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사기도 전에 1억 원이 넘는 돈부터 내야 한다. 세계에서 자동차를 가장 비싸게 사야 하는 나라로 꼽히는 싱가포르에서 자동차 소유권 가격이 다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자동차를 등록하려면 먼저 ‘차량소유권증서(Certificate of Entitlement·COE)’를 확보해야 한다. 차량 가격이나 세금과는 별도로 내야 하는 일종의 자동차 보유 권리다. COE를 받으면 해당 차량을 10년 동안 등록해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이 지난 8월 5일 진행한 입찰에서 카테고리 A 승용차의 COE 가격은 12만 3890싱가포르달러(약 1억 3700만원)를 기록했다. 자동차 한 대를 사기도 전에 웬만한 고급차 가격을 먼저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 소형차 소유권만 1억 3700만원
카테고리 A는 배기량 1600cc 이하이면서 최고출력 130마력 이하인 내연기관 차량, 또는 최고출력 147마력 이하 전기차에 적용된다.
지난 7월에는 이 카테고리 COE 가격이 12만 9000싱가포르달러(약 1억 4270만원)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8월에는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출력이 높은 차량은 더 비싸다. 카테고리 B는 배기량 1600cc 초과 또는 130마력 초과 내연기관차, 147마력을 넘는 전기차에 적용되는데 8월 첫 입찰 가격이 12만 9910싱가포르달러(약 1억 4370만원)를 기록했다.
차종 제한이 거의 없는 오픈 카테고리 E는 13만 1000싱가포르달러(약 1억 4490만원)까지 올라갔다. 반면 화물차와 버스에 적용되는 카테고리 C는 9만 1545싱가포르달러(약 1억 130만원), 오토바이용 카테고리 D는 1만 503싱가포르달러(약 1160만원)였다.
# 혼다 시빅도 2억 원 훌쩍
COE는 자동차 가격에 포함되는 추가 비용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차량 가격과 세금, 등록비 등을 더하면 실제 구매가는 훨씬 높아진다.
8월 현재 싱가포르에서 신형 비하이브리드 혼다 시빅 가격은 약 21만 1899싱가포르달러(약 2억 3440만원)에 이른다.
토요타 코롤라 한 대를 구매하는 데는 약 17만 9888싱가포르달러(약 1억 9900만원)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차량 가격뿐 아니라 COE와 세금, 각종 등록 비용이 포함된다.
# 왜 이렇게 비쌀까?
싱가포르가 이런 제도를 운용하는 이유는 국토가 작고 도로 공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차량쿼터제(Vehicle Quota System·VQS)를 통해 신규 등록 차량 수를 제한한다. 매달 두 차례 COE를 경매 방식으로 공급하고, 정해진 수량보다 신청자가 많으면 가격이 올라가는 구조다.
실제로 8월 첫 입찰에서는 카테고리 A에 1522명이 참여했고 공급된 COE는 1226개에 불과했다. 카테고리 B 역시 926개 공급에 1316건의 입찰이 몰렸다.
소형차 COE 가격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약 네 배 수준까지 상승했다. 전기차 가격 경쟁력 향상 등에 힘입어 자동차 수요는 여전히 강한 반면, 공급되는 COE 물량은 제한돼 높은 가격이 이어지고 있다.
# 10년 지나면 다시 돈 내야 한다
비싼 COE를 한 번 구입했다고 자동차를 영구적으로 보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COE 유효기간은 10년이다. 이후에도 같은 차량을 계속 운행하려면 최근 3개월 COE 가격의 이동평균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PQP(Prevailing Quota Premium)’를 다시 내고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
갱신하지 않으면 차량을 말소해야 한다. 싱가포르에서는 자동차 자체뿐 아니라 ‘도로에서 차를 보유할 권리’에도 별도의 유효기간과 막대한 비용이 붙는 셈이다.
더드라이브 / 조창현 기자 changhyen.ch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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