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압도한 전미도의 존재감…8년 만의 연극 복귀작 '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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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압도한 전미도의 존재감…8년 만의 연극 복귀작 '갈매기'

연합뉴스 2026-08-11 11:03:17 신고

꿈 좇다 다시 일어서는 니나 역…관객 숨 멎게 한 마지막 20분

불안한 현대인의 자화상 그려내…31일까지 티켓링크 1975씨어터

8년 만에 '갈매기'로 연극 무대 복귀하는 배우 전미도 8년 만에 '갈매기'로 연극 무대 복귀하는 배우 전미도

(서울=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율곡로 연합뉴스 스튜디오에서 인터뷰하는 배우 전미도. 2026. 7. 14. seva@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주여, 모든 집 없는 방랑자들을 도와주소서."

그토록 원했던 배우가 됐지만, 현실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고꾸라진 '니나'의 처절한 절규에 객석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10일 서울 광진구 티켓링크 1975씨어터에서 열린 연극 '갈매기'는 배우 전미도의 압도적인 존재감이 돋보인 공연이었다. 전미도가 연극 무대에 다시 서는 것은 2018년 '오슬로' 이후 8년 만이다.

'갈매기'는 러시아 시골 영지를 배경으로, 새로운 예술을 꿈꾸는 젊은 예술가 뜨레쁠레프와 배우를 꿈꾸지만 현실에 좌절하는 니나,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인물들의 사랑과 방황, 예술과 삶의 의미를 그린 안톤 체호프의 대표 희곡이다.

뜨레쁠레프는 어머니이자 유명 배우인 아르까지나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니나는 뜨레쁠레프의 연극에 출연하지만 결국 아르까지나의 연인인 작가 뜨리고린에게 끌려 도시로 떠난다. 니나는 도시에서 배우로서 실패와 상실을 겪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도 예술에 대한 열망을 버리지 못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니나가 "나는 갈매기다"라고 읊조리는 순간, 뜨레쁠레프는 깊은 절망을 느끼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맨씨어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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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도의 무대 복귀에 공연 시작 전부터 객석은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전미도가 연기한 니나는 순수한 꿈을 좇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고, 다시 일어서는 인물이다. 전미도는 니나의 희망과 절망, 사랑과 상실, 예술에 대한 집착까지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특히 4막에서 니나가 자신의 처지를 절규하는 장면은 이번 공연의 백미였다. 그의 절규는 객석을 가로질러 관객들의 심장을 울렸고, 눈빛과 몸짓, 떨리는 손끝을 통해 니나의 고통과 희망을 고스란히 전했다.

전미도가 무대 위에서 보여준 절절한 감정은 불안한 미래 앞에 선 현대인의 자화상이기도 했다. 130년 전 체호프가 던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이, 전미도의 니나를 통해 다시 한번 관객들에게 깊이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공연이 끝나자마자 관객들이 자연스레 자리에서 일어나 전미도와 배우들에게 아낌없는 기립박수를 보냈다.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손을 흔들던 전미도는 눈시울을 붉히며 관객들을 향해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선 그의 감격과 관객의 환호가 하나로 어우러진 순간이었다.

한 관객은 "마지막 20분 동안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몰입했다. 전미도의 니나는 내 삶의 한 조각을 보는 듯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맨씨어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맨씨어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미도뿐 아니라 임철수(뜨레쁠레프), 이동하(뜨리고린), 양소민(아르까지나), 이대연(소린), 이정열(도른) 등 출연진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임철수는 예술적 열망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방황하는 뜨레쁠레프의 내면을 밀도 있게 그려냈고, 이동하는 냉철하면서도 흔들리는 뜨리고린의 복합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양소민은 아르까지나의 화려함과 불안정함을 각기 다른 색채로 보여줬고, 이대연과 이정열 등 베테랑 배우들은 극의 무게감을 더했다. 이은(마샤), 권겸민(메드베젠꼬), 황영희(뽈리나), 강진휘(샤므라예프) 등 조연진도 각자의 개성으로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15년 만에 '갈매기'를 무대에 올린 극단 맨씨어터의 원숙한 연출도 인상적이었다. 맨씨어터는 2011년 '갈매기' 공연 당시 1층 객석을 모두 걷어낸 실험적인 무대와 파격적 연출, 압도적 캐스팅으로 관객과 평단의 열광을 끌어낸 바 있다.

이번 재공연에선 작품의 배경인 호수를 실제로 무대 위에 옮겨놓은 듯한 연출이 돋보였다. 호수의 물이 서서히 불어나 공연 말미에는 무대 전체를 뒤덮도록 한 설정도 눈길을 끌었다. 인물들의 요동치는 감정을 관객에게 오롯이 이어주는 음악도 몰입감을 더한다.

연극 '갈매기'는 오는 31일까지 공연된다.

연극 '갈매기' 무대 모습 연극 '갈매기' 무대 모습

[맨씨어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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