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버려지거나 고장이 난 PC부품, IT기기 등을 찾는 수요가 부쩍 늘었다. 이들 제품을 저렴하게 매입한 뒤 직접 수리해 재판매하는 이른바 '테크 리사이클링 재테크(이하 테크 재테크)'가 각광을 받고 있어서다. 수리에 성공만 하면 적게는 3배에서 5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다 수리 자체의 재미도 높다는 점에서 20·30 남성들의 호응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고장난 전자제품 삽니다" 옛 전파상 놀이에 푹 빠진 20·30 남성들
최근 소셜미디어나 동영상 플랫폼 등에서는 고장 난 IT 기기를 분해하고 정밀 수리해 새 제품처럼 복원하는 콘텐츠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브와 틱톡 등에서는 버려진 기기나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 전자기기를 수리해 정상 작동시키는 영상이 수백만건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세분화된 전문 채널도 다수 등장했다. 단순히 PC 부품에 그치지 않고 스마트폰, 태블릿 PC, 게임 컨트롤러, 프리미엄 헤드셋 등 특정 기기만을 전문적으로 수리하는 크리에이터들도 부쩍 늘었다.
버려지거나 고장이 난 PC 부품이나 IT기기 등을 저렴하게 매입한 후 직접 수리해 되파는 '테크 재테크'의 인기 덕분이다. 최근 당근,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부품용' '고장품' '정크(Junk)' 등의 키워드로 등록된 물건들이 우후죽순 늘고 있다. 용산전자상가의 한 상인은 "요즘은 중·고등학생은 물론 초등학생들까지 와서 화면이 안 들어오거나 버튼이 안 눌리는 단순 고장 제품을 찾아 구매해 간다"며 "유튜브 수리 영상들을 보고 직접 고쳐보고 또 중고로 되팔기 위해서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테크 재테크족들이 가장 많이 매입하고 수리하는 대표 품목은 수요가 꾸준한 아이폰, 삼성 갤럭시 시리즈, 맥북 등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다. 화면이 완전히 파손되거나 전원이 켜지지 않는 스마트폰을 중고 플랫폼에서 부품용으로 3만원~5만원 선에 매입한 후 해당 기기와 호환되는 부품을 따로 매입해 직접 교체하는 식이다. 대부분의 부품은 1~2만원대에 구매 가능하다. 수리를 마친 기기는 중고 플랫폼 등에서 15만원~20만원 선에 재판매가 가능해 수리비와 부품값을 빼더라도 약 8만원~13만원 가량의 차익 실현이 가능하다.
태블릿 PC나 콘솔 게임기도 테크 재테크족들이 자주 찾는 제품 중 하나다. 배터리 수명이 다하거나 버튼 접촉 불량이 난 게임기 본체는 부품용으로 4만원~5만원대에 거래된다. 소모품 부품과 케이스를 1만원~2만원에 구입해 교체 및 도색 작업을 거치면 중고 시장에서 15만원~18만원 사이에 판매 가능하다. 액정이 깨진 고성능 태블릿 PC도 5만원~7만원에 매입해 액정을 교체하면 25만원~30만원대에 거래가능해 3~5배 가량의 시세 차익을 시현할 수 있다.
다만 수리에 실패했을 때는 일정 부분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은 테크 재테크의 최대 단접으로 꼽힌다. 용산의 한 IT기기 매장 관계자는 "버튼이나 배터리, 액정 교체 같은 단순 결함은 일반인도 쉽게 고칠 수 있지만 메인보드 칩셋이 태워졌거나 기판 패턴이 단선된 고난도 결함은 수리 자체가 불가능해 매입금만 날릴 수 있다"며 "특히 구형 부품이나 일부 전자기기의 경우 대체할 부품 자체를 구하기 어려워 손해를 보는 일도 빈번하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테크 재테크가 각광받는 배경에 고물가 여파와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른 완제품 가격 급등, 이른바 '칩플레이션'이 자리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 '자가 수리(DIY)' 인기와 학습 욕구, 친환경 선호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그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 스티브 잡스도 창고에서 직접 기기를 만지며 시작했듯 학생이나 젊은 층이 단순한 이론 공부에만 치중하지 않고 유튜브 등을 보며 직접 기기를 뜯어보고 고쳐보는 행위 자체는 개인의 발전 차원에서도 매우 유익한 결정이다"고 평가했다.
이어 "사소한 고장은 소비자가 직접 배워 해결하는 구조는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낳는다는 점에서 사회적인 이점도 많다고 볼 수 있다"며 "다만 전문가가 아닌 미숙련자가 수리해 판매했을 때 유통된 제품에 또다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매자들 역시 품질 검증이 되지 않은 비전문적 수리 제품 거래 시에는 더욱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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