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전용 객실에 대한 수요는 매우 높으며, 때로는 더 높은 가격이 붙기도 한다. 이는 더 안전하다고 느끼기 위해 치르는 대가일까.
축축하게 젖은 금요일 밤 11시, 나는 런던 중심부 피카딜리 서커스 지역의 한 캡슐 호텔의 환하게 빛나는 로비에 서서 셀프 예약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화면 속 예약 옵션은 거의 똑같았다. 다만 남녀 공용 층의 캡슐 요금은 35파운드(약 6만6000원)였지만, 여성 전용 층의 캡슐 요금은 45파운드였다.
추가로 10파운드를 더 낸다고 해서 객실이 넓어지는 것도, 무료로 조식이 제공되는 것도, 객실 전망이 더 좋아지는 것도 아니었다. 캡슐 자체는 완전히 똑같았다. 매트리스와 분위기가 있는 조명이 갖춰진 아담한 공간으로, 작은 여행 가방 하나를 겨우 펼칠 수 있을 정도의 크기다.
대신 30% 더 비싼 이 추가 요금을 내면 특정 키카드로만 들어갈 수 있는 복도, 남성은 들어올 수 없는 층에서 묵을 수 있다. 그리고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낯선 도시에서 조금 더 편안하게 잠들 수 있다는 약속일 것이다.
주변의 여성 대부분 이 가격 차이를 눈여겨보지 않는 듯했다. 그러나 나는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순간 문득 깨달았다. 내가 비교하고 있던 것은 두 객실 자체가 아니라, 내 마음의 평화가 그 추가 10파운드를 지불할 가치가 있는지였다.
'안전 추가 비용'
성희롱과 신체적 폭행, 원치 않는 관심 등의 위험이 커지면서 많은 여성들은 안전을 위해 여행 시 종종 경제적 대가를 치러야 한다. 도심과 더 가까운 호텔을 선택하거나, 밤에 걷기보다는 택시를 이용하거나, 저렴한 남녀 공용 숙소 대신 여성 전용 숙소에 투숙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이른바 '핑크 택스(pink tax)'와 비교하면 어떨까. '핑크 택스'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동급의 남성용 제품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현상을 지칭한다.
하지만 안전한 여행을 위해 치르는 비용은 대개 이렇게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여성들이 반드시 여행에서 더 큰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안전에 대한 우려로 인해 이들은 다른, 때로는 더 비싼 선택지를 택한다.
'세이퍼 투어리즘 재단'의 캠페인 책임자인 스테파니 보일은 이를 "(위험) 기피 세금"이라고 부른다. 여성들은 실제로 문제가 발생하기 전부터 자신의 행동을 바꾼다는 설명이다.
"여성들이 남성보다 모험심이 적어서 여행을 덜 하는 것이 아니"라는 보일은 "여성들은 남성들과는 다른 위험 환경에 직면한다"고 덧붙였다.
이 재단이 성별에 따른 여행 행동을 추적한 결과, 여성의 64%는 해외 체류 중 밤에 혼자 숙소로 걸어가는 행동을 기피했으나, 같은 대답을 한 남성은 43%였다. 그리고 안전하지 않다고 인식되는 지역을 피하는 여성은 56%인 반면 남성은 37%로 나타났다. 또한 여성의 거의 절반(48%)은 밤에 여행지를 둘러보는 행위 자체를 기피했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 결정은 지출에도 영향을 미친다. 여성들은 여행 보험에 가입할 가능성이 더 크며, 낮 시간대에 도착할 수 있는 교통편을 선택할 가능성도 더 크다. 각각의 선택과 행동은 개별적으로는 사소해 보이지만, 종합적으로 보면 여행 비용 전체를 끌어올린다.
안전이 여정을 좌우할 때
젠 카를로는 현재까지 53개국을 여행했으며, 그중 대부분을 혼자 다녀왔다. 그는 자신과 같은 여성 1인 여행자들은 종종 안전과 관련해 끊임없이 계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카를로에게 여행지에 낮에 도착하고, 교통편을 미리 예약하고, 지나치게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을 피하는 등의 행동은 이제 거의 습관이 됐다.
파나마를 여행 당시 산블라스 제도를 둘러보는 소규모 보트 투어를 예약했을 때도 낯선 사람과 숙소를 함께 쓰지 않기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했다.
