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귀포=한스경제 박종민 기자 |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역사상 데뷔 시즌 임팩트가 가장 컸던 선수로는 신지애(38)가 꼽힌다. 그는 데뷔 첫 해인 2006년 15개 대회에 나서 3승, 준우승 5회, 3위 2회를 기록했다. 그해 대상(215점)과 상금(3억7405만4333원), 다승(3승), 평균최저타수(69.7200타), 신인상(1363점) 부문 1위를 휩쓸었다.
공교롭게도 2006년 태어난 김민솔은 대선배 신지애의 기록을 넘보고 있다. 김민솔은 올 시즌 투어 대상(313점)과 상금(9억8962만9428원), 다승(3승), 신인상(1621점)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평균최저타수 부문에서는 1위(70.3798타) 박현경(26)에 근소하게 뒤진 6위(70.6000타)에 포진해 있다.
김민솔은 최근 제주도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 클럽하우스에서 가진 본지와 인터뷰에서 신인 역대 최다승 경신 가능성을 두고 “전반기 때 올린 3승은 선물처럼 찾아 온 우승들이었다. 앞으로도 우승이 뭔가 선물처럼 찾아오게끔 하고 싶다. 욕심내지 않고 제가 할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래야 흐름을 계속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시즌 시작 때 승수를 정해놓진 않았지만 다승왕에 오르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던 그는 “대략 3~4승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고 덧붙였다. 가장 욕심나는 타이틀을 묻자 “다승왕이다. 많이 승수를 쌓는다는 자체가 의미가 있다. 상위권에 그만큼 많이 있었다는 얘기니깐 의미가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시즌 활약 비결은 기본기
그야말로 KLPGA 역대급 신인이다. 투어 정상급 선수인 박현경은 “(김)민솔이처럼 공을 친다면 연습하지 않아도 된다”고 부러워했으며 고지원(22) 역시 “민솔이처럼 하면 2주 동안 집밖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고 웃을 정도다. 시즌 반환점을 돈 가운데 투어 선배들로부터 크게 인정을 받고 있는 1인자 김민솔은 활약 비결로 ‘기본기’를 꼽았다.
김민솔은 “겨울 전지훈련에서 샷의 기본기에 계속 집중하려 했다. 그린 주변 어프로치를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연습하려 했던 게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178cm에 달하는 큰 키를 활용해 화끈한 장타를 날리는 선수로도 유명하다.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258.1773야드로 투어 2위다. 스윙할 때 지면을 강하게 밟아 생기는 반작용인 '지면 반력'을 최대한 활용하기도 한다. 그린 적중률 또한 76.0000%로 상위권인 9위를 마크하고 있다.
김민솔은 이달 초 영국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AIG 오픈에서 아쉽게 컷탈락했다. 그는 “유럽에 다녀 와서 시차를 조금 느꼈다. 기본기가 중요하더라. 해외에 나가서도 느꼈던 게 공을 잘 몰고 다니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런 선수들을 보면 기본기를 잘 갖추고 있는데 그래야 일정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것 같아서 그런 부분들을 신경 쓰려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LPGA 메이저 대회가 지금의 저에겐 조금 어렵다고 느껴졌다. 그렇게 느낀 이유가 다른 선수들보다 (실력이) 뒤쳐진다는 생각 때문이 아니라, 그런 환경에서의 경험이나 선택들에 대한 경험이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것들이 채워진다면 LPGA 투어에서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훌륭한 프로골퍼가 되기 위해선 샷 기술, 체력, 멘털 3가지 요소를 조화롭게 갖춰야 한다. 자신 있는 순서에 관한 질문에 김민솔은 “1번 멘털, 2번 샷 기술, 3번 체력이다”라고 답했다. 물론 동석한 소속사 와우매니지먼트의 이수정 전무가 “체력이 1번인 줄 알았다”고 말할 정도로 김민솔은 사실상 ‘육각형 골퍼’다.
▲터닝 포인트 된 시드전 탈락
“승부처에서도 딱히 겁내지 않는다”는 김민솔은 “2024년 열린 정규투어 시드전에서 탈락했을 때가 터닝 포인트였다. 그전까진 완만하게, 순탄하게 골프를 해왔는데 실패를 경험하면서 다시 한번 제 골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주위에서도 도와주셔서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차라리 시드전에서 떨어진 게 어쩌면 저에게 가장 큰 선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
성격유형검사(MBTI) 결과 ‘ISTJ’가 나왔다는 김민솔은 내향형인 'I‘ 성향답게 인터뷰 내내 차분한 태도로 임했다. 갓 스무 살이 된 그는 최근 항공편으로 장거리 이동을 하며 카카오TV 드라마 ‘도시남녀의 사랑법’을 재미있게 시청할 정도로 소녀 감성도 갖고 있다. 그러나 주위에서는 그를 두고 “집념이 강하다”고 입을 모은다.
승부사인 김민솔은 13일부터 나흘간 경기도 포천의 몽베르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리는 KLPGA 투어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총상금 12억원)에서 동갑내기 서교림과 우승 경쟁을 벌인다. 서교림을 두고 “퍼트를 일정하게, 안정적으로 잘 하는 선수다. 차분한 면이 있다. 플레이할 때도 차분하게 경기를 이끌어간다”고 높이 산 김민솔은 이내 “올 시즌 목표는 전관왕 달성이다”라고 승부욕을 나타냈다.
김민솔은 “인생에서 가장 큰 가치를 두고 있는 부분은 ‘성장’이다. 올해 최대한 많은 경험을 쌓아서 앞으로도 나아갈 수 있는 선택을 하는 선수가 되면 좋겠다”며 “언젠가는 여자골프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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