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검열 흔적 선명한 '그날이 오면'… 심훈 친필 원고, 90년 만에 고국 품으로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일제 검열 흔적 선명한 '그날이 오면'… 심훈 친필 원고, 90년 만에 고국 품으로

위키트리 2026-08-11 15:33:00 신고

3줄요약

‘그날이 오면’과 ‘상록수’를 남긴 심훈의 친필 원고가 사후 9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일제가 출판을 막았던 시가집부터 대표 장편소설 원고까지, 심훈의 작품 활동과 당시 출판 검열의 흔적을 살필 수 있는 자료가 공개됐다

11일 서울 은평구 국립한국문학관에서 열린 2026년 광복절 기념 국립한국문학관 국외 입수자료 언론 공개회에 심훈이 교정한 시 '그날이 오면' 검열 원고가 전시되어 있다. / 연합뉴스

국립한국문학관은 11일 심훈 유가족이 기탁한 문학 자료 46건 59점을 공개했다. 장편소설 ‘상록수’, ‘직녀성’, ‘영원의 미소’ 친필 원고와 영화 각본, 사진, 부고 전보 등이 포함됐다.

일제가 출판 막은 ‘그날이 오면’ 원고

기탁 자료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심훈이 1932년 단행본 출판을 위해 직접 묶은 ‘심훈시가집’이다. 이 시가집에는 ‘그날이 오면’을 비롯해 심훈이 쓴 시와 글이 담겼다.

‘그날이 오면’은 조국이 독립하는 날을 기다리는 심정을 강렬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독립의 날 종로의 종을 머리로 들이받아 두개골이 깨져도 기뻐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이 시가집은 당시 책으로 출간되지 못했다. 출판 허가를 받기 위해 조선총독부 경무국 도서과에 제출한 원고의 표지와 내지에는 붉은 선과 붉은 도장이 남아 있다. 일제가 출판 과정에서 가한 검열의 흔적을 원고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11일 서울 은평구 국립한국문학관에서 열린 2026년 광복절 기념 국립한국문학관 국외 입수자료 언론 공개회에 심훈이 교정한 시 '그날이 오면' 검열 원고가 전시되어 있다. / 연합뉴스

‘심훈시가집’에는 심훈이 1919년 3·1운동에 참여했다가 체포돼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을 당시 쓴 ‘감옥에서 어머님께 올린 글월’도 친필로 남아 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손기정 선수가 마라톤 금메달을 획득한 뒤 쓴 것으로 알려진 ‘오오, 조선의 남아여!’ 역시 이번 기탁 자료에 포함됐다.

아버지 얼굴 못 본 셋째 아들이 평생 보관

이번 자료는 미국에 거주하는 심훈 유가족이 보관해왔다. 자료를 오랫동안 정리하고 지킨 인물은 심훈의 셋째 아들 심재호 선생이다.

심재호 선생은 심훈이 세상을 떠난 1936년에 태어나 아버지의 얼굴을 직접 보지 못했다. 이후 동아일보 기자로 일했으며 1974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 자택에서 부친의 문학 자료를 보관했다.

기탁 자료 곳곳에는 그가 아버지의 원고와 기록을 정리하며 작성한 메모도 붙어 있다. 심재호 선생은 2021년 세상을 떠났다.

국립한국문학관은 2019년부터 유족과 심훈 문학 자료 수집을 협의했다. 7년에 걸친 논의 끝에 2026년 6월 초 기탁약정서를 체결했다. 유족은 자료를 기탁하며 ‘가야 할 곳으로 가는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독립운동가·소설가·언론인…심훈의 삶

본명이 심대섭인 심훈(1901~1936)은 1919년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 재학 중 3·1운동에 참여해 서대문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다. 출옥 후 1920년 중국으로 망명해 베이징과 항저우 치장대학 등에서 수학하며 이회영, 신채호 등 독립운동가들과 교류했다. 귀국 후에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기자로 일하며 언론계에서 활동했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효사정공원 심훈 동상. / 연합뉴스

심훈은 문학뿐 아니라 영화 분야에서도 활동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소설로 꼽히는 ‘탈춤’을 신문에 연재했고, 1927년에는 무성영화 ‘먼동이 틀 때’의 각본을 쓰고 직접 연출했다. 영화는 단성사에서 개봉됐다. 이번 기탁 자료에 영화 각본과 개인 사진 등이 포함된 것도 그의 다양한 활동 이력을 보여준다.

충남 당진 ‘필경사’에서 쓴 대표작 ‘상록수’

1932년 충남 당진으로 내려간 심훈은 직접 설계한 집을 짓고 ‘붓으로 밭을 간다’는 뜻의 ‘필경사(筆耕舍)’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는 이곳에서 집필에 전념했고, 1935년 동아일보 창간 15주년 기념 소설 공모전에 ‘상록수’를 응모해 당선됐다.

‘상록수’는 농촌계몽운동에 나선 청년들의 삶과 시대 현실을 다룬 장편소설로, 심훈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다. ‘직녀성’, ‘영원의 미소’와 함께 그의 소설 세계를 보여주는 주요 작품으로 꼽힌다.

심훈은 ‘상록수’의 단행본 출간을 준비하던 1936년 9월 장티푸스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35세였다. 이번에 국내로 돌아온 친필 자료에는 문학과 언론, 영화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했던 심훈의 삶과 작품 활동이 담겨 있다.

2027년 국립한국문학관서 순차 공개

국립한국문학관은 이번에 기탁받은 자료를 보존·정리한 뒤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다. 문학관은 2027년 4월 개관할 예정이며, 주요 장편소설의 친필 원고와 일제 검열 흔적이 남은 원고 등 관련 자료도 개관 이후 순차적으로 선보인다.

Copyright ⓒ 위키트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