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의 첫조명] 다리 불편한데 엘리베이터 없는 5층···주거상향 '이것' 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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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의 첫조명] 다리 불편한데 엘리베이터 없는 5층···주거상향 '이것' 따져야

여성경제신문 2026-08-11 17:1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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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지 못한 보건복지 현장의 인물과 이슈를 조명한다. 때로는 한 사람의 삶과 이야기를, 때로는 익숙한 정책의 이면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서울 관악구 대학동 고시촌 맨 꼭대기에서 바라본 전경. /김정수 기자
서울 관악구 대학동 고시촌 맨 꼭대기에서 바라본 전경. /김정수 기자

창고를 개조한 쪽방에서 9년을 살던 60대 남성 A 씨는 주거상향 지원을 받아 매입임대주택으로 이주했다. 허리와 다리가 아프고 뇌경색을 앓았던 그가 살던 쪽방은 겨울이면 보일러가 되지 않아 방 안의 물이 얼 정도로 열악했다.

경제적 여건과 건강상태를 고려해 주거상향지원사업으로 연결됐지만 최종적으로 입주한 집은 계단으로 5층까지 올라가야 하는 곳이었다. 교통사고로 다리에 쇠를 박았고 다친 다리가 다시 부러진 적도 있던 A 씨에게 5층까지 계단을 오르는 일은 불편으로 남았다. 국토연구원이 2022년 주거상향지원사업 이용자를 심층 조사해 기록한 실제 사례다.

그럼에도 새집에 대한 만족도는 높았다. 채광과 환기가 잘됐고 온수가 나오는 넓은 화장실도 마음에 들었다. A 씨는 100점 만점에 1~2점만 뺄 정도로 만족한다며 기존 쪽방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집이라고 평가했다. 쪽방을 벗어나면서 주거환경은 크게 개선됐지만 입주자의 신체기능과 주택 조건이 맞는지는 또 다른 문제였다.

단순 이주 넘어선 맞춤형 주거 필요성

주거취약계층 주거상향지원사업은 쪽방·고시원·비닐하우스와 일정 요건을 충족한 반지하 등 열악한 거처에 사는 사람이 매입·전세임대 등 더 안정적인 주택으로 옮기도록 지원한다. 서울에서는 25개 자치구 주거안심종합센터 주거상담소가 상담과 이주·정착 등을 지원하고, 주택 물색과 계약 과정을 지원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서울의 주거상향 지원은 5418건으로 2020년 466건보다 11배 넘게 늘었다.

집을 정하는 방식은 임대 유형별로 다르다. 올해 서울시 사업 안내에 따르면 매입임대는 동주민센터 신청과 자치구의 소득·자산 조사를 거쳐 SH·LH가 주택을 매칭한다. 전세임대는 대상자로 선정된 사람이 직접 민간주택을 물색하고 LH가 임대인과 계약한다.

주거상담소는 주택 확보 과정도 지원한다. 서울시는 올해 비닐하우스에서 28년간 거주한 고령 부부가 주거상담소의 도움을 받아 주택 물색부터 이주까지 진행한 사례와 고시원 거주자가 상담·계약 지원을 거쳐 임대주택으로 옮긴 사례 등을 공개했다.

입주자에게 필요한 집은 가구 특성과 생활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에게는 계단 이용 여부가 중요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시각장애가 있다면 해가 진 뒤에도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는 주변 조명 환경이 중요하고, 아동가구는 방의 수·층간소음·학교·어린이집을 계속 다닐 수 있는지가 주거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주거 입지에서는 시장·대중교통 접근성과 기존 복지서비스·사회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생활권도 중요하다. 특히 고령자나 질환이 있는 사람은 기존에 이용하던 병원과 멀어지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조건은 실제 집을 고르는 과정에서도 영향을 미쳤다. 시각장애가 있는 한 이용자는 어두워지면 길을 보기 어려워 집 주변과 귀갓길이 밝아야 하지만 지원 범위 안에서 조건에 맞는 집을 찾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자녀 4명을 둔 다른 가구는 방이 늘어난 것과 함께 바로 아래층이 주차장이어서 층간소음 부담을 덜고, 자녀들이 다니던 학교·어린이집을 옮기지 않아도 된 점을 새집의 장점으로 꼽았다.

