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곳간 비상…내년 예산 '원점 재검토' 들어간다 (사진=경기도 제공)
경기도가 내년도 예산 편성부터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다. 단순히 예산을 줄이는 방식이 아니라 불필요한 지출을 걷어내고 민생·안전 분야에는 재원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재정 운용의 틀을 다시 짜겠다는 구상이다.
도는 10일 도청에서 주형철 경제부지사 주재로 '재정위기 극복 전략 전담조직(TF)' 첫 회의를 열고 재정 정상화를 위한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이번 TF 가동은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지난 5일 도 재정 상황을 비상 단계로 규정하고 신속한 대책 마련을 주문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특히 재정 여건을 올해에 국한된 일시적 어려움으로 보지 않고, 내년에도 세입 여건이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지금부터 지출 구조와 세입 기반을 동시에 손보겠다는 것이다.
■ 내년 본예산 '원점 검토'…일괄 삭감 대신 선택과 집중
가장 먼저 손질하는 분야는 지출이다.
도는 2027년도 본예산을 가용 재원 범위 안에서 다시 들여다보고, 기존 사업의 필요성과 추진 방식부터 재검토하기로 했다.
중앙정부가 맡을 업무와 시·군이 수행할 역할, 민간에서 할 수 있는 영역을 다시 구분해 경기도가 반드시 담당해야 할 사업에 재원을 집중하는 방식이다.
특별회계와 기금, 공공기관이 보유·운용하는 재원도 함께 점검 대상에 올랐다.
다만 모든 사업을 같은 비율로 줄이는 방식은 배제한다. 도민 생활과 직결된 민생·안전 사업은 최대한 보호하고, 사업 추진 방식을 바꾸거나 전달체계를 효율화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줄이겠다는 게 경기도의 설명이다.
추가경정예산 역시 같은 방향으로 추진된다.
현재 각 부서는 의회 제출을 위한 감액 추경안을 준비하고 있다. 경기도는 이를 단순한 긴축 예산이 아니라 연내 부족한 민생 재원을 다시 확보하기 위한 조정 과정으로 규정했다.
■ "지방재정 구조 자체가 문제"…세입 확대도 병행
경기도가 이번 대응에서 지출 절감만큼 비중을 두는 부분은 세입이다.
특히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산업 구조와 부가가치 창출 방식이 빠르게 바뀌는 만큼 현재의 지방재정 체계도 이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국가와 지방정부 사이의 사무 및 재정 배분 구조를 다시 설계하고, 국가 업무가 지방으로 넘어올 경우 그에 필요한 재원도 함께 이전하는 원칙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방세와 세외수입 가운데 추가로 발굴할 수 있는 재원을 찾는 한편 올해 안에 확보 가능한 세입 규모도 다시 계산하기로 했다.
결국 단기적으로는 씀씀이를 줄이고, 중장기적으로는 지방정부가 스스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투트랙' 전략이다.
■ 경기도 혼자 풀지 않는다…31개 시·군과 공동 대응
재정 문제를 경기도 차원의 대응에 그치지 않고 지방정부 전체의 제도 개선 의제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도내 31개 시·군은 물론 비슷한 재정 여건을 겪고 있는 다른 광역지자체와 협력해 중앙정부와 국회에 지방재정제도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다.
경기도의회와의 협의도 강화한다. 재정 대응 과정과 주요 추진 상황은 도민에게도 지속적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 공직사회도 허리띠…8월 말 종합대책 확정
내부적으로는 공직자와 산하기관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비용 절감도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관행적으로 발생하는 불필요한 지출을 찾아내고, 절감한 재원이 민생 분야와 미래 성장사업에 제때 투입될 수 있도록 조직 전체가 재정 관리에 참여한다는 취지다.
이번 TF에는 주형철 경제부지사를 단장으로 기획조정실장을 비롯한 실·국장과 외부 전문가 등 약 50명이 참여한다.
조직은 ▲세출 구조조정 ▲세입·세제 개편 ▲소통·홍보 ▲대외협력 등 4개 분야로 나뉘어 운영된다.
도는 13일 2차 회의를 진행한 뒤 이달 말까지 구체적인 재정 대응책을 확정할 계획이고, 이후 9월에는 가칭 '재정위기 극복 실행위원회'를 출범시켜 각 대책의 이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이번 재정 대응의 관건은 결국 '얼마나 줄이느냐'보다 '어디에 재정을 남길 것이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번 결단이 경기도가 민생과 안전 분야를 지키면서 동시에 재정 구조 자체를 바꾸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경기=이인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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