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학군을 통째 옮긴다? 집값 서열화 공감대가 낳은 '포스트 강남'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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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학군을 통째 옮긴다? 집값 서열화 공감대가 낳은 '포스트 강남' 해법

르데스크 2026-08-11 19:18:1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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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과거 70~80년대 '강남 개발' 시절의 부동산 정책이 재조명받고 있다. 고질적인 집값 급등의 주된 원인으로 강남 지역 중심의 편중된 도시 구조와 집값 서열화가 지목되면서 강남 지역 집값을 떨어뜨릴 대안으로 '제2의 강남 조성론'에 힘이 실리고 있어서다. 실제로 강남 지역은 개발 계획 단계부터 강북에 집중된 인구 분산을 통한 부동산 안정을 목표로 우수한 교육·업무·문화 인프라가 집중됐고, 덕분에 현재는 국내 최고 집값을 자랑하는 동시에 전국 집값을 결정짓는 '바로미터'로 자리매김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과거 강남 개발 당시 명문학교와 대형 의료시설, 공공기관 등을 이전해 새로운 성장 거점을 육성했던 방식을 벤치마킹해 강남에 집중된 인구와 도시 기능을 분산할 수 있는 신규 거점을 조성하면 장기적으로 전국 집값을 안정화시키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1990년대부터 한 번도 안 바뀌었다…데이터가 보여준 대한민국 집값 서열의 현실

 

르데스크가 KB부동산과 한국부동산원, 서울시 등에 공개된 자료를 토대로 가장 오래된 통계 시점인 2011년부터 2026년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강 이남 지역은 지난 15년 동안 줄곧 전국 아파트값 순위 1위를 굳건히 지켜왔다. 지난달 기준 한강 이남 지역 11개 구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약 19억7800만원으로 서울 평균(약 15억9500만원)보다 약 3억8300만원 높았다. 강북 14개 구 평균(약 11억6900만원) 대비 약 8억900만원, 전국 평균(약 5억8100만원) 대비 약 13억9700만원 각각 높은 수준이다. 수도권 평균 아파트 시세(약 8억7300만원)에 비해서도 약 2배 이상 높은 가격이며 수도권 외 지역 평균(약 2억4500만원)과는 약 17억3000만원의 격차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 2011년 7월에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당시 한강 이남 지역 11개 구의 평균 아파트 가격은 약 6억5300만원으로 서울 평균(약 5억4400만원)은 물론 전국 평균(약 2억6700만원) 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지금에 비해 격차가 덜하다는 점에서 그동안 강남 지역 집값 상승률이 유독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한강 이남 지역 평균 아파트 가격은 2011년 7월 약 6억5300만원에서 2026년 7월 약 19억7800만원으로 3배 가량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은 약 2억6700만원에서 5억8100만원으로 약2배 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

 

▲ 주요 지역별 아파트 가격 변화 비교.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한강 이남 지역의 강세는 '강남3구(서초·강남·송파)'가 주도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6월 기준 강남구 평균 아파트 가격은 약 28억6100만원으로 서울에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서초구(약 28억5200만원), 송파구(약 23억5200만 원) 등의 순이었다. 강남3구를 제외하면 용산구가 약 21억6500만원으로 유일하게 20억원대를 기록했고 그 뒤를 성동구(약 18억2800만원), 양천구(약 14억9300만원), 광진구(약 14억6600만원), 마포구(약 14억3600만원), 영등포구(약 13억7100만원), 동작구(약 12억9300만원) 등이 따라붙었다. 반면 서울 외곽 지역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를 보였다. 같은 기간 금천구 평균 아파트 가격 약 6억1900만원으로 서울에서 가장 낮았다. 강남구와는 무려 4.6배에 달하는 격차다. 또 도봉구(약 6억400만원), 강북구(약 6억3200만원), 중랑구(약 6억4800만원), 노원구(약 6억7500만원), 구로구(약 7억1800만원), 관악구(약 7억8400만원) 등이 아파트 시세 순위 하위권에 머물렀다.