주택 조건이 맞지 않아 이주 자체가 무산된 경우도 있었다. 국토교통부의 2020~2021년 사업 모니터링에서는 서울 노원구의 이용 가능한 매입임대가 엘리베이터 없는 고층에 있어 장애가 있거나 고령인 대상자가 입주를 포기한 사례가 보고됐다.

주거복지 전문성·충분한 주택 물량 확보 핵심

이 과정에서 입주자에게 맞는 주택인지 판단하는 주거복지 전문성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윤재 상명대 공간환경학부 교수(한국주거학회 주거복지사 자격검정사업단장)는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거상향 과정에서 주거복지센터가 대상자를 발굴·상담하고 임대주택 신청·이주를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주민센터의 사회복지 담당자도 대상자 발굴·지원 과정에 참여한다.

이 교수는 특히 전세임대처럼 대상자가 제한된 지원 범위 안에서 직접 집을 찾아야 할 때 주택 자체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지원 한도가 빠듯해 주택 선택지가 제한될 수 있다며 “그 주거가 살아가기에 적절한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거복지사 자격을 갖춘 전문인력은 이처럼 주택의 물리적 환경을 살피는 데 강점을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엘리베이터가 없는데 층이 너무 높다든지 하는 판단은 굉장히 쉬워 보이지만 막상 닥치면 집을 얻는 데 급급하기 때문에 쉽게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집의 방향·내부의 위험한 단차 등도 함께 확인할 요소로 꼽았다.

살기 좋은 환경인지 판단하려면 시설의 유무만 볼 수도 없다. 노인 주거에 손잡이가 설치돼 있어도 실제 이용자가 힘을 줄 수 있는 높이와 방향인지까지 살펴야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주거복지사가 단순히 지원제도를 안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택에서 어떤 불편과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주거복지 전문인력이 모든 현장에 의무적으로 배치되는 구조는 아니다. 현행 주거기본법은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이 관련 업무를 위해 주거복지 전문인력을 우선 채용·배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의무화하지는 않았다.

이 교수도 주거복지사가 임대주택 단지와 주거복지센터 등에 배치되고 있지만 의무배치 체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거복지센터의 전국적 확대와 함께 각 센터에 최소 한 명의 주거복지사를 배치하는 방안을 과제로 제시했다.

현장 전문성과 함께 선택 가능한 주택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입주자의 신체기능·가족구성·생활권을 파악해도 그에 맞는 매물이 없다면 선택지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매입임대는 지역에 따라 확보된 주택의 입지와 품질이 제한되고, 전세임대는 지원 한도 안에서 대상자가 원하는 지역과 조건을 갖춘 민간주택을 직접 찾아야 한다. 현장에서는 외진 입지와 부족한 편의·교통시설, 전세임대 주택 물색의 어려움, 매입임대 재고 부족 등이 실제 제약으로 지적됐다.

개인별 주거수요를 현장에서 일관되게 판단할 기준을 마련할 필요성도 제기돼 왔다. 2022년에는 지역과 수행기관 간 서비스 격차를 줄이기 위해 사례관리의 기본원칙과 업무 표준을 마련하고 공통양식·실무 매뉴얼, 실무자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현재 전국에 공통 적용되는 국토교통부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업무처리지침’은 사업 대상과 매입·전세임대 공급 및 지원 절차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개인의 건강·생활기능을 층수·이동환경 등 주택 조건과 연계해 판단하도록 명시한 기준은 두고 있지 않다.

주거상향을 통한 주거 개선 효과는 분명하다. 국토연구원 조사에 참여한 공공임대 이주자들은 기존 쪽방·고시원·반지하 등에서 생활할 때보다 주거환경이 크게 개선됐고 전반적으로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개인 공간을 확보하면서 주거불안이 줄고 사회관계가 개선됐다는 경험도 확인됐다.

주거상향이 확대되는 만큼 비주택 거주자를 공공임대로 옮기는 데서 나아가 이주한 집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지도 함께 살필 필요가 있다. 신체기능·가족구성·이동환경·생활권까지 고려해 개인에게 맞는 집을 연결하는 주거의 적절성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거상향지원사업= 쪽방·고시원·비닐하우스와 일정 요건을 충족한 반지하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 거주하는 주거취약계층이 공공·민간임대주택 등 더 안정적인 주거로 이주할 수 있도록 상담·신청, 주택 물색·계약 과정, 이주·정착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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