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세수 나누자면서 여주는 빠졌다”…물·전력 내주고 세금은 ‘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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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세수 나누자면서 여주는 빠졌다”…물·전력 내주고 세금은 ‘0원’

경기일보 2026-08-10 17:43:1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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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시 (2)
여주시 범시민대책위원회 임원들이 최근 여주시청에서 긴급 대책회를 하고 시청 입구에서 여주 남한강 3개 보 재자연화 보 개방 반대 피켓을 들고 반도체 세수 나누자면서 여주는 빠졌다며 배분에 반영해 달라는 시위를 하고 있다. 유진동기자

 

경기도가 반도체 호황으로 급증한 용인·이천·화성·평택 등 수천억 원의 법인 지방소득세를 도세로 전환해 시·군에 재분배하는 ‘공동세원화’를 추진하면서 여주시가 또다시 세수 배분의 사각지대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가 반도체산업을 위해 남한강 물과 발전시설, 용수관로 부지를 제공하고 각종 규제와 환경 부담까지 떠안은 여주는 정작 반도체 세수 증가의 혜택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취수장과 용수관로에서 여주시가 거둘 수 있는 지방세는 ‘0원’이다. 여기에 여주시 법인 지방소득세 납부 1위였던 여주에너지서비스의 올해 신고세액마저 현재 ‘0원’으로 집계되면서 ‘이중 재정 역차별’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10일 경기도와 여주시 등에 따르면 도는 반도체 기업이 납부하는 법인 지방소득세 일부를 도세로 전환한 뒤 도내 시·군에 재분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도 단위 지방자치 체계에서 법인 지방소득세는 기업 사업장이 있는 시·군에 귀속된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 생산시설이 있는 이천과 삼성전자 사업장이 있는 화성·평택,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이 들어설 용인에 세수가 집중되는 구조다.

 

경기도는 반도체산업을 위해 광역교통망과 용수·전력 인프라를 구축하고 환경 부담까지 감당하는 만큼 세수를 합리적으로 배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해당 기초자치단체들은 기업 유치와 기반 시설 조성에 행정력과 예산을 투입하고 주민 불편까지 감수한 대가인 고유 세원을 경기도가 가져가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여주시 입장에서 이번 논쟁은 단순히 ‘경기도와 반도체 생산도시 간 세금 나누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생산시설은 없지만 반도체산업에 필수적인 물과 전력을 공급하는 지역의 희생과 기여도 세수 배분 기준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주시 (1)
여주시 범시민대책위원회 긴급 대책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대책위 관계자와 이충우 여주시장. 유진동기자

 

용인 반도체 일반산업단지에 필요한 공업용수는 여주시 세종대왕면 남한강 취수장에서 공급된다. 하루 공급량은 26만 5천t 규모이며, 지름 1천500㎜의 대형 관로가 약 36.9㎞에 걸쳐 설치됐다.

 

문제는 여주 지역에 설치된 취수장과 용수관로가 준공 후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용인시로 무상 귀속된다는 점이다. 지방자치단체 소유 재산은 지방세 비과세 대상이어서 여주시는 해당 시설에 취득세와 재산세를 부과할 수 없다.

 

결국 물은 여주에서 가져가고 시설도 여주 땅에 설치됐지만, 소유권과 반도체 생산에 따른 세수 효과는 용인 등에 돌아가는 구조다.

 

여주는 수도권정비계획법과 상수원보호구역 등 중첩 규제로 수십 년간 개발 제한을 받아왔다. 여기에 취수장과 용수관로 설치에 따른 주민 불편과 환경 부담까지 감수했지만, 반도체클러스터 조성에 따른 법인 지방소득세와 기업 유치, 일자리 창출 효과에서는 사실상 배제돼 있다.

 

여주시 법인 지방소득세 납부 1위였던 여주에너지서비스의 세수 급감도 지역의 박탈감을 키우고 있다.

 

북내면 외룡리에서 1천MW급 LNG 복합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여주에너지서비스는 2024년 35억 1천200만 원, 2025년 34억 6천100만 원의 법인 지방소득세를 납부했다.

 

그러나 SK E&S가 SK이노베이션에 흡수합병된 뒤 연결납세 방식이 적용되면서 올해 현재 신고세액은 ‘0원’으로 집계됐다. 연말까지도 2억여 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연결납세는 모회사와 자회사들의 손익을 합산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여주 발전소가 이익을 내더라도 그룹 전체에서 결손이 발생하면 법인세와 이에 연동된 법인 지방소득세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소음과 악취, 대기오염 등 발전소 운영에 따른 주민 부담은 그대로인데, 여주시가 매년 확보하던 35억 원가량의 핵심 세원은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지역사회에서는 경기도가 반도체 세수 공동세원화를 추진하려면 생산시설이 있는 도시의 세금을 도가 가져가 재분배하는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인 지방소득세 배분 기준에 생산시설뿐 아니라 용수 취수·공급량, 발전량, 송전선로, 환경·교통 부담, 상수원 규제에 따른 개발 제한 등을 반영하는 ‘기여·희생 지역 가중 배분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가첨단전략산업을 위해 용수와 전력을 공급하는 지역에 특별지원금을 지급하거나, 다른 지방자치단체로 귀속되는 기반 시설에 대해서도 시설 소재지에 재산세 상당액을 배분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여주시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 물을 공급하면서 규제와 환경 피해는 여주 시민이 감당하지만 세수와 산업발전의 혜택은 다른 지역이 가져간다”며 “생산시설 소재지뿐 아니라 용수공급 지역의 희생과 기여가 세수 배분에 반영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보선 대책위원장은 “경기도가 반도체 기반 시설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세수 배분을 요구한다면 남한강 물과 발전시설을 제공한 여주의 권리부터 인정해야 한다”며 “반도체산업을 떠받치는 모든 지역이 부담과 기여도에 따라 세수를 공유하는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공동세원화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광역단체의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한 세원 확보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생산도시와 경기도는 물론 물과 전력, 규제와 환경 부담을 감당하는 여주 같은 기반 시설 지역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세수 배분체계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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