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마시고, 입고, 바르고, 보는' 모든 것들을 이야기합니다.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유통가 뒷얘기와 우리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비재와 관련된 정보를 쉽고 재밌게 풀어드리겠습니다.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자 주]
커피 한 잔을 사러 들어간 카페에서 떡볶이를 주문하고, 주먹밥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일이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이제는 여름철 대표 보양식으로 꼽히는 초계국수까지 카페 메뉴판에 등장했습니다.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음료를 넘어 식사 메뉴로 영역을 빠르게 넓히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샌드위치나 베이글처럼 커피와 곁들이는 메뉴를 추가하는 정도였다면 최근에는 떡볶이·주먹밥·볶음밥·핫도그·치킨·국수 등 한 끼 식사를 연상시키는 메뉴까지 잇따라 선보이고 있습니다.
단순히 ‘이색 메뉴’를 하나씩 추가하는 수준으로 보기에는 움직임이 꽤 넓습니다. 저가 커피 업계가 이제 커피 외 매출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떡볶이부터 초계국수까지···카페가 ‘한 끼’를 판다
가장 적극적인 브랜드 중 하나는 더벤티입니다. 더벤티는 지난 6월 간편식 메뉴 카테고리인 ‘더벤티네 키친’을 선보였습니다. 로제 떡볶이와 마라 떡볶이, 매콤 소보로밥, 간장 소보로밥 등 4종으로 시작했는데요.
특히 소보로밥은 주먹밥 형태로 만들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커피와 함께 즐기는 간식이 아니라 아예 ‘간단한 한 끼’를 겨냥한 메뉴인 셈입니다.
최근에는 당진 지역 맛집 ‘길몽가온’과 협업해 ‘별미 냉초계국수’까지 출시했습니다. 초계 육수에 닭고기를 넣고 살얼음을 더한 컵국수 형태로, 여름철 시원하면서도 든든한 식사를 찾는 고객을 겨냥했습니다.
더벤티가 아예 간편식 카테고리를 별도로 만들고 계절 메뉴까지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식사 메뉴를 일회성 신메뉴가 아닌 새로운 매출 영역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습니다.
메가MGC커피도 비슷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메가MGC커피는 컵떡볶이와 컵빙수에 이어 ‘엠지씨네 양념 컵치킨’을 선보였습니다. 4000원대 가격에 순살 치킨과 떡을 담은 메뉴로, 커피전문점에서 치킨을 판매한다는 사실 자체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최근 여름 시즌에는 ‘엠지씨네 통쏘시지 김볶밥’도 내놨습니다. 김치볶음밥에 통소시지를 얹은 메뉴로 가격은 4400원대입니다. 대용량 음료와 함께 간단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컴포즈커피 역시 지난 2월 ‘쫄깃 분모자 떡볶이’와 대파크림 햄샌드위치, 치폴레 햄샌드위치를 함께 출시했습니다. 떡볶이 하나를 추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샌드위치까지 함께 강화하면서 간식과 식사 대용 수요를 동시에 노린 겁니다.
빽다방도 지난달 100g 소시지를 넣은 ‘레드핫 빽그램핫도그’와 ‘레드핫 소세지빵’을 선보였습니다. 기존 빽그램핫도그에 이어 소시지를 활용한 제품을 확대하며 포만감 있는 베이커리 메뉴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디야커피 역시 지난 4월 김치볶음밥과 현미 소불고기볶음밥, 저당 떡볶이 등을 선보이며 식사 메뉴를 확대했습니다.
브랜드마다 제품은 다르지만 방향은 같습니다. 커피를 마시러 온 고객에게 커피만 팔지 않겠다는 겁니다.
왜 지금 ‘커피 아닌 메뉴’에 눈 돌렸나
배경에는 포화된 커피 시장이 있습니다. 국내 커피전문점 수는 이미 10만개를 넘어섰습니다. 특히 메가MGC커피와 컴포즈커피, 빽다방, 더벤티 등 저가 커피 브랜드는 대학가와 오피스 상권은 물론 주거지역까지 촘촘하게 매장을 늘려왔습니다. 매장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성장세를 계속 이어가기 어려운 환경이 된 겁니다.
