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美 여력 줄자 거듭 요청…정부 '살상무기 직접지원 않는다'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우크라이나가 북한군의 러시아 대규모 추가 파병 가능성을 제기하며 한국에 방공체계 지원을 거듭 촉구하고 나섰지만, 정부는 기존의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10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한국의 방공체계 지원을 희망하며 양국 외교관들이 접촉하고 있다고 밝힌 데 대해 "우리의 각국에 대한 방산물자 제공은 관련 국내법과 정책을 준수하는 가운데 이뤄져 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에너지, 인프라, 보건의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실시해왔다"며 "앞으로도 우크라이나 평화 회복과 재건을 위한 방안을 검토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은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인도적·비군사적 지원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서도, 살상 무기를 직접 제공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유지해왔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공유한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부족한 방공 시스템 분야에서 한국의 지원을 받고 싶다"며 "한국에 법적 제약이 있지만 우리는 이런 협력을 기대하고 있고 양국의 외교관들이 접촉 중"이라고 전했다.
외교부는 "외교채널을 통한 소통 내용에 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우크라이나가 그간 꾸준히 한국에 방산·안보 분야 협력 확대를 요청해왔다는 점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번 메시지를 새롭게 여기지는 않는 기류가 감지된다.
실제로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지난 6월 말 방한해 조현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안보·재건 협력 확대를 논의했으며, 직접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해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북한의 위협에 맞서 협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가 이처럼 한국을 향해 거듭 지원을 요청하는 배경에는 최근 우크라이나의 방공망 부족 문제 심화가 있다.
그간 우크라이나는 주로 미국 등 서방에 방공무기를 의존해왔지만, 미국 역시 이란과의 전쟁 장기화로 패트리엇을 비롯한 방공 요격미사일 재고가 크게 줄었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중동 방공 수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자산을 재배치하면서 한반도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방공 역량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최근 북한이 러시아에 3만∼5만명의 병력을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고 주장한 것도 그 사실 여부가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우크라이나가 서방과 한국으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자국이 마주한 위협을 부각하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측은 북한군이 러시아에서 현대전 경험과 군사 기술을 축적하는 것이 한국 안보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한국의 지원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북러 군사협력은 우리의 안보에 직결되는 문제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행위"라며 "정부는 북러 군사협력이 즉시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이며 관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군 3만∼5만명 추가 배치 주장에 대해서는 "정보 관련 사항에 관해서는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했다.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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