그는 "오두막을 빌리려면 요금을 내야 했다"며 "혼자 보트침대를 쓰기 위해서는 100~200달러(약 14만~28만원)를 추가로 지불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카를로는 특히 낯선 곳을 여행할 때면 교통비를 넉넉하게 책정한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교묘하게 사기를 치려는 한 남성을 마주하기도 했다. 이 경험으로 인해 대중교통보다는 차량을 미리 예약하거나 택시 이용을 더 선호한다.
"아마도 일반적으로 가장 큰 비용은 추가로 들어가는 지상 교통비일 것입니다…그 도시를 정말 잘 알지 않는 한 새로운 도시에서 대중교통은 절대 이용하지 않아요."
마찬가지로 1인 여성 여행자인 조디 휴즈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19세에 처음 홀로 여행을 시작한 이후 그는 지금까지 유럽과 호주, 미국, 일본 등을 다녔다. 비용을 아끼고자 저렴한 호스텔에 머문 적도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경험이 쌓이고 예산 배정 방식도 바뀌었다고 한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는 술을 마신 뒤 자신의 차에 타라는 남성의 제안을 받아들인 적도 있다. 휴즈는 당시 상황이 "꽤 엉망으로 흘러갔다"며 정말 나빠질 수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파리에서는 자신의 음료에 누군가 약물을 타는 "끔찍하게 무서운" 일도 겪으면서, 혼자 여행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
두 여성 모두 이러한 경험으로 인해 혼자 여행할 때 따르는 위험에 대해 더 잘 인지하게 됐으며, 마음의 평화를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급하게 됐다고 말한다.
휴즈는 "어렸을 때는 '세상에, 나는 더 비싼 숙소에 묵을 돈이 없어'라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내 안전을 우선시한다"고 했다.
이제 휴즈는 가능한 경우 거의 항상 여성 전용 숙소를 예약한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여성 전용 숙소의 가격이 남녀 공용과 비슷했으나,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더 비쌌다고 한다.
예를 들어, 벨기에 브뤼허에 있는 '호스텔 리비어'의 경우, 최근 남녀 공용 객실 요금은 26유로(약 4만원)였지만, 여성 전용은 28유로였다.
휴즈는 "차라리 여행을 덜 다니는 편이 낫다"면서 "여행에 나서면 안전을 늘 생각한다"고 했다.
비용이 더 드는 이유는?
여성 전용 숙소의 가격이 다르게 책정되는 이유는 업계마다 다르지만, 사업자들은 단순히 '안전 추가 요금' 때문인 경우는 드물다고 말한다.
'제너레이터 호스텔'의 대변인은 여성 전용 객실 가격이 더 비싼 이유에 대해 성별에 따른 책정이 아니라 수요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여성 전용 객실에 대한 수요는 항상 있었으며, 공급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증가해 왔다"는 것이다.
"특정 객실 유형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공급량을 앞지르면, 가격 책정에도 반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여성들이 남녀 공용 숙소가 안전하지 않다고 느껴 해당 객실을 찾는 것이라면, 결국 안전이 이들이 지불하는 비용에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세이퍼 투어리즘 재단'의 보일은 그렇다고 해서 가격을 더 높이는 방식으로 해결돼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안전이 경쟁 요소가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우리는 더 안전하니까 돈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비용은 숙박비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많은 여성들은 즉흥적으로 선택하기보다는 조금 더 비싸더라도 더 안전하게 느껴지는 옵션을 고른다. 심지어 가는 길 자체가 위험해 보이면 그 경험을 아예 기피하기도 한다.
문제는 단순히 "이걸 감당할 수 있나"가 아니라 "이 비용을 감당하지 않는 대가를 내가 감당할 수 있나"가 된다.
그리고 카를로에게 있어 그 비용은 단순히 돈으로만 계산되지 않는다. "(계속 따지고 살펴야 하는) 생각의 과부하가 결국에는 가장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한편 나는 런던의 캡슐 호텔에 자리를 잡고, 친구들에게 무사히 도착했다는 문자를 보냈다. 10파운드를 더 낸 덕에 비록 일시적이긴 하지만 대도시 한복판에서 조금 더 편안하게 잠들 수 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더 근본적인 의문이 남는다. 여행자들은 안전함을 느끼기 위해 정말 추가 비용까지 지불해야만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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