저가 커피의 핵심 경쟁력인 ‘저렴한 아메리카노’도 양날의 검입니다. 소비자에게는 가격 경쟁력이지만 브랜드 입장에서는 객단가를 높이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1000원대 또는 2000원대 커피 한 잔을 판매해 발생하는 매출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고객 수를 계속 늘리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결국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이미 매장에 들어온 고객에게 다른 메뉴를 하나 더 판매하는 것입니다. 커피를 주문하면서 주먹밥 하나를 추가하고, 떡볶이와 음료를 함께 주문하도록 만드는 식입니다. 신규 고객을 한 명 더 확보하지 않고도 한 번의 방문에서 발생하는 매출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전략입니다.
특히 기존 매장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식사 메뉴를 판매하기 위해 별도의 식당을 새로 열 필요 없이 기존 가맹점의 공간과 인력, 설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본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매출원을 만들면서 출점 비용을 추가로 크게 늘리지 않을 수 있고, 가맹점 역시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추가 판매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점심 장사’가 가능해진다
식사 메뉴의 또 다른 매력은 방문 시간대를 넓힐 수 있다는 점입니다. 커피전문점은 출근 시간이나 오후 시간대 수요가 강한 반면 점심시간에는 식당과 경쟁해야 합니다. 하지만 볶음밥이나 떡볶이, 국수 같은 메뉴가 있다면 점심시간 자체를 새로운 매출 시간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아침에는 샌드위치와 커피, 점심에는 볶음밥이나 국수, 오후에는 커피와 디저트를 판매하는 식으로 하루 매출을 촘촘하게 만들 수 있는 겁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장점이 있습니다. 고물가로 외식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에는 부담스럽지만 간단하게 허기를 달래고 싶은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1인 가구나 혼밥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는 주먹밥이나 볶음밥, 핫도그 같은 메뉴가 ‘틈새 한 끼’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커피 매장은 일반 식당보다 생활 반경 안에 촘촘하게 들어서 있는 경우가 많아 접근성도 높습니다.
가맹점 입장에선 ‘얼마나 남느냐’가 더 중요
다만 식사 메뉴 확대가 본사와 가맹점 모두에게 무조건 이득인 것은 아닙니다. 메뉴가 늘어나면 원재료 보관과 관리가 복잡해지고 조리 과정도 길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주문이 몰리는 점심시간에는 음료와 식사 메뉴를 동시에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인력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저가 커피 브랜드들이 선보이는 메뉴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컵떡볶이, 주먹밥, 볶음밥, 핫도그, 컵치킨처럼 조리가 비교적 간단하고 포장하기 쉬운 메뉴가 많다는 겁니다. 작은 주방에서도 판매할 수 있고 배달이나 포장 수요까지 대응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결국 본사 입장에서는 가맹점 운영 부담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 추가 매출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면 본사와 가맹점 사이의 수익 배분 구조가 문제가 됩니다.
저가 커피 시장이 포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이제는 본사가 얼마나 많은 메뉴를 개발하느냐뿐 아니라, 그 메뉴를 판매했을 때 가맹점에 얼마나 수익이 남느냐도 브랜드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최근 주요 저가 커피 브랜드의 수익구조를 보면 차이도 나타납니다. 각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저가 커피 브랜드의 매출총이익률은 메가MGC커피 36.4%, 더벤티 30.6%, 매머드커피 27.2%, 컴포즈커피 27%, 빽다방 20.7%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빽다방의 매출총이익률이 주요 5개 브랜드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매출총이익률만으로 가맹점의 실제 수익성을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매출에서 원재료비 등 매출원가를 제외하고 본사에 얼마나 이익이 남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만큼, 원·부자재 공급 과정에서 본사가 확보하는 수익 구조를 살펴보는 참고 지표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더본코리아 측은 합리적인 판매가격을 유지하면서 소비자 가격 경쟁력과 가맹점의 원재료 비용, 운영 부담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원두 공급 구조를 관리해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공급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음료 가격이나 원가 조정 과정에서도 점주협의체와 점주참여 메뉴 TF 등을 통해 현장 의견을 듣고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수익 배분 구조는 식사 메뉴 경쟁이 본격화될수록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커피보다 원재료와 조리 과정이 복잡한 메뉴가 늘어날수록 가맹점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본사가 새로운 떡볶이나 볶음밥을 개발해 판매량을 늘리더라도 원재료 가격이나 조리 부담이 높다면 가맹점의 실질적인 이익은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메뉴를 표준화하고 조리를 간소화하면서 원·부자재 공급 가격까지 관리한다면 기존 매장에서 새로운 매출을 만들면서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결국 ‘무엇을 더 팔 것인가’ 못지않게 ‘팔아서 누가 얼마나 남길 것인가’가 중요해지는 셈입니다.
