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내정은 없었다’는 대전시… 그렇다면 누가 먼저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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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내정은 없었다’는 대전시… 그렇다면 누가 먼저였나

투어코리아 2026-08-11 04:44:2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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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석만 투어코리아뉴스 / 대전·충청·세종본부 본부장.
▲류석만 투어코리아뉴스 / 대전·충청·세종본부 본부장.

[투어코리아=류석만 기자] 공직 인사는 사람을 고르는 일이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기준을 세우고 절차를 밟는 일이어야 한다.

허태정 대전시장의 민선9기 첫 정무수석보좌관 인선을 둘러싼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이유다.

논란의 핵심은 안중기 전 대전시의원이 정무수석에 적합하냐가 아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내용만으로 안 전 의원의 자격 미달이나 임용의 위법성을 단정할 근거도 없다.

문제는 인선을 둘러싼 설명이 서로 다르다는 데 있다.

지난 7월 29일 지역 매체는 허 시장이 안 전 의원을 정무수석으로 낙점했고, 행정안전부 인사검증 등을 거쳐 임명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다음 날에는 또 다른 지역 매체가 윤종수 전 대외협력비서가 당초 내정됐다가 안 전 의원에게 자리를 양보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내놨다.

그런데 지난 7일 뉴스핌을 통해 전해진 대전시의 설명은 달랐다.

대전시는 윤 전 비서가 내정됐다가 후보자가 바뀐 사실이 없으며, 확정된 내용도 내정된 사실도 없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윤 전 비서의 자격이나 경력을 별도로 검토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질문은 단순하다.

윤종수 전 비서는 실제 후보로 검토된 적이 없는가.

검토된 적이 없다면 ‘내정·양보’라는 구체적인 보도는 어떤 경위에서 나온 것인가. 반대로 공식적인 내정은 아니더라도 실제 검토가 있었다면, 대전시가 말하는 ‘내정된 사실이 없다’는 설명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이 부분부터 명확해야 한다.

더구나 대전시는 윤 전 비서에 대해 인사위원회를 개최하거나 행정안전부와 협의를 진행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오히려 확인해야 할 것은 정무수석 인선의 공식 절차가 언제 시작됐느냐다.

전문임기제 공무원으로 임용되는 자리라면 임용계획과 자격기준, 인사위원회 절차 등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일정한 전문임기제 직위라면 직위·직무·상당계급 등에 대한 행정안전부와의 사전협의 여부도 별도로 따져봐야 한다.

여기서 ‘행안부 인사검증’과 ‘행안부 사전협의’를 같은 개념으로 봐서는 안 된다. 후보자 개인에 대한 검증과 직위·직무 등에 관한 사전협의는 별개의 절차이기 때문이다.

결국 대전시가 답해야 할 질문은 어렵지 않다.

임용계획은 언제 마련됐는가.

직급과 자격 기준은 언제 확정됐는가.

인사위원회 의결은 있었는가.

행안부 사전협의가 필요했다면 언제 진행했는가.

안 전 의원은 언제 후보로 검토됐는가.

윤 전 비서는 실제 검토 대상이었는가.

이것을 시간순으로 설명하면 된다.

측근 인사 자체가 문제라는 것도 아니다. 정무수석이라는 직위의 특성상 시장과 신뢰 관계가 있는 인사가 기용될 수 있다.

그러나 측근 인사와 절차적 특혜는 다른 문제다.

전자는 인사권자의 판단 영역일 수 있지만, 후자는 기록과 절차로 확인해야 한다.

허 시장은 취임 직후 인사혁신과 공정성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민선9기 첫 정무수석 인사는 그 원칙이 실제 행정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첫 시험대가 될 수밖에 없다.

이번 사안을 두고 안 전 의원의 임용이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윤 전 비서가 실제 내정됐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하지만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과 확인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다르다.

오히려 설명이 엇갈릴수록 행정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공직 인사에서 중요한 것은 ‘누구를 앉혔느냐’만이 아니다.

그 사람을 정하기 전에 기준이 있었는지, 그 기준에 따라 절차가 진행됐는지, 그리고 그 과정을 시민에게 설명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공정 인사’를 내건 민선9기다.

그렇다면 이번 인사에서 허 시장이 보여줘야 할 것은 인사권자의 결단이 아니라, 그 결단이 어떤 기준과 절차 위에서 이뤄졌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기록이다.

인사는 시장의 권한이다.

그러나 그 권한의 행사는 시민에게 설명할 책임이 따른다.

이번 정무수석 인사의 진짜 검증대는 안중기라는 사람이 아니다.

사람보다 기준이 먼저였는가.

바로 그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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