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박정현 기자 | 세계적인 칩플레이션(메모리+인플레이션) 현상에 따라 한국시장에서 중국 중저가 폰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잇따라 가격을 올리면서 중저가폰의 최대 강점인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저가 폰의 비중이 높은 중국 업체들은 출하량 감소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샤오미가 대표적이다.
샤오미는 지난해 한국 법인을 출범시키며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최근 이통3사 유통망에서 신제품 판매가 사실상 끊기고 알뜰폰 사업에서도 철수했다. 한국 법인 출범 1년여 만에 경영진까지 교체했지만 아직 반등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 칩플레이션에 중저가폰 매출·출하량 감소
11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2013년 이후 2분기 기준 가장 낮은 수준이다. 메모리 업체들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D램과 낸드 공급을 우선하면서 스마트폰용 메모리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나타난 영향이다.
반면 스마트폰 시장 매출은 제품 가격 상승에 힘입어 증가했다. 메모리 등 부품 원가가 높아지면서 제조사들이 판매가격을 인상했고 프리미엄 제품 수요까지 이어지면서 출하량 감소에도 매출은 방어한 것이다.
직격탄을 맞은 곳은 중저가 스마트폰 비중이 높은 중국 업체들이다. 샤오미의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다. 오포와 비보 역시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과 중저가 제품 수요 둔화의 영향을 받았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보급형·중저가 제품이 부품 원가 상승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으면서 기존 가격대를 유지할 경우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반면 프리미엄 제품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애플은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를 바탕으로 출하량을 늘렸고 삼성전자 역시 제품 라인업 최적화와 갤럭시 S26 시리즈 판매 확대 등에 힘입어 중저가폰 수요 둔화 속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 중저가폰 최대 강점 ‘가격’ 흔들…인상 압박 커져
메모리 가격 상승은 중저가폰에는 치명적이다.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그대로 전가하기 어려운데다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가 많아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수요가 빠르게 위축될 수 있어서다.
문제는 중국 업체들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점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제조사들은 높아진 부품원가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거나 마진 축소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부 업체는 기존 모델의 판매 기간을 늘리거나 신제품 출시와 생산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샤오미도 가격 인상에 나섰다. 최근 샤오미17 시리즈 가격을 400~500위안(약 8만~10만원), 레드미 K90·터보5 시리즈 가격을 300위안(약 6만원)씩 올렸다. 오포와 비보 등도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화웨이 역시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위청둥 화웨이 소비자사업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앞으로 모든 스마트폰이 상당한 가격 인상의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지 않으면 스마트폰 업체들이 손해를 보고 팔게 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결국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중저가 시장을 공략하는 기존 전략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韓 중저가폰 시장도 잠잠…샤오미 유통망 축소
국내 시장에서도 중국산 중저가폰의 움직임이 둔화하고 있다.
올해 4월 낫싱·모토로라·샤오미 등 외산 중저가폰이 잇따라 국내 시장에 신제품을 출시했지만 이후 신제품 출시와 유통 움직임은 한층 잠잠해졌다. 업계에서는 재고 부담 등을 이유로 외산폰의 오프라인 판매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샤오미의 경우 한국 법인 출범 이후 샤오미 7종, 포코 6종, 레드미 2종 등 총 15종의 스마트폰을 국내에 출시했다.
이통3사 유통망에도 진입했다. 지난해 7월에는 ‘레드미 노트 14 5G’를 국내 이통3사를 통해 판매했다. 당시 출고가는 31만9000원으로 공시지원금을 적용하면 기기값 없이 개통할 수 있었다.
그러나 1년여가 지난 현재 샤오미의 이통3사 유통망 입지는 크게 줄었다. SKT는 일반 유통망에서 샤오미 스마트폰을 취급하지 않고 티다이렉트샵을 통해서만 판매하고 있다. 현재 판매 제품 역시 샤오미코리아 법인 설립 이전 출시된 홍미노트14 시리즈다.
KT 역시 온라인 채널인 KT닷컴 다이렉트샵에서 ‘샤오미 14T’를 판매하고 있지만 지난해 1월 출시된 모델이다. LG유플러스는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샤오미 스마트폰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알뜰폰 시장에서도 샤오미는 사업을 종료했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 유통 전략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샤오미코리아는 이통3사 유통망 재진입과 관련해 “아직 확정되거나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재고 부담이 샤오미의 국내 유통망 축소 배경 중 하나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에서 단말을 판매하기에는 재고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샤오미코리아는 지난 5월 한국 시장 공략을 이끌 경영진도 교체했다. 지난해 1월 선임된 조니 우 사장에 이어 13일 써머 펑 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한국 시장에서 유통·전자상거래·서비스 역량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샤오미코리아 측은 당시 “이번 인사는 급변하는 글로벌 사업 환경에 대응하고 한국 시장 내 비즈니스 운영을 한층 고도화하기 위한 정기 인사의 일환”이라며 “전임 사장은 국제사업부로 자리를 옮겼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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