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은행권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강화와 주택 거래 회복이 맞물리면서 인터넷전문은행 현장에서 ‘여름 오픈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연말에 집중되던 대출 신청 경쟁이 올해는 하반기 초부터 과열되는 양상이다. 일부 인터넷은행에서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접수가 개시 직후 마감되는 사례가 잇따른다. 지난해 총량 관리 미준수에 따른 페널티로 대출 여력이 줄어든 데다, 규제 강화를 우려한 차주들의 선제 신청이 몰린 결과다.
◇연말 공식 깨졌다…7월부터 터진 ‘오픈런’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요 인터넷은행에서 신규 주담대 신청이 접수 개시 직후 마감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주담대 오픈런 자체는 총량 관리가 강화된 이후 매년 나타난 현상이지만, 올해는 시작 시점과 소진 속도가 예년과 현저히 달라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인터넷은행 주담대 성공 노하우를 공유하는 게시물이 쏟아진다. 대출 접수가 시작되는 오전 6시 이전부터 접속해 대기하다가 시스템이 열리자마자 신청해야 겨우 한도 확보가 가능하다.
통상 주담대 오픈런은 3분기 말에서 4분기 초 사이 본격화했다. 하지만 올해는 7월부터 조기화했다. 과거 오후까지 유지되던 접수 가능 시간이 최근 오전 중 종료되면서 차주들이 체감하는 대출 문턱은 한층 높아졌다.
은행권은 대출 공급 여력 축소와 차주들의 조기 확보 심리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로 연간 증가율이 정해져 있지만, 은행들은 수요가 몰리는 상반기에 총량 관리를 다소 완화해 운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올해는 중저가 주택 거래가 늘면서 대출 수요가 급증했고, 이로 인해 시중은행 한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되어 총량 관리 문턱이 일찍 높아졌다”고 전했다.
◇축소된 총량 여력 vs 유지되는 수요…이른 조율 돌입
지난해 일부 시중은행이 총량 관리에 실패하며 받은 페널티는 올해 가계대출 여력을 대폭 축소시켰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경우 0.59~0.71%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카카오뱅크(2.6%), 케이뱅크(4.2%), 토스뱅크(7.4%) 등 인터넷은행은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율을 부여받았다.
목표치가 낮아진 시중은행들은 제한된 한도 내에서 대출 공급을 관리하고자 주담대 등 대형 상품을 중심으로 속도 조절에 나섰다. 주요 은행들은 모기지신용보험(MCI)·모기지신용보증(MCG) 가입 제한, 비대면 주담대 중단, 영업점별 취급 한도 축소 등 자체 규제를 가동하고 있다.
반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가 회복세를 보이며 대출 수요는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 대출 공급은 줄어든 반면 수요가 지속되면서 한도 조기 소진 구조가 정착됐다. 실제로 5대 은행의 정책성 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6일 기준 650조3766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5조4005억원 증가했다. 이는 올해 연간 증가 목표치인 4조3300억원을 이미 초과한 수치다.
◇“금리보다 한도가 먼저”…선착순 대출 경쟁 심화
시중은행 문턱이 높아지자 차주들은 신청 절차가 간편한 인터넷은행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특히 향후 대출 한도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금리와 조건 비교보다 우선 대출 한도 확보 움직임이 뚜렷하다.
인터넷은행은 주택금융 시장의 핵심 공급 채널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잔액은 올해 2분기 말 기준 14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의 주택 관련 여신 잔액도 9조1500억원에 달한다.
총량 관리가 강화되자 차주들은 단일 금융사의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여러 은행에 동시 신청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은행별 대출 여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보니 ‘일단 대출부터 받고 보자’는 심리가 시장을 지배하는 모양새다.
인터넷은행 역시 조기 오픈런 등 과열되는 대출 수요에 대응해 총량 관리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월별 취급량을 엄격히 관리 중”이라며 “연말 이전에 한도가 조기 소진되어 차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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