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했던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접견했다.
세계로교회는 지난 8일 홈페이지를 통해 손 목사가 가족들과 함께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사실을 알렸다. 또한 백악관 신앙 사무국도 방문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는 미국 보수 기독교계 인사인 롭 매코이 목사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에게 직접 종교의 자유 등 의제 전달
교회 측은 "손 목사가 이번 만남에서 대한민국과 한국 교회를 향한 이야기를 전하고 자유와 신앙의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한 여러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면담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손 목사는 지난 8일 세계로교회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방금 백악관에 들러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을 하고 나왔다"며 "저희 가족을 초청해 준 백악관에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고 밝혔다.
교회 측은 이번 미국 방문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세계로교회는 "이번 만남은 단순한 방문을 넘어, 한국 교회와 대한민국을 둘러싼 여러 현안에 대한 관심이 미국 사회와 기독교계에서도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있는 자리"라고 평가했다.
손 목사는 개신교계 단체인 '세이브코리아'를 이끌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인물로 대표적인 극우 인사로 알려졌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등에서 불법 선거 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하지만 손 목사 측은 지속적으로 종교 탄압이라는 주장을 펼쳐오고 있다. 안상렬 세계로교회 부목사는 지난 7월 25일 크리스천투데이 칼럼을 통해 "손 목사의 공적 신앙고백이 먼저 '극우'라는 정치적 프레임으로 침묵을 강요받고 있다"며 "이것은 한 목회자의 문제가 아니라 주님의 몸 된 교회와 고신의 존재 이유 자체를 다시 묻게 하는 중대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접견에서 외교부는 관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후에도 면담 내용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무부 등 행정부에서 이 사안을 공식 채널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손 목사의 행보가 한미 현안과 연루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부터 지속적인 접촉 이어져
하지만 최근 손 목사의 행보를 보면 단순한 서비스 차원에서 이뤄지는 행보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한국에서 '숙청 또는 혁명'이 벌어지는 것 같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정상회담 과정에서 "오해였다고 확신한다"며 물러섰으나 해당 발언 배경이 국내 보수 개신교 세력의 미국 내 네트워크가 작동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지난 6월 7일에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이 직접 세계로교회를 방문해 손 목사를 면담하기도 했다.
당시 세계로교회는 "미국 국무부가 공식 일정으로 교회를 방해 면담하고 주일 예배에 참석했다"며 "약 4주 전 미 국무부의 연락을 받아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면담에선 대한민국의 다양한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다"고 전했다.
당시 면담에는 미국 국무부 라일리 반스 민주주의·인권·노동국 차관보와 줄리 터너 부차관보 대행, 백악관 신앙사무국 벨시스 로메로 연락관과 듀이 무어 주부산미국영사관 수석영사와 조쉬 데이비스 주한미국대사관 정무담당관이 함께 하기도 했다.
지난 6월 손 목사를 만난 자리에서는 종교법인 해산법과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비롯해 손 목사에 대한 '내란 선동' 고발과 기독교 대안교육 규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2월에는 마이클 니드햄 국무부 고문, 줄리 터너 부차관보 대행과도 만나기도 했다. 당시 손 목사는 지난 대선과 부산시 교육감 재선거에서 불법 선거 운동을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뒤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된 상태였다.
이 자리에서 한국의 '종교 자유'에 대해 얘기한 직후 다음달인 3월에 출리 터너 대행을 비롯한 민주주의·인권·노동국 실무자들은 한국교회총연합도 방문해 손 목사의 구속이 종교 탄압인지 여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지속적인 교회 측의 미국 정부 인사 접촉은 종교·인권 문제에 대한 미국 정부와 보수·극우 성향 기독교계의 관심을 환기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국내 극단주의 세력, 정통 외교 채널 우회해 결탁할 수 있어..대책 마련해야"
이에 대해 평화나무 기독교회복센터장 김디모네 목사는 "예배에서 특정 후보나 정당을 노골적으로 언급하고 지지 낙선을 유도한 건 선거법 위반이라고 1심 법원이 판결했다"며 "미국에서 손 목사가 이재명 정부를 비판하다가 억울하게 감옥에 갔다고 말했다면 이건 사실관계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마치 개신교를 탄압하는 듯 부정적 메시지를 전하려는 건 외교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내용이 파악되는 대로 범종교계 차원으로 제안해 대처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원동욱 동아대학교 교수는 지난 9일 손 목사의 트럼프 접견에 대해 "국내 극단주의 세력과 미국의 종교·정치 네트워크가 정통 외교 채널을 우회하여 결탁할 가능성을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라며 "외교외교당국과 정부가 이 상황을 소극적 관망으로 일관할 수 없는 외교·안보적 리스크"라고 밝혔다.
그는 "국내에서 불법 선거운동 및 헌정질서 교란 혐의로 재판과 수사를 받는 세력이 해외 네트워크와 연대하여 이를 '정치적 보복'이나 '종교 탄압'으로 포장하려는 시도는 대한민국 법치주의에 대한 외세의 부당한 개입을 유도하는 행위"라며 "미국 측 공식 외교 라인이 정통 채널 대신 이러한 사적 네트워크의 편향된 정보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외교당국의 확실한 라인 정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적 정치 결탁이 양국의 공식 외교 정책을 교란하지 못하도록 단호히 선을 그어야 한다"며 "사상과 종교의 자유는 보장하되 불법과 헌법 부정 행위에는 법적 책임을 엄정히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폴리뉴스 백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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