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폭염에 에어컨 시장 급성장⋯삼성·LG보다 더 뜨거운 중국 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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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폭염에 에어컨 시장 급성장⋯삼성·LG보다 더 뜨거운 중국 업체

M투데이 2026-08-10 17:02:3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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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투데이 이세민 기자] 유럽 폭염이 글로벌 에어컨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가 주요 유럽 시장에서 두 자릿수 판매 증가세를 기록한 가운데, 중국 업체들은 대규모 수출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의 유럽연합 에어컨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한 38억달러에 달했다. 선풍기 수출도 벨기에,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영국 등에서 20~97% 늘었다.

영국의 에어컨 본체와 부품 수입액은 올해 1~5월 전년 동기 대비 74% 증가했다. 다른 주요 유럽 시장에서도 증가율이 27~63%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유럽은 대표적인 에어컨 저보급 시장으로 꼽힌다. 국제에너지기구와 외신 등에 따르면 유럽 가정의 에어컨 보급률은 약 20% 수준에 그친다. 프랑스도 반복되는 폭염에도 가정용 에어컨 보급률이 약 25% 수준으로 알려졌다.

과거 유럽에서는 온화한 기후와 자연 환기를 선호하는 생활문화, 탄소배출 감축 정책 등이 에어컨 보급을 제한했다. 그러나 최근 폭염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면서 냉방 수요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수요 변화는 제품군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기존 벽걸이형 에어컨뿐 아니라 설치가 간편한 이동식·분리형 냉방기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소음 규제와 건물·문화재 보호 기준이 까다로운 유럽에서는 실외기 설치 부담이 적은 제품이 틈새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온라인 도매업체 조이바이는 지난 6월 19일부터 25일까지 일주일간 싱글 스플릿 에어컨 판매량이 평소보다 42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스탠드형 선풍기는 80배, 휴대용 개인 선풍기는 120배까지 판매량이 늘었다.

중국 가전업체 마이디어의 이동식 분리형 에어컨 ‘포타스플릿’도 유럽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포타스플릿 출하량은 지난달 29일 기준 20만대를 넘어섰다. 마이디어는 서유럽에서 해당 제품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국 언론은 유럽 일부 매장에서 포타스플릿 품절 현상까지 나타났다고 전했다. 현지 소비자가 이 제품을 두고 “포켓몬 카드보다 더 희귀하다”고 표현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국내 업체들도 유럽 폭염을 기회로 삼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 주요 시장에서 에어컨 판매가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냉방기기 수요가 늘어난 것이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

LG전자가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에어컨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
LG전자가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에어컨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

LG전자도 유럽 성수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에어컨 생산라인을 풀가동하며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프리미엄 가전 경쟁력과 에너지 효율, 현지 유통망을 기반으로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다만 시장 확대가 국내 업체의 독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과 빠른 제품 출시, 대규모 공급 능력을 앞세워 유럽 소비자의 신규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특히 마이디어 등 중국 업체들은 유럽 주거 환경에 맞춘 이동식·분리형 제품을 내놓으며 기존 대형 에어컨 시장 바깥의 수요까지 공략하고 있다. 설치 부담을 줄인 제품이 냉방 사각지대를 파고드는 셈이다.

중국 매체들은 급증한 에어컨 수출을 자국 제조업 경쟁력의 사례로 부각하고 있다. 차이나데일리는 유럽 폭염과 냉방 수요 증가를 거론하며, 추가 공급은 위협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필요한 ‘생명줄’이라는 논리를 폈다.

중국 외교부도 유럽 냉방 수요와 관련해 “필요에 부합하고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제품은 자연스럽게 구매자를 찾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유럽이 제기해온 중국의 과잉 생산과 저가 수출 논란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유럽 에어컨 시장은 당분간 성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낮은 보급률과 반복되는 폭염, 기존 주택 구조상 실외기 설치가 어려운 환경이 맞물리며 신규 냉방 수요가 계속 늘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유럽 냉방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 중국 업체들이 서로 다른 강점을 앞세워 맞붙는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국내 업체는 프리미엄과 에너지 효율을, 중국 업체는 가격과 공급 속도를 앞세우며 유럽의 폭염이 만든 새 수요를 둘러싼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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