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쾅 터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시뻘건 불기둥이 하늘로 치솟았어요. 천둥번개가 치는 것처럼 주변이 환해졌다 어두워지기를 반복했습니다.”
11일 오전 평택시 청북읍 토진리 PJK 평택1센터 화재 현장. 밤새 위험물 창고를 집어삼켰던 불길은 한풀 꺾였지만 검게 타버린 창고의 철골 구조물은 엿가락처럼 휘어진 채 뼈대를 드러내고 있었다.
현장 주변에는 일반 화재와는 다른 매캐한 냄새가 남아 있었고 소방대원들은 건물 잔해 사이로 연신 물을 뿌리며 잔불을 잡고 있었다.
불이 시작된 105동 바로 옆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는 장문재 대표는 이날 새벽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장 대표는 “처음에는 천둥번개가 치는 줄 알았다. 밖으로 나와보니 창고 절반가량에 불이 붙어 있었고 ‘팡팡’ 터지는 소리와 함께 불기둥이 하늘로 치솟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불길이 거세지면서 인근 사업장 관계자들도 긴급히 몸을 피해야 했다. 장 대표 역시 현장에 머물다 소방당국으로부터 파편 등이 튈 수 있어 위험하다는 말을 듣고 멀리 떨어진 곳으로 대피했다.
그는 “밖에 서 있는데 열기가 느껴질 정도로 후끈거렸고 소방당국에서도 파편이 튈 수 있으니 피신하라고 했다”며 “평소 공장에서 일하다 피곤하면 잠깐 쉬거나 잠을 자기도 하는데, 다행히 바람이 우리 공장 반대 방향으로 불었다. 공장 쪽으로 불었다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고 말했다.
불은 이날 오전 0시 3분께 PJK 평택1센터 105동에서 시작돼 인접한 106동으로 번졌다. 소방당국은 오전 0시 26분 제4류 위험물 보관창고 화재임을 확인했다.
화재가 발생한 창고에는 특수인화물과 석유류 등 제4류 위험물 100여 종과 일반 화학물질 등 모두 191만ℓ가 보관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불길이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소방당국은 오전 1시 32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한 데 이어 오전 2시 40분 대응 2단계로 격상했다. 오전 3시 39분에는 국가소방동원령까지 발령해 인접 시·도 소방력을 현장에 투입했다.
밤샘 진화작업 끝에 상황은 오전 들어 빠르게 안정됐다. 소방당국은 오전 8시 30분 대응단계를 해제한 데 이어 오전 9시 8분 화재 발생 약 9시간 만에 큰 불길을 잡고 초진을 선언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밤새 불길을 지켜본 주변 사업자들의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해당 시설에 위험물의 종류나 보관량 등 전파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평소에도 큰 트레일러들이 줄을 서서 드나드는 모습을 많이 봤지만 물건을 보관했다가 다시 가져가는 곳 정도로만 생각했다”며 “이렇게 많은 위험물을 보관하는 창고인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한윤섭 평택시의원은 “대량의 위험물을 보유한 물류창고의 화재 진압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부족한 부분을 체감했다”며 “대형 위험물 보관시설의 자체적인 초동 대응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련 조례 제·개정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소방 관계자는 “해당 물류창고에 보관된 위험물은 물이나 산소와 접촉해 별도의 연소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현재 대부분의 불길을 잡았고 연기도 크게 줄어든 상태로, 완진에 총력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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