 

지난 15년간의 시세 추이에서도 '강남3구'는 압도적인 양상을 보였다. 상승폭만 놓고 보면 큰 차이가 없었지만 상승한 절대 금액에서는 타 지역을 압도하다시피 했다. 강남구 평균 아파트 가격은 2012년 7월(약 10억100만원으로) 대비 약 18억6000만원 상승했다. 서초구 역시 같은 기간 약 약 19억2000만원, 송파구는 약 16억3000만원 각각 올랐다. 같은 기간 금천구의 증가액은 약 3억4000만원, 도봉구는 약 2억9300만원 등에 불과했다. 그 결과 2012년 7월 강남구와 금천구의 평균 가격 차이는 약 7억2200만원에서 지난 6월 약 22억4200만원으로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지난 15년 간의 시세 통계는 부동산 시장의 서열화가 이미 공고해졌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근거라고 입을 모았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국내 부동산 시장 구조를 보면 강남의 아성이 단기간에 흔들릴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강남은 이미 교통과 교육, 업무, 상업 등 주요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있는 데다 최근에는 노후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을 통해 신축으로 전환되면서 주거 상품성까지 한층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지역이 현재의 강남을 따라잡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지금과 같은 지역 간 집값 서열이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논·밭 가득했던 소외된 땅에서 집값 1위 황금 땅으로…"만약 제2의 강남이 생긴다면?"

  

▲ 2026년 6월 서울 주요 자치구 평균 아파트 가격.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과거 강남 개발의 사례가 재조명되고 있다. 지금과 같이 부동산 시장의 '서열화'가 공고해 진 상황에선 강남 지역의 인구 분산을 통한 집값 하락이 가장 효과적인 집값 안정화 대책이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다. 강남 지역의 탄생 역시 같은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이러한 주장에 무게감을 싣고 있다. 실제로 강남 지역은 불과 반세기 전까지만 해도 논밭과 과수원, 비닐하우스가 펼쳐진 서울 외곽의 농촌 지역에 가까웠다. 현재 강남구에 해당하는 지역은 한강을 사이에 두고 서울 도심과 단절돼 있었고 개발 이전에는 배를 타거나 일부 교량을 거쳐야 접근할 수 있는 변두리로 인식됐다. 압구정·대치·청담·삼성동 일대 역시 당시에는 서울 시민들의 선호 지역에서 크게 벗어난 미개발지에 불과했다.

 

강남 지역이 천지개벽한 것은 1960년대 서울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부터다. 6·25 전쟁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전국의 인구가 서울로 몰려들자 종로와 중구를 비롯한 강북 도심은 주택난·교통난·기반시설 부족에 시달렸다. 당시 정부과 서울시는 강북에 집중된 인구와 도시 기능을 한강 이남으로 분산하기 위해 1966년 반포에서 삼성동에 이르는 영동 1·2지구를 토지구획정리사업 예정지로 지정하고 대규모 개발에 착수했다. 이어 1969년 제3한강교(현 한남대교) 개통, 이듬해 경부고속도로 완공 등을 통해 강남 지역으로의 접근성을 끌어 올렸다. 이어 본격적인 인구 분산 대책을 펼쳤는데 핵심은 바로 '교육'이었다.

 

당시 정부는 강북 도심에 있던 명문고들을 강남으로 이전시켰다. 1976년 경기고를 종로구 화동에서 삼성동으로, 1978년 휘문고를 종로구 원서동에서 대치동으로 옮겼다. 1980년 서울고를 종로구 경희궁 인근에서 서초동으로 이전시켰고 같은 해 숙명여고도 용산구 청파동에서 도곡동으로 옮겼다. 이후 중동고와 경기여고, 단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 등도 강남 지역으로 이전시키면서 오늘날의 '강남 8학군'이 탄생했다. 명문고 이전은 대규모 인구 이동으로 이어졌다. 당시 명문고 진학 실적과 대학 입시 경쟁력이 거주지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자녀 교육을 중시하는 중산층과 고소득층이 강남으로 대거 옮겨갔다. 1980년 학군제가 정비되고 강남 지역 학교들이 입시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강북 인구의 강남 러시는 더욱 가속화됐다.


