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폭염에 EU 경제손실 295조원…올해 성장분 사라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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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 폭염에 EU 경제손실 295조원…올해 성장분 사라질 수도

뉴스비전미디어 2026-08-11 23:46:1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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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제공.
사진=뉴시스 제공.


유럽연합(EU)이 올해 기록적인 폭염으로 국내총생산(GDP)의 약 1%에 해당하는 1,800억 유로, 한화 약 295조원의 경제적 손실을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럽 금융기관 트리오도스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폭염으로 인한 EU의 경제적 손실이 올해 예상 경제성장 규모와 비슷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전망대로라면 극심한 더위가 EU의 연간 성장 효과를 사실상 모두 상쇄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국가별로는 프랑스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폭염으로 프랑스의 경제성장률이 1.4%포인트 하락하면 당초 성장 전망과 달리 경제가 0.6% 역성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네덜란드 역시 성장률이 0.8%포인트 낮아지면서 올해 기대했던 성장분의 상당 부분을 잃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기온이 가장 높은 국가가 반드시 가장 큰 경제적 손실을 보는 것은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폭염 발생 일수가 많고 기온 상승에 대한 물리적 노출도도 높지만, 지난 수십 년간 더위에 대응하기 위한 시설과 제도를 마련해 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폭염이 하루 더 이어질 때 추가로 발생하는 피해는 상대적으로 더위에 익숙하지 않은 유럽 국가보다 작을 수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폭염에 따른 경제적 손실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노동생산성 저하가 지목됐다. 고온 환경에서는 야외 근로자뿐 아니라 냉방시설이 부족한 실내 근로자도 업무 능률이 떨어지고 휴식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트리오도스은행은 노동생산성 하락만으로 EU GDP의 약 0.6%가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폭염과 가뭄으로 인한 농업 생산량 감소 폭은 3~7%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인명 피해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6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폭염 피해가 집중된 유럽 6개국에서 최소 1만4,000명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초과 사망자는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 추가로 발생한 사망자 수를 의미한다.

장기간 이어진 가뭄은 유럽의 에너지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뉴브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헝가리 팍시 원자력발전소는 발전량을 대폭 축소했다.

루마니아에서는 원자로 냉각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바위를 폭파해 수로를 확보하는 작업까지 진행됐다. 원전은 냉각수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가동할 수 있어 강 수위 하락이 장기화하면 전력 생산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수상운송도 제한되고 있다. 라인강과 다뉴브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화물선들은 좌초 위험을 피하기 위해 적재량을 줄여 운항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운송 횟수와 물류비가 늘어나면서 제조업과 원자재 공급망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농업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 오스트리아 우박보험에 따르면 일부 지역은 지난 6월 중순 이후 강수량이 평년보다 75% 이상 적었다. 가뭄으로 인한 오스트리아의 농업 피해액은 약 10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문제는 올해 폭염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프랑스와 영국은 이번 주 들어 올여름 다섯 번째 폭염을 앞두고 있다. 프랑스 남동부의 기온은 40도에 육박하고 영국도 최고기온이 36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됐다.

트리오도스은행은 이번 폭염을 일시적인 기상이변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극심한 더위와 가뭄이 반복되는 구조적 현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각국 정부가 관개시설을 확충하고 건물 단열과 냉방시설을 개선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폭염 시간대를 피해 근무시간을 조정하고 고온에 취약한 노동자를 보호하는 제도도 필요한 대응책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원인을 줄이는 노력 없이 적응 대책에만 의존해서는 장기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온 상승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현재 마련한 시설과 제도가 다시 한계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폭염이 보건과 농업을 넘어 노동, 에너지, 물류 등 경제 전반을 위협하면서 기후 대응은 환경정책을 넘어 유럽의 성장률과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경제정책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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