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호 강원 감독(가운데)이 11일 강릉종합운동장서 열린 감바 오사카와 2026~2027시즌 ACLE PO 홈경기서 연장전 돌입 전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강릉=스포츠동아 권재민 기자] “감독인 나도 규정을 숙지하고 왔는데…”
정경호 강원FC 감독(46)은 11일 강릉종합운동장서 벌어진 감바 오사카(일본)와 2026~2027시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플레이오프(PO) 홈경기서 연장승부 끝에 0-1로 패한 뒤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패배로 2시즌 연속 ACLE 본선행이 좌절됐고, 하위 대회인 ACL2로 밀려난 사실도 아쉽지만 심판진의 미흡한 경기운영으로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정규시간 동안 3차례에 걸쳐 선수 3명을 교체한 강원은 연장전을 앞두고 서민우(28)와 강준혁(27)을 빼고 이지호(24)와 김도현(22)을 넣으려고 했다. ACLE 규정은 교체 횟수 3회(하프타임 제외), 카드 5장이다. 연장전에 돌입할 경우 교체 횟수와 카드는 각각 1회, 1장 추가된다. 강원엔 교체 횟수 1회와 카드 3장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모하메드 가바옌 대기심(요르단)이 교체를 허락하지 않았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연장 전반 12분에 나와타 가쿠(일본)에게 골을 내준 뒤 연장 전반 막판에야 교체가 가능했다. 강원은 서민우, 강준혁. 고영준(25)을 빼고 이지호, 김도현, 박호영(27)을 투입했지만 넘어간 흐름을 되찾지 못했다.
경기 후 한국프로축구연맹과 강원 구단 관계자들은 “가바옌 대기심이 연장전 돌입 후 교체 규정을 숙지하지 못했다. 살만 팔라히 주심(카타르)에게 규정을 물어봤지만 그 역시 모르쇠로 일관했다”며 “프로축구연맹과 구단 직원들이 본부석에 있던 천용지 경기 감독관(중국)과 발렌틴 코발렌코 심판 평가관(우즈베키스탄)에게 벤치로 내려와 대기심에게 규정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들은 응하지 않았다. 연맹과 구단 직원들이 규정을 찾아 가바옌 대기심에게 알려준 뒤에야 교체가 이뤄졌다”고 입을 모았다.
정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서 “감독인 나도 규정을 숙지하고 왔다”고 우회적으로 심판진의 미흡한 경기 운영을 지적했다. 그는 “처음에 대기심이 교체가 1명만 가능하다고 했다. 납득하기 힘들어서 교체를 하지 않다가 1명이라도 하려고 했는데, 그제서야 3명이 가능하다고 얘기했다”며 “ACLE라는 아시아 최고 대회서 이렇게 매끄럽지 못한 일이 일어난 사실은 아쉽다”고 밝혔다.
결과와 별개로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펼쳤다는 칭찬도 덧붙였다. 정 감독은 “감바 오사카라는 역사와 전통이 있는 팀을 상대로 우리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만큼 강원축구가 많이 발전했다는 증거”라며 “우리 선수들은 120분 동안 자랑스러운 경기력을 보였다. K리그1과 ACL2도 잘 준비하겠다”고 얘기했다.
한편 강원 구단은 아시아축구연맹에 심판진의 매끄럽지 못한 운영에 대해 정식 항의할 예정이다. 규정상 정식 항의를 하려면 경기 종료 후 2시간 이내에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미 약식으로 서류를 보낸 상태다. 추후 추가 서류가 필요할 경우 그에 맞는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천 감독관과 코발렌코 평가관도 책임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둘 모두 경기 이후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책임질 권한이나 이유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놓고 프로축구연맹관계자는 “천 감독관이 프로축구연맹에 ‘AFC에 경기 보고서를 보낼 때 자신의 책임이 없다는 뉘앙스의 문구를 적어달라’고 요청했다. 사전 기자회견과 달리 경기 후 기자회견을 마친 뒤엔 기자회견 녹음본까지 요청했다”며 “코발렌코 평가관 역시 프로축구연맹 측의 질의를 제대로 듣지도 않고 숙소로 돌아갔다. 가바옌 대기심도 이제와서 ‘나는 교체 횟수가 1차례 남았다고 했지, 1명만 교체 가능하다고 한 적이 없다’며 시치미를 떼고 있다”고 혀를 끌끌 찼다.
강릉│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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