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스타트업 생태계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지식재산권 보호, 글로벌 네트워크, 중국 본토와의 연계 인프라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홍콩 정부가 전액 출자한 디지털 기술 허브인 사이버포트(Cyberport)는 창업 초기부터 투자 유치와 해외시장 진출까지 지원하는 원스톱 체계를 구축하면서 글로벌 스타트업의 테스트베드이자 시장 진출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 홍콩 스타트업 5,221개…4년 새 39% 증가
홍콩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장세는 관련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InvestHK의 「2025 Startup Survey」에 따르면 홍콩 내 스타트업은 2021년 3,755개에서 2025년 5,221개로 39%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스타트업 고용 인원도 1만3,804명에서 1만9,753명으로 41% 늘었다.
업종별로는 핀테크와 정보·컴퓨터·기술(ICT) 분야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바이오테크놀로지, 교육·학습, 보건·의료 등이 뒤를 이었다.
창업자 구성도 국제적이다. 2025년 기준 홍콩 스타트업 창업자의 33%가 비현지인으로 나타났으며, 이 가운데 중국 본토 출신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영국·미국·프랑스·호주 등 영미권과 유럽권 출신 창업자도 상당수를 차지해 홍콩이 국제적인 창업 인재를 끌어들이는 허브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 정부 지원·IP 보호·GBA 연계가 성장 기반
홍콩 스타트업 생태계의 경쟁력은 자금 지원과 제도적 기반에서 비롯된다. 홍콩 혁신기술처(ITC)는 2026년 1월 총 1억8,000만 홍콩달러 규모의 ‘혁신기술 가속기 시범계획’을 발표했다. 해외 경험이 풍부한 액셀러레이터 운영기관의 홍콩 거점 구축을 지원해 국내외 유망 스타트업을 홍콩 생태계로 유입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2026년 재정예산안에서는 100억 홍콩달러 규모의 ‘혁신산업 유도펀드’도 제시됐다. 생명·건강기술, AI·로봇, 미래산업 등 전략 분야에 민간의 인내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정책이다.
IP를 활용한 자금 조달 기반도 강화되고 있다. 홍콩 금융관리국(HKMA)은 지식재산권부 등과 함께 ‘IP Financing Sandbox’를 출범시켜 특허·상표·저작권 등 지식재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유형자산이 부족한 기술기업이 IP를 금융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IP 보호 수준 역시 홍콩의 주요 경쟁력으로 꼽힌다. IMD의 「2026 세계경쟁력연감」에서 홍콩은 지식재산권 부문 세계 7위를 기록했다.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GBA)와의 연계도 중요한 성장 기반이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의 「2025 글로벌 혁신지수」에서는 선전–홍콩–광저우 혁신 클러스터가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올랐다. 홍콩의 금융·법률·국제 네트워크와 중국 본토의 제조·기술·시장 역량을 결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타트업에게 상당한 전략적 가치가 있다.
◇ 사이버포트, 2,400여 스타트업 품은 AI·디지털 기술 허브
이 같은 홍콩의 창업 생태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 Cyberport다. 홍콩 정부가 전액 출자한 사이버포트는 AI·빅데이터, 핀테크, 블록체인·디지털 자산, 사이버보안, 스마트 리빙,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등을 중심으로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있다.
현재 약 2,400개의 스타트업 및 기술기업이 사이버포트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으며, 29개 상장기업과 10개 유니콘 기업도 포함돼 있다. 입주 기업 창업자의 약 30%는 한국을 포함한 27개 국가·지역 출신이다.
사이버포트 기업들은 지금까지 35개 이상의 해외 시장에 진출했으며, 누적 677억 홍콩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다. 약 1,800건의 산업 관련 수상과 560건 이상의 IP 확보, 전 세계 약 300개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참여 등의 성과도 거뒀다.
◇ 창업 아이디어부터 글로벌 확장까지 '풀 펀딩 사다리'
사이버포트의 가장 큰 특징은 창업 단계별 지원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했다는 점이다. 초기 아이디어 단계에서는 ‘Cyberport Creative Micro Fund(CCMF)’를 통해 6개월 프로젝트에 10만 홍콩달러의 시드 자금을 지원한다.
이후 ‘Cyberport Incubation Programme(CIP)’을 통해 최대 24개월 동안 최대 50만 홍콩달러의 재정 지원과 최대 20만 홍콩달러의 임대 보조금을 제공한다.
성장 단계에서는 ‘Cyberport Accelerator Support Programme(CASP)’을 통해 홍콩·중국 본토·해외 액셀러레이터 참여 비용을 최대 30만 홍콩달러까지 지원한다.
해외시장 진출을 원하는 기업에는 ‘Overseas/Mainland Market Development Support Scheme(MDSS)’을 통해 적격 비용의 최대 75%, 2년간 최대 20만 홍콩달러를 지원한다.
투자 단계에서는 4억 홍콩달러 규모의 ‘Cyberport Macro Fund(CMF)’가 민간 VC와 공동투자에 나선다.
즉 아이디어 검증→인큐베이션→액셀러레이팅→시장 진출→투자라는 성장 단계별 사다리를 구축한 것이다.
