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과 거시경제 지표가 개선되고 있지만 내수와 밀접한 소상공인 체감 경기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소비심리가 회복되더라도 고물가와 인건비, 임차료 등 각종 비용 부담이 이어지면서 실제 매출 증가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폭염과 이상기후가 농축산물 생산에 타격을 입히게 되면 하반기 먹거리 물가 역시 오름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1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6월 경기전망지수(BSI)는 전월 대비 4.3포인트 하락한 63.6에 그쳤다. BSI가 100을 상회하면 경기가 나아졌다고 느끼는 소상공인이 많음을 나타내며 100을 넘기지 못하면 소상공인들이 체감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거시경제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 같은 흐름이 골목상권과 자영업 현장으로 확산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반기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변수로는 고환율과 이상기후가 꼽힌다.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면 식재료와 원재료 등 수입품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외식업과 식품업 등 원재료 비중이 높은 업종은 환율 상승이 곧바로 원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 수입 축산물은 물론 커피 원두와 각종 가공식품 원료도 환율 영향을 크게 받는다.
실제 2022년에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안팎까지 오르면서 수입 축산물 가격 상승을 부추겨 외식업계에 원가 부담을 키운 바 있다.
이상기후 역시 불안 요소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폭염과 가뭄, 집중호우 등 극한기후가 잇따르면서 주요 농축산물 생산과 공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커피와 카카오 등 일부 농산물은 기상 여건에 따라 작황이 크게 달라지는 대표적인 품목이다. 밀과 쌀 등 주식으로 소비되는 작물 역시 생산량이 감소하면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축산물은 기온이 높아지면 가축의 사료 섭취량과 성장률이 감소하고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질병 발생과 폐사 가능성도 커진다. 생산성이 떨어지거나 사육 두수가 감소하면 시장에 공급되는 물량이 줄어들고 이는 산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앞서 2018년 기록적인 폭염 당시에도 닭 폐사와 성장 지연 등 영향으로 대닭 산지 가격이 전월 대비 27% 올랐으며 돼지 폐사량은 1년 전보다 57.8% 증가했다. 계란 산지 가격 역시 산란율 하락 영향으로 7월 기준 전월 대비 115원 상승했다. 폭염이 단순히 농가 생산성 저하에 그치지 않고 식탁 물가와 외식업체 원가 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
고금리 역시 소상공인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 상반기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오다 지난달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시장에서는 올 하반기에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 자영업자들의 금융비용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출 의존도가 높은 소상공인은 금리 수준에 따라 매달 지출해야 하는 금융비용이 크게 달라진다. 이미 원재료비와 인건비, 임차료 등 고정·변동비 부담이 높은 상황에서 금융비용까지 늘어나면 매출이 유지되더라도 실제 손에 쥐는 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매출 변동성이 큰 영세 자영업자는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이 경영 지속 여부를 좌우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폭염으로 인한 가격 상승은 8월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짧게는 2개월, 길게는 3개월 이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저렴한 가격으로 수입산을 사용해오던 자영업자들에게 고환율과 현지 작황 부진은 직격타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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