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자연의 움직임을 낯선 풍경으로 풀어내는 A.A.무라카미의 국내 첫 개인전.
생성부터 소멸까지,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
비눗방울이 피어났다가 사라지고, 안개가 천천히 채우는 공간. 자연에서는 익숙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 기계 장치를 거쳐 눈앞에 나타납니다. A.A.무라카미(A.A.Murakami)의 첫 국내 개인전 <New Nature>가 오는 9월 1일부터 2027년 2월 10일까지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립니다.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는 ‘자연 이후의 자연(Nature after Nature)’.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옮기는 대신 안개, 빛, 공기처럼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는 요소에 기술을 더해 색다른 풍경을 선보일 예정인데요. 작품은 한 가지 모습에 멈춰 있지 않습니다. 생겨나고 변화하다가 끝내 사라지는 과정 전체가 전시의 일부가 되죠. 마주하는 순간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는 점도 이번 전시의 묘미입니다.
찰나의 미학을 연구하는 A.A.무라카미
A.A.무라카미는 아즈사 무라카미(Azusa Murakami)와 알렉산더 그로브스(Alexander Groves)로 이루어진 아티스트 듀오로 두 사람의 이름 앞 글자를 붙여 지어진 이름인데요. 조각, 설치 작품을 비롯해 영화와 디지털 아트까지 여러 영역을 넘나들며 자연과 기술의 관계를 말해 왔습니다. 한국 관람객들에게 이들의 작품이 아주 낯설지만은 않을 텐데요. A.A.무라카미는 지난해 탬버린즈(TAMBURINS)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에 설치한 거대한 버섯 조형물 ‘The Space Between Thoughts’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향을 시각적으로 풀어내며 한 차례 이름을 알렸습니다.
두 사람은 그들의 작업 방식을 ‘Ephemeral Tech(일시적인 기술)’이라 부르며 완성된 형태 대신 찰나의 미학에 주목합니다. 말 그대로 ‘오래 남지 않고 금세 사라지는 기술’로 안개와 비눗방울, 플라즈마처럼 손에 붙잡아 둘 수 없는 재료에 기술을 입히는 것이죠. 안개를 품은 비눗방울이 만들어졌다가 터지는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New Spring’은 이들의 작업 세계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대표작입니다. 관람객들은 기술을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오감으로 자연스럽게 느끼며 작품에 깊이 몰입하게 되죠.
우연과 축적으로 그리는 자연의 두 얼굴
이번 전시에서 바로 그 찰나의 순간을 직접 마주할 수 있습니다. 1층에 들어서면 높이 6.4m의 나무를 닮은 설치 작품 ‘New Spring’을 만나게 되는데요. 나뭇가지 끝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비눗방울은 바닥으로 떨어져 튀어 오르거나 사라집니다. 같은 움직임을 반복하는 기계와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며 터지는 순간도 제각각인 비눗방울은 서로 대비를 이루는데요. 구조물 앞에 아무리 오래 머무르더라도 똑같은 장면을 두 번 마주하기 어렵다는 점은 이 작품을 더욱 흥미롭게 만듭니다. 이어지는 작품은 ‘Beyond the Horizon’. 안개를 품은 커다란 비눗방울이 공기 중에 떠다니다 터지는 순간 마치 구름처럼 피어오르며 초현실적인 장면을 보여주죠. 어디로 흘러갈지, 또 언제 사라질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자연이 가진 우연성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합니다.
2층에서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Mud Paintings From ‘A Thousand Layers of Stomach’ Series’는 조개 껍질이 자라면서 만들어내는 무늬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입니다. A.A.무라카미는 조개 껍질의 성장 원리를 생물학적 알고리즘으로 해석해 이를 컴퓨터 코드로 옮기고, 스스로 움직이는 페인팅 머신이 화폭 위를 천천히 오가며 패턴을 쌓도록 해 자연의 질서를 나타냈습니다. 1층에서는 순식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찰나의 자연 현상을 조명했다면, 2층에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이어지는 자연의 흔적을 만나게 되는 셈이죠.
예술로 이어지는 파라다이스의 밤
이번 전시의 무대가 파라다이스시티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들어서는 순간부터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은 물론 매년 굵직한 기획 전시로 공간을 채워왔으니까요. 로비에서는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의 거대한 페가수스 조각 ‘Golden Legend’가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쿠사마 야요이(Yayoi Kusama)의 ‘Great Gigantic Pumpkin’은 호텔의 무게중심을 잡는 상징적인 작품으로 자리하고 있는데요. 게다가 파라다이스 아트스페이스로 발걸음을 옮기면 제프 쿤스(Jeff Koons)와 데미안 허스트의 더 많은 작품들을 상설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뱅크시(Banksy)와 키스 해링(Keith Haring), 조쉬 스펄링(Josh Sperling), 조엘 메슬러(Joel Mesler) 등 매년 새로운 작가를 소개하는 기획전도 꾸준히 이어왔죠.
올해는 그 자리를 A.A.무라카미의 <New Nature>가 채웁니다. 전시 개막 하루 전인 8월 31일에는 파라다이스 아트 나이트(Paradise Art Night, PAN)가 열리며 해외 컬렉터와 미술계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일 예정인데요. 뉴욕 현대미술관(MoMA), 파리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 홍콩 엠플러스(M+) 등 세계 주요 미술관 컬렉션에 이름을 올린 A.A.무라카미가 현대미술을 공간 경험으로 확장해 온 파라다이스시티와 만나며 특별한 의미를 더합니다. 이들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펼쳐낼 ‘새로운 자연’이 어떤 모습일지 기대되네요.
A.A.무라카미 한국 첫 개인전 <New Nature>
장소ㅣ인천 파라다이스시티 아트스페이스
기간ㅣ 2026년 9월 1일(화) ~ 2027년 2월 10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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