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교회사망' 아동 멍든 상태로 편의점 찾아…손님이 차로 경찰서 데려가 학대 진술
다음날엔 식당 주인과 파출소 갔지만 다시 교회로…법원 기각 당일 교회서 숨져
(천안=연합뉴스) 변선진 기자 = 충남 천안의 한 교회에서 생활하다 숨진 A(11)군이 교회 밖으로 나가 학대 피해를 직접 호소했을 당시의 구체적인 행적이 확인됐다.
외견상 아동학대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즉각적인 분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시 수사·행정·사법당국의 판단이 옳았느냐는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11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A군은 사망 사흘 전인 지난 2일 이른 아침 지내던 교회를 나와 인근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A군은 당시 민소매와 반바지 차림이었으며, 왼쪽 눈 아래에 멍이 들어 있었다는 게 당시 편의점 직원의 설명이다.
A군은 당시 물건을 사지 않고 매장을 둘러보더니, 계산을 마치고 나가는 한 손님의 차 조수석에 무작정 올라갔다고 편의점 직원은 연합뉴스에 전했다.
이어 해당 손님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경찰서에 간 A군은 경찰 조사에서 "외할머니에게 손바닥과 발바닥을 맞았다"고 진술했다.
이에 경찰은 천안시와 함께 A군을 보호시설로 인계하는 것을 검토했지만 보류하고, A군을 다시 교회로 돌려보냈다.
당시 A군의 외상이 명확하지 않고, 심리 상태와 시설 여건 등을 이유로 당장 인계가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게 천안시와 경찰의 설명이다.
교회로 돌아간 A군은 다음날 다시 교회 밖에서 목격된다.
이번에는 인근 식당 주인이 A군을 발견하고, 학대 피해를 의심해 서북구 한 파출소로 데려갔다.
이번에도 역시 A군은 "외할머니에게 맞았다"며 전날과 비슷한 진술을 했다.
이틀 연속 신고가 접수되자 경찰은 지난 3일 외할머니 B씨에 대해 긴급응급조치를 결정·고지하고 법원에 접근금지 명령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틀 뒤인 5일 신청을 기각했다. 다만 '상담 및 교육 위탁'만 인정하는 결정 주문을 내렸다고 경찰은 전했다.
법원 결정 이후 경찰은 다시 천안시와 A군을 보호시설로 분리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으나, 이번에도 즉각적인 분리는 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경찰은 2일과 3일 접수된 신고 모두 가해자로 외조모만을 지목했고, 당초 목사에 대한 체벌 언급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A군이 외조모에게는 맞았다고 진술하면서도 목사에게는 가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초기 수사 단계에서 목사는 분리 검토 대상이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결국 또 다시 교회로 돌아간 A군은 두 번째 신고 이틀 뒤이자 법원이 분리조치 신청을 기각한 5일 오후 8시 49분께 교회에서 고열과 의식이 저하된 채 발견됐다.
'아이가 아프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이 A군을 세종충남대병원으로 옮겼으나 3시간여 만에 숨졌다.
아이가 숨지기 전 이틀 연속 직접 수사기관에서 학대 피해를 호소했음에도, 관계당국 누구도 A군의 죽음을 막지 못한 것이다.
숨진 아이 몸에서 학대 의심 정황을 확인한 의료진은 경찰에 신고하면서 뒤늦게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아이와 함께 있던 어른 3명에 대해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두고 수사에 착수했다.
대상은 아이가 학대 행위자로 지목했던 외조모 B씨와 교회목사 C씨, 목사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어른 등 총 3명이다.
경찰은 "아이가 침대에 결박돼 있었다"는 목격자 진술과 아이 몸에 있던 외상 등을 토대로 우선 지난 10일 C씨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아이는 지난 3일 파출소에서 집으로 돌아간 이후 침대에 일정 시간 묶여있었고, 이후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숨진 A군에게는 지적장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어 외조모 B씨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구속 영장을 신청해 이날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됐다.
B씨는 "혐의를 인정하느냐", "아동을 혼자 교회에 왜 맡겼느냐"는 등의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by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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