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핵심광물을 국가안보와 직결된 전략자산으로 규정하고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에 나선 MBK파트너스의 펀드에 중국 국부펀드 자금이 출자된 사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미국 내 핵심광물 제련 투자 사례로 ‘고려아연(Korea Zinc)’을 직접 거론하면서, 미국이 중국 등 외국 적대국에 대한 핵심광물 의존도를 낮추고 동맹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에서도 자본의 출처와 성격을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광업계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국무부에서 광업계 관계자들과 핵심광물 공급망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러트닉 장관은 핵심광물을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닌 ‘국가안보의 문제’로 규정했다. 첨단 제조업과 인공지능(AI), 반도체, 에너지, 국방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산업의 기반이 되는 원료를 외국 적대국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특히 미국에서 채굴부터 가공·정제·제조까지 이어지는 완전한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고려아연을 미국 내 제련시설 투자 사례로 직접 언급했다. 동맹국과의 협력을 확대해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방침도 강조했다.
미국 정부가 핵심광물 공급망 재건 사례로 한국 기업인 고려아연을 직접 거론하면서 고려아연의 미국 사업이 한미 경제안보 협력의 주요 축 가운데 하나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맞물려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추진 중인 MBK의 펀드 출자자 구성도 재조명되고 있다.
MBK가 영풍과 함께 지난 2024년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활용한 바이아웃 6호 펀드에는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가 유한책임사원(LP)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2024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바이아웃 6호 펀드의 중국 자본 비중을 묻는 질문에 ‘5% 남짓’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CIC의 출자 규모는 약 4천억~5천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CIC는 중국의 외환자산을 다변화해 운용하기 위해 2007년 설립된 국부펀드다. 과거 자원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이력도 있다.
CIC는 지난 2009년 100% 자회사인 풀블룸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아연과 구리 등을 생산하는 캐나다 자원기업 텍리소스에 15억달러를 투자했다. 당시 CIC는 장기적인 재무적 투자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 의회 산하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 역시 2013년 보고서를 통해 CIC가 수익성을 추구하는 금융투자자라는 입장을 표방하면서도 자원 분야에서 중국 국유기업과 보조를 맞춘 투자 사례가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다만 CIC의 과거 자원기업 투자와 MBK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MBK의 중국 자본 출자 문제는 이미 2024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당시 여야 의원들은 고려아연이 국가기간산업 및 핵심기술과 연관된 기업이라는 점을 들어 MBK 펀드에 포함된 중국 자본과 기술 유출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MBK는 이 같은 우려에 선을 긋고 있다. CIC는 6호 펀드 전체 약정액의 약 5%를 출자한 LP에 불과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각국 연기금과 글로벌 기관투자자 등으로 구성됐다는 입장이다.
또 CIC가 글로벌 사모펀드 시장에서 여러 운용사에 자금을 출자해 온 기관투자자인 데다 LP는 펀드의 개별 투자 결정이나 투자 대상 기업의 경영에 직접 관여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핵심광물 확보를 경제 문제가 아닌 국가안보 차원에서 접근하고 고려아연까지 공급망 재건 사례로 직접 거론하면서 경영권 분쟁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안팎에서는 핵심광물과 첨단 제련기술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고려아연 경영권 문제 역시 기업 지배구조 차원을 넘어 공급망 안정성과 경제안보 측면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결국 향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는 MBK 펀드에 중국 자본이 포함됐다는 사실 자체보다 해당 자본이 실제 투자 의사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국가 전략자산 성격을 가진 기업의 경영권 거래에서 자본의 국적과 성격을 어디까지 고려해야 하는지가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