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시스템(KAMIS)에 따르면 전날 기준 배추 소매가격은 포기당 3509원으로 전달 대비 28% 올랐고 오이 소매가격은 10개에 7977원으로 38% 상승했다. 깻잎(50g)과 상추(100g) 가격은 987원, 1230원으로 한 달 전에 비해 41%, 31% 뛰었다. 수박도 한 통에 2만2189원으로 한 달 새 11% 비싸졌다.
극한 폭염은 농축산물 가격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신설된 폭염중대경보(최고 체감온도 38도 이상)가 지난달 12일 포항과 경산에서 처음 발효된 뒤 지난 4일 사상 처음으로 서울 전역에 내려지는 등 전국 곳곳에 발령됐다. 열대야도 기승을 부렸다. 올해 전국의 열대야일 수는 14.2일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폭염으로 원자재 가격이 뛰면서 외식업계 경기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 농림축산식품부와 aT가 조사한 올해 외식산업 식재료 전망지수는 △1분기 123.86 △2분기 126.00 △3분기 130.22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3분기 외식산업경기동향 전망지수는 84.08로 기준 값인 100을 크게 하회하고 있다.
누적된 물가 상승으로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부담은 지표 이상이다. KREI가 내놓은 지난해 외식업체 경영실태 조사 통계보고서에 따르면 업체 중 41.4%가 식재료비 상승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달 사용하는 식재료 구매금액도 400만원을 상회하며 해마다 증가세다.
서울 양천구에서 삼겹살 음식점을 운영하는 홍모씨는 "상추 한 박스 가격이 평소보다 두 배 이상 올랐지만 가격 상승을 이유로 삼겹살 음식점에서 쌈채소를 뺄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폭염으로 유동인구마저 줄어 지난해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났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시원한 음료를 찾는 6~8월이 성수기인 카페 등은 성수기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했다. 통상 이 시기에 평소보다 2~3배 이상 많은 영업이익을 기대하지만 폭염과 열대야로 각종 재료 값이 오르고 유동인구마저 사라지면서 팔아도 남는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또 중동 전쟁 이후 상승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가격은 다시 떨어지지 않고 있다.
냉방비 역시 자영업자를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폭염으로 에어컨 등 냉방 기기 사용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인천 서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10평 규모 작은 카페에서 지난달 냉방비만 60만원 넘게 나왔다"며 "폭염 중대경보가 발효되면 거리에 사람이 없는데 그렇다고 카페에서 냉방을 안 할 수도 없어 난처하다"고 말했다.
폭염은 배달비용 상승도 부추기고 있다. 배달은 '콜택시'처럼 자영업자가 신청을 하면 라이더가 받는 식으로, 폭염이 심해지면 기본적인 배달 단가가 올라간다. 자영업자들은 폭염 전과 비교하면 배달 비용이 10~20% 증가했다고 입을 모았다.
진현정 중앙대 경제학 교수는 "외식업 경기 자체가 좋지 않은데 폭염으로 생긴 원가 상승으로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폭염과 함께 찾아온 가뭄이 가을 수확기 식재료 가격까지 영향을 줄 수 있어 예상보다 심각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정희 소상공인정책학회장(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도 "올해처럼 폭염이 심해지면 유동인구 자체가 줄어 내수 경기가 더 위축되기 마련"이라며 "해마다 극한 폭염이 반복될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가 자영업자의 원재료 부담 완화를 위한 새로운 정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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