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의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여전히 서울 곳곳에는 향후 개발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는 상당한 규모의 잠재 공급 부지가 분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폐교를 비롯해 장기간 미개발 상태로 남은 공공부지, 도심 차량기지와 군부대, 비산림 그린벨트 등 활용 가능성이 거론되는 부지를 모두 합하면 국제 규격 축구장 600개를 훌쩍 넘는 규모에 달했다. 이들 부지 중 일부는 현재 공공·교통·군사시설 등으로 쓰이고 있어 즉각적인 주택 공급은 어렵지만 향후 도시계획 변경이나 시설 이전, 복합개발 등을 통해 다양한 공급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잠재 공급 자원으로 보기엔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서울 도심 곳곳에 숨은 잠재적 주택 공급 부지들…폐교·공공부지·차량기지 등 약 444만㎡
르데스크가 잠재 공급 가능 부지로 분류되는 서울시교육청 폐교 재산과 차량 기지, 주요 공공부지, 이전·개발 논의가 제기된 군부대, 서울시 개발제한구역 통계 등을 종합 분석한 결과, 구체적인 위치와 면적이 확인된 폐교·차량기지·공공부지·군부대 부지면적(대지면적)은 약 444만3879㎡로 집계됐다. 국제 규격 축구장(대지면적 7136㎡) 약 623개를 합친 규모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서울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계획안에 따르면 총 사업면적 53만345㎡에 1만4012가구를 공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1만㎡당 약 264가구 수준의 공급이 이뤄지는 셈이다. 서울시내 잠재 공급 가능 부지에 동일한 비율로 집을 짓는다고 가정했을 때, 약 11만7300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부지 형태별로 살펴보면 먼저 서울시교육청이 보유중이면서 기존 학교 부지가 남아 있는 폐교·학교 이전 부지는 공진중학교, 염강초등학교, 화양초등학교, 도봉고등학교, 덕수고등학교 옛 행당동 부지, 성수공업고등학교 등 총 6곳이다. 서울시교육청의 '폐교재산 활용계획 업무보고'에 따르면 이들 부지의 대지면적은 덕수고 옛 행당동 부지 약 3만5128㎡, 성수공고 약 1만3800㎡, 도봉고 약 1만3008㎡, 공진중 약 1만1081㎡, 염강초 약 1만1077㎡, 화양초 약 5584㎡ 등이다. 합산 규모는 약 8만9678㎡에 달한다. LH의 서울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에 적용한 가구밀도(1만㎡당 약 264가구)를 적용하면 약 2367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실제 공급 물량은 용적률과 건폐율, 공원·도로 등 기반시설 확보 비율, 높이 제한 및 기존 활용계획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통상 폐교 부지는 이미 도로와 전기·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이 구축된 시가지 내에 위치하고 비교적 정형화된 대규모 필지라는 점에서 신규 택지보다 개발 여건이 우수하다는 평가가 많다. 활용 방식도 다양하다. 학교 건물을 철거하고 공동주택을 신축하는 방식 외에도 기존 학교를 리모델링해 청년주택·기숙사·고령자 주택 등으로 전환하고 운동장에 주택을 추가하는 복합개발 방식도 거론된다. 다만 실제 개발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도시계획상 학교시설 용도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하며 향후 학생 수 증가 가능성에 대비한 교육용 부지 확보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서울시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 수색역세권 개발사업 계획, 상암 DMC 미공급 사업용지 공급계획, 성동구치소 개발계획, 서남 물재생센터 개발계획,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 개발계획 등을 토대로 파악된 서울 시내 주요 공공부지는 총 6곳이다. 용산정비창(약 49만5000㎡), 수색역세권 개발부지(약 34만6000㎡), DMC 미공급 사업용지(약 8만1646㎡), 옛 성동구치소(약 7만8758㎡), 서남 물재생센터 유휴부지(약 7만3000㎡),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약 1만1368㎡) 등이다. 이들 부지의 총 면적은 약 108만5772㎡에 달했다. 폐교 부지와 같은 방식의 가구밀도를 적용했을 때 약 2만8700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물론 실제 공급 규모는 개별 부지의 개발계획과 용적률, 공원·도로 등 기반시설 확보 비율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용산정비창은 현재 국제업무지구 조성이 추진 중인 부지로 업무·상업·문화시설과 공원, 도로 등이 함께 계획돼 있어 부지 전체를 온전히 주택용으로 활용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3월 공개된 서울교통공사의 토지정보 현황에 따르면 서울 시내 주요 차량기지는 고덕차량기지(25만241㎡), 군자차량기지(24만5300㎡), 신정차량기지(23만4287㎡), 수서차량기지(20만4280㎡), 천왕차량기지(19만5789㎡), 신내차량기지(18만5929㎡), 창동차량기지(17만9578㎡), 방화차량기지(17만8025㎡) 등 총 8곳이다. 이들 차량기지의 전체 면적은 167만3429㎡에 달하며 이들 부지에 LH의 공공주택 복합사업과 동일한 가구밀도로 집을 짓는다고 가정했을 때, 약 4만4200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차량기지는 지하철의 주차·세척·정비 등을 담당하는 필수 운영시설인 만큼, 단순 철거 후 아파트 건립은 어렵지만 그렇다고 100%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차량기지의 현실적인 개발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차량기지를 시 외곽 등으로 이전한 뒤 기존 부지 전체를 개발하는 '이전형'이 있다. 이 방식은 대규모 부지를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대체 부지 선정 과정에서 주민 반발, 장거리 철도 연결 공사, 막대한 이전 비용 등이 선결 과제로 지목된다. 또 다른 방식인 '입체복합형'은 기존 차량기지 기능을 유지한 채 철로 상부에 인공대지를 얹어 주택, 업무시설, 공원 등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기존 부지 활용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히지만 인공대지 설치비용과 함께 진동·소음 문제, 구조적 안전성 확보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사업비가 크게 늘어난다는 게 단점이다.
