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상완 기자] 올해 상반기 해외로 떠난 국민은 1496만1910명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지식정보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상반기 1500만7849명 대비 99.7% 수준까지 회복했다. 수치상으로 해외여행 시장은 과거 규모를 되찾은 모양새다. 핵심은 1496만 명의 행선지가 과거와 상당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의 월별 출국자 통계를 분석한 결과 1월부터 4월까지는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를 기록했지만 5월부터 하락세로 전환했다. 5월 국민 해외관광객은 2.1% 줄었고, 6월 출국자는 200만4723명을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10.0% 급감했다. 2024년 6월과 비교해도 9.7% 적은 규모다. 상반기 누적치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근접했음에도 5월과 6월에는 감소세가 관찰된다. "해외여행 수요가 계속 커지고 있다"고 단정하기에는 현재 지표와 어긋나는 부분이 존재한다.
◇5월 해외여행객 40.6%가 향한 일본… 국가별 격차 심화
한국관광공사가 각국 관광당국 자료를 취합해 공개한 목적지별 통계를 확인하면 특정 지역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 5월 국민 해외관광객 234만345명 중 약 95만1000명이 일본을 선택했다. 전체 출국 규모 대비 40.6%에 달하는 압도적인 수치다. 2위 베트남은 약 27만8000명, 3위 미국은 약 10만 명을 기록했다. 1위 일본과 2위 베트남의 방문객 차이만 67만 명 이상 벌어진다. 5월 주요 7개 목적지 중 전년 동월 대비 방문객이 늘어난 곳은 일본(+15.2%) 한 곳뿐이다. 베트남부터 홍콩까지 나머지 6곳은 일제히 하락했다.
일본의 성장 폭은 유독 가파르다. 일본정부관광국(JNTO)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인 방일객은 567만5100명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8.6% 늘었다. 2019년 상반기 386만2658명과 대조하면 무려 182만 명가량 상승해 46.9% 커진 규모다. 상반기 일본 전체 외국인 관광객은 2108만4800명으로 전년보다 2.0% 감소했다. 규모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한국인 비중은 전체의 약 26.9%를 차지했다. 일본을 찾은 외국인 네 명 중 한 명 이상이 한국인인 셈이다.
◇베트남은 2위 수성, 태국·미국 등 주요 지역은 하락세
일본 다음으로 덩치가 큰 베트남 시장은 장기 추세와 최근 월간 지표를 분리해서 살펴봐야 한다. 베트남 관광시장 공식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베트남을 찾은 한국인은 약 216만 명으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2019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108.9% 수준이라 장기적 관점에서는 코로나19 이전 규모를 웃돈다. 반면 5월 한 달만 떼어 보면 한국인 약 27만8000명이 방문해 전년 동월 대비 12.8% 하락했다. 2위권 목적지 규모를 확고히 방어하고 있지만 최근 월별 지표에서는 약세가 관찰된다.
태국은 뚜렷한 하락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방콕지사가 태국 관광 관련 공식 통계를 합산한 자료를 살피면 한국인 방문객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감률은 3월 -17.65%, 4월 -24.49%, 5월 -29.89%를 기록하며 하락 폭을 키웠다. 6월에는 4만7169명이 방문하는 데 그쳐 무려 44.99% 급락했다. 중위권에 포진한 다른 지역 사정도 비슷하다. 5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미국 23.1%, 대만 13.2%, 필리핀 28.3%, 홍콩 20.1%씩 각각 방문객이 줄었다.
◇체감 경비와 심리적 거리의 축소… '초집중' 현상
한국인 해외 관광 목적지가 극단적으로 나뉜 배경 중심에는 체감 경비와 이동 편의성이 존재한다. 장기화한 엔저 현상은 식비와 숙박비 등 현지 체류 비용 부담을 크게 낮추며 여행객의 발길을 끌어당겼다. 인천과 김포 공항을 비롯해 전국 주요 지방 공항에서 매일 출발하는 일본 소도시 직항편 급증 현상은 심리적 비행거리를 대폭 좁혔다. 주말 연휴를 이용해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지역이 늘어나면서 여행 수요를 거대하게 흡수했다.
반면 장거리 관광지는 고환율과 인플레이션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은 1인당 소요 경비가 치솟아 출국자가 급감했고, 태국 등 전통적인 동남아시아 수요는 물가가 저렴하고 신규 리조트 인프라가 쾌적한 베트남 등 대체 국가로 분산됐다. 전체 해외여행 총량은 2019년 수치에 근접했으나, 관광객들은 철저히 비용 대비 효용을 따져 목적지를 고르는 소비 행태를 굳혔다. 양적 회복을 달성한 한국 해외여행 시장은 완전히 새로운 지형으로 재편되는 단계를 거치고 있다.
뉴스컬처 이상완 prizewan2@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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