다음 승부처는 ‘맛집 협업’?
식사 메뉴 경쟁이 앞으로 단순 간편식 확대에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더벤티가 당진 지역 맛집 ‘길몽가온’과 협업해 초계국수를 선보인 것처럼 유명 맛집이나 지역 특색이 있는 메뉴를 프랜차이즈 매장으로 가져오는 방식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해당 지역이나 맛집을 찾아가지 않아도 가까운 카페에서 유명 메뉴를 경험할 수 있고, 브랜드 입장에서는 경쟁 브랜드와 차별화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저가 커피 브랜드는 전국에 촘촘한 가맹점망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점포망을 활용하면 특정 지역에서만 유명한 메뉴를 전국 단위로 확장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전국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동네 맛집’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외식 모델이 만들어질 수도 있는 겁니다.
다만 메뉴가 많아진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커피와 치킨, 떡볶이, 국수까지 모두 판매하면서 브랜드 정체성이 흐려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조리 메뉴가 늘어날수록 매장 운영이 복잡해지고 품질 편차가 커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카페에서 파는 식사’가 아니라 소비자가 실제로 다시 찾는 식사 메뉴를 만드는 것입니다.
저가커피 경쟁, 이제 ‘메뉴판 크기’ 아닌 ‘수익성’ 싸움
저가 커피 업계의 경쟁 공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얼마나 싸게 커피를 팔 것인가’가 중요했고, 이후에는 ‘얼마나 많은 매장을 확보할 것인가’가 성장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한 번 방문한 고객에게 무엇을 더 팔 것인가’가 새로운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붙습니다. 그 매출이 가맹점의 이익으로 얼마나 연결되느냐입니다. 떡볶이에서 주먹밥으로, 볶음밥에서 치킨으로, 다시 계절 메뉴인 초계국수와 맛집 협업 메뉴로.
저가 커피 브랜드들이 커피잔 밖으로 메뉴 영역을 넓히는 것은 단순한 신메뉴 경쟁이 아닙니다. 출점만으로 성장하기 어려워진 시장에서 기존 점포의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매출원을 확보하려는 전략입니다. 하지만 소비자가 지갑을 열고, 가맹점에도 실제 이익이 남아야 이 전략은 지속될 수 있습니다.
결국 저가 커피의 다음 경쟁은 어쩌면 커피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커피 한 잔을 사러 온 고객에게 무엇을 더 먹게 할 것인가. 그리고 그 매출에서 가맹점에 얼마를 남겨줄 것인가. 포화된 저가 커피 시장의 경쟁이 이제 이 두 가지 질문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매출총이익률=매출액에서 원재료비 등 매출원가를 뺀 매출총이익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 기업이 상품을 판매해 원가를 제외하고 어느 정도의 이익을 남기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프랜차이즈에서는 본사의 원·부자재 공급 등과 관련한 수익구조를 살펴보는 참고 지표로 활용할 수 있지만, 가맹점의 실제 영업이익률과 동일한 개념은 아니다.
☞차액가맹금=가맹본부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상품이나 원·부자재 가격에 가맹점이 실제 부담하는 가격과 공급원가의 차액을 더해 얻는 가맹본부의 수익을 의미한다. 가맹점 입장에서는 원가 부담과 직결될 수 있어 프랜차이즈 업계의 주요 수익 배분 이슈로 꼽힌다.
☞객단가=고객 한 명이 한 번 방문해 평균적으로 지출하는 금액. 저가 커피처럼 상품 가격이 낮은 업종에서는 객단가를 높이는 것이 매출 확대의 중요한 방법 가운데 하나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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