▲ 전문가들은 과거 강남 개발 당시 명문학교와 대형 의료시설, 공공기관 등을 이전해 새로운 성장 거점을 조성했던 방식을 벤치마킹해 강남에 집중된 인구와 도시 기능을 분산할 경우 장기적으로 전국 집값 안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권을 대표하는 노후 대단지 아파트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르데스크

 

유동인구 유입을 늘릴만한 시설도 강남 지역에 집중시켰다. 일례로 서울 곳곳에 분산돼 있던 고속버스터미널을 통합해 1970년대 반포동에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조성했다. 전국 각지에서 오는 버스가 강남에 멈춰 서면서 반포와 서초 일대에는 유동인구와 상업시설이 대거 생겨났다. 이어 지하철 2호선을 강북 도심과 강남을 순환하는 형태로 엮어내며 강남 지역으로의 접근성도 개선시켰다. 강남역·교대역·서초역·삼성역·종합운동장역 등 주요 거점이 철도로 묶이자 강남은 서울의 변두리가 아닌 사통팔달의 새로운 중심지로 탈바꿈했다. 아울러 법원, 검찰청 등을 강남 지역으로 옮기면서 연관 산업이 함께 몰리게끔 유도했다. 자연스레 전문직과 고소득층의 유입도 뒤따르자 기업들도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이후 테헤란로 일대에는 금융사와 무역회사, 대기업 사옥들이 들어섰다.

 

1970년대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로 이주한 최금강 씨(82·여)는 "처음 강남으로 이사 왔을 때만 해도 주변에 논과 밭이 펼쳐져 있어 지인들로부터 '왜 이런 곳으로 이사를 갔느냐'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며 "이후 학교가 하나둘 옮겨오고 도로와 지하철 등 교통망이 갖춰지면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불과 몇 년 사이 동네 모습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회상했다. 이어 "당시에는 이렇게까지 발전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대형 상업시설과 병원, 학교 등이 모두 갖춰지고 집값도 크게 올라 전국에서 가장 비싼 동네가 됐다"며 "예전 모습을 기억하는 입장에서는 같은 동네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달라졌다"고 말했다.

 

다수의 시민들과 전문가들은 과거의 개발 강남 방식이 전국 집값 과열 현상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만난 직장인 허진형 씨(35·남)는 "지금은 좋은 직장이나 병원, 학교가 대부분 강남에 몰려 있다 보니 결국 사람도 강남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며 "다른 지역에도 강남만큼 경쟁력 있는 도시를 하나 더 만들어 선택지를 늘리면 집값도 자연스럽게 안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김현우 씨(29·남)는 "강남 지역의 부동산이 비싼 이유는 단순히 집이 좋아서도 있지만 일자리와 교육, 의료, 교통이 모두 최상위 수준으로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며 "다른 지역에도 기업과 학교, 병원, 문화시설 등을 통째로 옮겨 강남 수요가 줄어 집값이 내려가면 자연스레 나머지 지역 집값도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주현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의 높은 집값은 교육과 일자리, 의료, 교통 등 핵심 도시 기능이 집중되면서 수요가 끊임없이 유입되는 데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며 "과거 강남 개발 역시 강북에 집중됐던 인구와 도시 기능을 분산시키기 위해 학교와 교통망, 공공기관 등을 이전하면서 새로운 거점이 형성된 사례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단순히 특정 지역에 아파트를 대규모로 공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강남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교육·업무·의료·문화 인프라를 갖춘 새로운 거점을 육성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강남에 집중된 주거 수요가 여러 지역으로 분산돼 강남 집값의 상승 압력이 완화된다면 강남을 기준으로 형성된 지역 간 가격 격차와 집값 서열화 현상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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