 25%...韓 사실상 전무
이와 함께 국내 야드에서는 고부가 선종인 LNG선, 친환경 컨테이너선 등의 건조를 수행하는 한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친환경 자율운항 선박, 스마트 조선소 구축 등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또 GTT에 지불하는 막대한 설계 로열티를 줄이기 위해 'LNG 화물창 국산화' 등 수익성 극대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LNG선 건조 과정에서 극저온 화물창 적용 경험, 선주 승인, 선급 인증, 품질 관리, 납기 경쟁력은 물론 인도 후 장기간 운항 실적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중국 조선소는 생산능력은 앞섰지만 LNG 프로젝트 경험과 선주 신뢰 확보 측면에선 한국과 격차가 있었지만 자국 발주와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건조 실적을 쌓아 왔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과거에 비해 LNG선 기술력과 건조 경험을 빠르게 쌓으며 기술 격차를 좁혀온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며 “LNG선 수주가 기존 기술력에서 결정됐다면 향후 수주 경쟁이 가격을 중심으로 이동할 경우 국내 조선3사의 수익성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선 전문가는 “중국의 LNG선 시장 점유율 및 기술력 향상은 자국 선사들의 자국 발주 증가도 크게 한몫했다. 중국 조선소의 LNG선 수주잔량 중 최소 25%는 중국 선사들이 발주한 물량인 반면 최근 한국 선사들의 LNG선 국내 신규 발주는 사실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내 선사가 자국 조선소에 LNG선을 발주할 수 있도록 가격 구조 등과 관련한 문제점을 해운·조선업게가 머리를 맞대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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