◇ 투자자·기업·기술·전문 서비스 네트워크도 강점
사이버포트는 단순한 입주 공간을 넘어 네트워크를 활용한 사업화 지원에도 집중한다.
‘Cyberport Enterprise Network’는 190여 개 민간·공공 기업과 스타트업을 연결해 대기업 구매처, 정부 조달, 기업 파일럿 기회를 제공한다.
‘Cyberport Investors Network’에는 220명 이상의 글로벌 투자자가 참여하고 있으며, 스타트업과 투자자 간 연결을 지원한다.
‘Cyberport Technology Network’는 AWS 등 글로벌 기술기업과 협력해 AI 인프라와 개발자 도구, 기술교육을 제공한다.
또 ‘Cyberport Professional Services Network’를 통해 회계법인, 로펌, IP 전문기업 등과 연결해 세무·법률·컴플라이언스와 해외 법인 설립 등을 지원한다.
이 같은 네트워크는 특히 홍콩을 처음 접하는 해외 스타트업에게 현지 시장 진입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 AI·금융·드론…규제 샌드박스로 실증 기회 제공
사이버포트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규제 샌드박스다. 생성형 AI 분야에서는 홍콩 금융관리국(HKMA)과 함께 ‘GenA.I. Sandbox’를 운영해 금융기관과 기술기업이 통제된 환경에서 AI 모델을 개발·검증할 수 있도록 했다. 2026년 3월에는 ‘GenA.I. Sandbox++’로 확대해 증권·보험·MPF 등 금융 분야 전반으로 적용 범위를 넓혔다.
저공경제 분야에서도 사이버포트는 규제 샌드박스의 공식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드론, eVTOL, 무인항공교통관리(UTM) 등 차세대 항공 모빌리티 기술을 시험·검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는 한국의 AI, 사이버보안, 레그테크, 드론, 로보틱스, 첨단항공모빌리티(AAM) 스타트업에게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 AI 슈퍼컴퓨팅부터 1인 기업 지원까지
인프라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2024년 12월 문을 연 사이버포트 인공지능 슈퍼컴퓨팅 센터(AISC)는 최대 3,000 PFLOPS 규모의 컴퓨팅 역량을 제공한다. 2026년 1월에는 AI·빅데이터·사이버보안 관련 상담과 교육을 제공하는 ‘ABC One-stop Service Centre’도 개설됐다.
2026년 7월에는 1인 기업을 위한 ‘OPC Hub @ Cyberport’도 출범했다. 에이전틱 AI를 활용해 소규모 팀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공동 업무공간과 AI 컴퓨팅 자원, 클라우드 서비스, 투자자 매칭, 산업 네트워크 등을 지원한다.
또한 ‘Cyberport 5’ 건설을 통해 데이터 서비스 플랫폼, 10G 초고속 브로드밴드, 스마트 오피스 등 차세대 기술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 한국 스타트업의 진출 가능성도 확대
사이버포트 생태계에는 이미 한국계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3D 의류 시뮬레이션·가상 피팅 기술 기업 Z-Emotion HK Limited, AI 영상 솔루션 기업 Anymate Me Co. Limited, CRM 플랫폼 기업 Mishkan Limited, VIRE Technology Solutions Limited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와의 연결고리도 만들어지고 있다. 사이버포트는 2024년 1월 국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d·camp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측은 스타트업 공동 육성, 자원 공유, 시장 진입 지원 등을 통해 한국과 홍콩 간 혁신기술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사이버포트를 단순한 해외 사무공간이 아니라 홍콩 시장 진입→중국 본토 테스트→GBA 확장→아시아·글로벌 시장 진출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 한국 기업에 주는 시사점
홍콩 스타트업 생태계의 경쟁력은 단순히 스타트업 숫자가 늘고 있다는 데 있지 않다. 정부 자금, IP 보호, 금융 인프라, 규제 샌드박스, 글로벌 네트워크, 중국 본토와의 연결성이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작동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특히 사이버포트는 창업 초기 자금부터 인큐베이션, 액셀러레이팅, 해외시장 진출, 투자까지 지원 체계를 연결해 해외 스타트업의 성장 경로를 비교적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AI·핀테크·사이버보안·로보틱스·드론·AAM·디지털 콘텐츠 등 기술집약적 분야의 한국 스타트업이라면 사이버포트를 중국 본토와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테스트베드이자 글로벌 네트워크 확보를 위한 교두보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규제 샌드박스와 슈퍼컴퓨팅 인프라, 투자자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한국에서 개발한 기술을 홍콩 현지 환경에서 실증하고 사업성을 검증한 뒤 중국 본토와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하는 전략도 가능하다.
결국 홍콩의 강점은 ‘중국 시장에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제 금융·법률 시스템과 중국 본토의 거대한 시장, 그리고 정부 주도의 혁신기술 인프라를 연결하는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한국 스타트업이 주목할 만한 글로벌 진출 거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
자료출처 : 2025 Startup Survey, ITC, The 2026-27 Budget, ITIB, Hong Kong e-Legislation, HKMA, HSITP, Ming Pao, Cyberport, 홍콩정부 보도자료, KOTRA 홍콩무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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