군(軍) 관련 부지, 그린벨트 해제 등 집 지을 여력 충분…"정부·지자체 의지가 중요"
개발 또는 이전 논의가 이뤄진 서울 내 군(軍) 관련 부지는 국방부 소유의 태릉골프장 부지(약 83만2000㎡), 수도방위사령부 남태령 부지(약 63만9000㎡), 독산동 군부대 부지(약 12만4000㎡) 등 3곳이다. 이들 부지의 전체 대지면적은 159만5000㎡로 국제 규격 축구장 약 223개를 합친 규모에 달한다. 앞서 타 잠재 부지에 적용한 가구밀도를 감안했을 때, 약 4만2200가구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이들 부지는 모두 국방 시설인 만큼 실제 개발이 이루어지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대체 부지 확보, 막대한 이전 비용 등은 고질적인 장애 요소로 꼽힌다. 이에 단계적으로 복합 개발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서울특별시의 '2025년 개발제한구역 기본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전체 그린벨트 면적은 149.1㎢에 달한다. 이 가운데 임야는 102.81㎢로 전체의 약 69%를 차지한다. 북한산과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관악산 등 환경 보전 가치가 높은 산림은 통상 주택 공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임야를 제외한 대지(2.61㎢)·전(6.10㎢)·답(6.68㎢)·잡종지(9.32㎢)·과수원(0.04㎢) 등 개발 검토가 가능한 지목의 면적은 총 24.75㎢다. 부동산 업계에선 그린벨트를 모두 개발하는 것은 현실성이 희박하지만 비산림 그린벨트의 5~10% 수준을 선별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충분히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논리를 적용했을 때 개발 검토 후보지의 규모는 약 123만7500㎡~247만5000㎡ 사이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LH의 서울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가구밀도를 적용했을 때, 3만2700가구~6만5000가구 가량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이는 LH의 서울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공급밀도를 적용해 산출한 단순 추정치로 개별 부지의 용적률과 높이 제한, 환경등급, 기반시설 설치 여건, 기존 사업계획 및 토지 이용계획 등을 반영하지 않은 이론상 잠재 공급 자원으로 분류할 수 있다.
각 지자체가 보유한 미활용 부지도 상당한 편이다. 서울 자치구 가운데 임야를 제외한 가장 많은 개발 검토 후보지를 보유한 곳은 강서구다. 잡종지 7.19㎢, 답3.13㎢ 등 총 11.40㎢에 달한다. 서울 전체 개발 검토 후보지의 약 46% 수준이다. 해당 부지의 10%만 활용해도 약 3만 가구 가량을 공급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초구에는 전(2.08㎢)과 답(2.06㎢) 등을 포함해 총 4.80㎢가 개발 검토 후보지가 존재했다. 약 1만2700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 밖에 ▲강동구 1.65㎢, 약 4400가구 ▲노원구 1.29㎢, 3400가구 ▲강남구 1.25㎢, 3300가구 등의 잠재 공급 자원도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평가, 공항 고도제한구역, 문화재·군사시설 보호구역, 하천과 습지, 급경사지, 소규모로 산재한 필지 등의 개발 제한 요건을 배제한 추정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 곳곳에 산재한 잠재 공급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서울 주택 공급 문제 해결의 핵심 열쇠라고 입을 모았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의 주택 공급난은 단순히 땅이 없어서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서울 곳곳에 흩어진 잠재 부지를 어떤 기준으로 선별하고 기존 기능을 어디로 옮기며 개발이익을 어떻게 환수할지에 대한 결정을 미뤄온 결과에 가깝다"며 "공공성이 낮아진 시설은 이전하거나 입체화하고 대규모 공공부지에는 일정 비율 이상의 주택 공급을 의무화하는 한편, 그린벨트 중 환경 가치가 낮은 훼손지를 선별적으로 활용하게 되면 수만 가구 이상의 공급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에 집 지을 땅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많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도시 안에는 아직 활용할 수 있는 잠재 부지들이 적지 않다"며 "현재 서울 내 폐교, 차량기지, 공공부지, 군부대뿐만 아니라 비산림 그린벨트 중 5~10% 수준은 전문가들이 충분히 선별적 개발이 가능하다고 보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범위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산재한 이 잠재 공급 자원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복합개발로 유도할 것인가 하는 정책적·정치적 결단이다"며 "합리적인 실행 방안이 마련된다면 서울의 고질적인 주택 공급난도 일부 해소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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