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박정현 기자 | 국내 항공업계에 ‘SSC(선택적 서비스 항공사)’라는 새로운 사업모델이 등장했다. 기존 저비용항공사(LCC)와 대형항공사(FSC)의 중간을 표방한 하이브리드 항공사(HSC)에 이어 노선과 고객 수요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적으로 제공하는 전략이지만 수익성이 관건이다.
▲ 티웨이항공, 로즈빛 '트리니티' 시대 개막
지난 6일 티웨이항공은 ‘트리니티항공’으로 새 출발을 선언하며 SSC를 새로운 사업 전략으로 제시했다. 에어프레미아와 파라타항공이 HSC를 앞세워 LCC와 FSC 사이의 수요를 공략한 데 이어 티웨이항공은 서비스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차별화에 나섰다.
SSC는 노선과 고객 수요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에 집중하고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은 서비스는 효율화하는 방식이다. LCC의 가격 경쟁력은 유지하면서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에 선택적으로 비용을 투입해 가격 대비 가치를 높이는게 핵심이다.
국내 항공사들이 잇따라 새로운 사업모델을 내놓는 배경에는 LCC 시장의 경쟁 심화가 자리한다. 에어포탈 항공통계 조회 기준 국내에서는 9개 LCC가 경쟁하고 있어 단순히 운임을 낮추는 방식만으로는 차별화가 쉽지 않다. 이에 항공사들은 좌석, 기내 서비스, 노선 등에서 각자의 강점을 부각하며 새로운 수요층 확보에 나서왔다.
▲ HSC·SSC, LCC보다 좌석 넓고 편리하다?
HSC와 SSC라고 해서 LCC보다 반드시 ‘더 좋은 항공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좌석 간격만 놓고 보면 HSC나 SSC가 기존 LCC보다 압도적으로 넓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지난해 9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6개 국내 항공사의 이코노미 좌석 현황’에 따르면 200석 미만 소형 항공기를 기준으로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 등 4개 LCC의 기종별 좌석 수는 평균 186.7석, 평균 좌석 간격은 75.8cm였다.
HSC를 표방하는 에어프레미아의 이코노미석 좌석 간격은 약 83cm다. 주문형 기내 엔터테인먼트(AVOD)도 제공한다. 파라타항공의 이코노미급 ‘컴포트’ 좌석 간격은 71~83cm 수준이다. SSC로 전환하는 티웨이항공 역시 189석 규모 기재에 73~76cm의 좌석 간격을 유지한다.
HSC와 SSC의 차별화 포인트가 단순히 좌석을 넓히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에어프레미아와 파라타항공은 상위 좌석을 통해 일반석보다 넓은 공간을 제공하고 대형 기재를 활용해 LCC보다 장거리 노선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차별화하고 있다. FSC보다 합리적인 운임을 제시하면서도 기존 LCC와는 다른 서비스를 제공해 새로운 수요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트리니티항공의 SSC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서비스 자체를 노선별·고객별로 재설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상윤 트리니티항공 대표는 “고객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서비스에는 집중 투자하고 비효율적이거나 불필요한 부분은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며 “합리적인 가격과 운영 효율성을 유지하면서 가격 대비 가장 가치 있는 여행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SSC”라고 설명했다.
▲ 좌석·기내식·라운지…‘선택’이 가격 경쟁력 될까
트리니티항공은 2026년 하반기부터 SSC 사업모델을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단거리 노선에서는 운임과 운영 효율성에 집중하고 장거리 노선에서는 공항 및 객실 서비스를 강화한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프리미엄 체크인 전용 카운터를 마련했으며 별도 공항 라운지 운영도 검토한다.
장거리 노선 비즈니스석에는 기내 엔터테인먼트(IFE)와 기내 인터넷(IFC)을 확대하고 코스형 기내식과 와인·맥주 서비스 등을 도입한다. 이코노미석에서도 샐러드와 음료 서비스를 확대하고 유럽·미주·호주·싱가포르 등 장거리 노선의 무상 기내식 제공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 소노트리니티그룹의 호텔·리조트·레저시설과 연계한 통합 로열티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업계에 따르면 HSC와 SSC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은 항공사가 제시하는 사업모델보다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과 서비스가 될 전망이다.
실제 HSC에 대한 업계의 공통된 정의도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국내에서는 에어프레미아와 파라타항공 등이 HSC를 표방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일본 집에어(ZIPAIR) 등이 하이브리드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HSC나 SSC가 별도의 공식적인 항공사 분류로 인정된 것은 아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라는 사업모델은 아직 전 세계적으로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았다”며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LCC를 의미할 수도 있고 대형기를 보유한 항공사를 지칭할 수도 있다. LCC와 FSC의 중간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항공업계의 공식적인 분류 기준은 FSC와 LCC로 나뉘며 국내 HSC들도 국토교통부에서는 LCC로 분류되고 있다”며 “HSC라는 개념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등장했지만 성공적으로 정착하거나 장기간 유지된 사례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얼마나 다양한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고 그에 따라 FSC보다 합리적인 가격대를 구성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 서비스 강화할수록 커지는 비용…결국 수익성이 시험대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더라도 중요한 것은 수익성 확보다. 좌석 간격을 넓히면 항공기 한 대에 실을 수 있는 승객 수가 줄어들고 기내식·라운지·기내 엔터테인먼트 등 서비스를 강화할수록 승객당 비용은 증가한다. 새로운 사업모델이 기존 LCC보다 높은 비용 구조를 감당하면서도 더 높은 운임이나 탑승률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재무 부담도 변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트리니티항공의 올해 2분기 매출은 46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영업손실은 1200억원으로 53.2%, 당기순손실은 1200억원으로 53.7% 확대될 전망이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부채비율도 1947.1%로 여전히 자기자본의 약 19배 수준이다.
HSC를 표방하는 에어프레미아 역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지난달 11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조달 자금은 차입금 상환과 운영자금 등에 투입할 예정이다. 파라타항공은 2025년 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89.6%에 달해 재무 부담이 큰 상황이다.
여기에 내년 1분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계열인 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이 ‘통합 진에어’로 재편될 예정인 만큼 HSC와 SSC가 보여줄 차별화 포인트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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