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사기죄로 추방된 한국인이 다시 미국으로 불법 입국해 가짜 여권으로 은행계좌 72개를 만들고 약 120만 달러를 빼돌린 혐의를 인정했다. 추방 뒤 불법 재입국해 허위 신분으로 계좌를 개설하고, 가짜 수표가 부도 처리되기 전 돈을 인출하는 방식이었다.
▲가짜 여권으로 만든 72개 은행계좌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검찰청에 따르면 한국 국적 김상수(Sangsoo Kim·56)는 지난달 30일 불법 재입국과 여권 부정사용, 위조 접근장치 사용, 은행사기 등 중범죄 4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김씨는 2020년 사기 관련 중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고 추방된 뒤 다시 미국에 불법 입국했다. 미 이민법 8 U.S.C. §1326은 추방된 외국인의 무단 재입국을 범죄로 규정하며, 이전 중범죄 전력에 따라 형량이 가중될 수 있다.
재입국 뒤에는 위조 여권으로 여러 은행에서 72개 계좌를 개설했다. 미 연방법 18 U.S.C. §1543은 위조·변조된 여권을 고의로 사용하는 행위를 처벌하며, 검찰이 밝힌 법정 최고형은 징역 10년이다.
불법 재입국에 위조 신분을 더해 72개 계좌를 확보하면서 이후 은행사기의 기반을 만든 것이다.
▲결제 시차 노린 120만 달러
김씨는 2023년 11월부터 허위 수표를 계좌에 입금한 뒤 은행이 부도 사실을 확인하기 전에 돈을 인출하는 ‘체크 카이팅(check kiting)’ 수법을 썼다. 범행은 2025년 7월까지 이어졌고 손실액은 119만5795.96달러, 약 120만 달러였다.
핵심 혐의는 미 연방법 18 U.S.C. §1344상 은행사기다. 금융기관을 속이거나 허위·기망 수단으로 금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돈과 자산을 취득하는 행위를 처벌하며, 법정 최고형은 징역 30년 또는 벌금 100만 달러다.
김씨는 18 U.S.C. §1029상 위조 접근장치 사용 혐의도 인정했다. 이 법은 계좌번호 등 자금에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을 위조하거나 사기 목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처벌한다. 가짜 신분으로 계좌를 열고 결제 시차를 이용해 돈을 빼내는 범행 단계마다 별도의 연방범죄가 적용된 것이다.
▲72개 계좌가 드러낸 신원확인 공백
이번 사건에서 피해액만큼 눈에 띄는 숫자는 ‘72’다. 김씨는 위조 여권으로 여러 은행에 72개 계좌를 개설했다. 검찰은 특정 은행의 고객확인(KYC) 실패나 내부통제 책임까지 지적하지는 않았다.
다만 여러 금융기관에 계좌를 만들고 가짜 수표 입금 직후 자금을 반복 인출했다는 점은 탐지체계의 한계를 보여준다. 개별 계좌가 아니라 신원정보와 다계좌 개설, 수표 입금 직후 인출, 계좌 간 자금흐름을 함께 추적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현재 연방 구금 상태로 오는 10월 7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범죄 관련 압수 현금 14만4000달러 이상도 몰수하기로 했다. 실제 형량은 연방 양형기준과 피해액, 전과, 유죄 인정 등을 종합해 법원이 정한다. 사건은 미 국무부 외교안보국(DSS)과 연방수사국(FBI)이 수사했다.
마이클 레비 카디프대 범죄학 교수는 “은행 등 범죄를 가능하게 하는 주체에 대한 예방적 통제가 중요하다”며 “공공·민간의 데이터 공유는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이 남긴 질문은 120만 달러가 아니라, 가짜 여권 하나로 어떻게 72개의 은행계좌가 열렸느냐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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