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과두정치' 부활…트럼프가 바꾼 정치·사회 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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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과두정치' 부활…트럼프가 바꾼 정치·사회 지형

이데일리 2026-08-10 17:48:3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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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1년 반을 넘기면서 미국의 정치·사회 지형이 뿌리째 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억만장자들은 내각에 앉아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끌어내고 있으며, 전직 정보기관 출신들은 실명까지 공개하며 독재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기업과 학교에서 차별을 걸러내던 연방정부의 안전장치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5월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미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백악관 열쇠'를 선물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AFP)
지난해 5월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미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백악관 열쇠'를 선물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AFP)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내각 구성원의 순자산 합계는 75억달러(약 10조 5825억원)로 집계됐다. 트럼프 대통령까지 더하면 140억달러(약 19조 7540억원)로 미 역사상 가장 부유한 행정부다. 재계 거물들이 밖에서 로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정부 안에 자리를 잡은 영향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7910억달러·약 1116조 1010억원)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2840억달러·약 400조 7240억원) 등이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 포진해 있다.

재계 인사들이 정부 요직을 맡으면서 혜택도 뒤따랐다. 벤처투자자 데이비드 색스는 인공지능(AI)·가상자산 정책 책임자로 일하며 대중국 AI 반도체 수출 규제 완화를 이끌었다. 팔란티어는 트럼프 대통령 복귀 후 1년간 연방정부 계약 매출이 65% 늘어 22억달러(약 3조 1042억원)에 육박했다.

2010년 기업의 선거 관련 지출을 표현의 자유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 이후 부유층, 특히 기업 경영진은 로비하기 유리한 후보에게 거액의 정치자금을 대기 시작했다. 일종의 투자였다. 2010년 미국 부자들이 선거에 쓴 돈은 3100만달러(약 437억 4100만원)였지만, 미 대선이 치러졌던 2024년에는 억만장자 상위 100개 가문이 무려 26억달러(약 3조 6686억원)를 정치자금으로 사용했다.

그러다가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는 아예 요직까지 한 자리씩 꿰차게 됐다. 로 카나 미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제는 거물들이 직접 정부에 들어와 있다”며 미국의 정치권력이 “과도한 부에 포획됐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지난 30년간 최상위 부자 400명이 전체 부(富)에서 차지하는 몫은 146% 불어난 반면 하위 절반의 몫은 25% 줄었다.

미국판 과두정치에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 전직 정보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독재자의 각본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며 공개 경고에 나섰다. 옛 소련과 발칸 지역에서 CIA 지부장을 지낸 폴 콜브는 FT에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하나같이 독재자의 각본과 겹쳐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가 속한 조직 ‘스테디 스테이트’에는 전직 정보·국가안보 당국자 400여명이 모여 있다.

이들이 특히 문제 삼는 것은 보안 인가 박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전직 정보 당국자 50명의 인가를 취소했고, 이후 비판자들에게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국가안보 전문 변호사 마크 자이드는 매카시즘 광풍이 불던 1950년대 ‘적색공포’ 이후 이 정도 규모로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기업인들의 내각 진출과 맞물려 민간에서도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이 빠르게 후퇴하고 있다. 메타는 지난해 1월 다양성 채용 중심의 사내 DEI 프로그램을 종료했고, 구글도 뒤이어 다양성 채용 목표를 모두 폐지했다. 월마트와 타깃, 맥도날드도 관련 프로그램을 줄이거나 없앴다.

학교에선 차별을 걸러내던 안전장치가 멈춰 섰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조사가 끝나 합의만 남겨둔 미 교육부 민권국의 학교 내 인종 괴롭힘·성희롱 사건 30여건이 무기한 동결됐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18개월간 마무리된 인종 괴롭힘 합의는 3건뿐이고, 성희롱·성폭력 관련 합의는 한 건도 없다. 2024년에는 각각 25건과 47건이었다. 민권국 인력은 절반 넘게 잘려 나갔고 지역사무소 12곳 중 7곳이 문을 닫았다.

백악관은 이런 비판을 일축했다. 데이비스 잉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뿌리 깊은 기득권과 정면으로 맞섰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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