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만에 겨우 휴가 한번 가 본다. 목적 없고 형식의 구속 없는 상황 전환이다. 계획적인 시간은 요원하다. 생각이 닿아 불쑥 떠나는 기회는 여러 과정과 조율이 생략된다.
휴게소의 필수 항목 우동과 돈가스로 브런치를 해결했다. 호텔 베란다는 빈 바다를 방해 없이 가득 펼쳐져 놓았다. 파도가 주인 만난 삽살개처럼 너울을 일렁인다. 최근에 시작한 바다 대작을 작업 중이었다. 파도의 결이 내가 추구하는 것과 일치하여 계속 눈길에 두었다. 너무 일렁이면 잔잔한 결이 없고 너무 고요하면 결이 사라진다.
밤거리에 나섰다. 다행히 맘에 드는 식당을 찾아 다양한 바다 음식을 맛보았다. 첨가한 복분자 한잔이 쌓인 노폐물 같은 마음 찌꺼기를 정화해 준다. 밤새 일렁이던 파도는 새벽이 되면서 더욱 거칠어졌다. 발코니 깊이 들이닥친 비는 새벽이 돼서야 거쳤다. 해가 떠오르자 맑고 흐려지기를 반복한다. 언어의 배회처럼 바다는 외향성과 내향성을 수면 위아래를 동시에 보여준다. 파도의 춤과 노래는 미려한 리듬을 타다가 함께 잠들고 깨기를 반복한다. 청새치를 꿈꾸는 바다와 노인처럼 바다는 하염없이 고도를 기다린다.
자고 먹고 또 자고 깨어 돌아온다. 먹고 자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찾는 게 휴가다. 한계령을 넘자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와 살바도르 달리가 하늘을 캔버스 삼아 흰 구름을 그린다. 초현실적으로 살고 싶다. 현실 너머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통념 속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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