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경찰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이후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힌 내용의 기사에 달린 한 댓글이다. 짧은 댓글 속 경찰에 대한 불신이 단적으로 드러났다.
형소법 개정 논의가 한참이던 지난달 ‘장윤기 사건’ 부실 수사 논란이 터지면서 경찰은 빠르게 개선 대책을 내놨다. 연고지 유착 문제를 뿌리 뽑기 위해 순환인사제를 도입하고, 경찰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사건에 대해선 상피제를 통해 제 식구 감싸기 관행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내부비리수사대를 통해 수사비위와 부패행위를 엄단하고 외부의 감시, 통제 장치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차갑다. 비위가 터지면 개선책을 내놓고 또 다시 사고가 반복되는 익숙한 현상이라고 생각해서일 것이다. 경찰은 불과 지난 4월에도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 부실 대응, 강남서의 인플루언서 관련 사기 사건 수사 무마 의혹 등이 잇달아 터지자 “단 한건의 일탈도 국민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대대적인 감찰을 진행했다.
반복되는 사후처방으론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이달 초 한길리서치가 진행한 여론조사(만 18세 이상 1000명 대상 조사)에서 경찰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55.2%로 절반을 넘어섰다. 경찰 수사를 믿지 못해 수사관을 교체해달라는 요청 뿐만 아니라 수사가 적절했는지 봐달라는 수사심의 신청 역시 지속 증가하고 있다.
10월부터는 개정 형소법 시행으로 경찰이 대부분의 사건을 맡는 핵심 수사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제 시민들은 경찰 수사의 공정성에 더 크게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이번만큼은 경찰이 조직의 명운을 건다는 말이 빈말이 되어선 안된다. 더 큰 권한을 갖게 된 경찰이 그에 맞는 책임을 증명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진정으로 명운을 걸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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