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카르나타카주의 주도 벵갈루루가 단순한 정보기술(IT) 중심지를 넘어 인공지능(AI), 딥테크, 양자컴퓨팅, 우주항공·방산, 첨단제조 분야를 아우르는 글로벌 스타트업 거점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벵갈루루 스타트업 생태계의 규모는 이미 세계 주요 도시와 비교해도 상당한 수준이다. 2026년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자료에 따르면 벵갈루루의 생태계 가치는 2023년 하반기부터 2025년까지 1530억달러로 집계됐다. 글로벌 평균 250억달러의 약 6배, 지역 평균 240억달러와 비교하면 6배 이상이다. 관련 보도에서도 벵갈루루의 생태계 가치가 약 1528억달러로 평가되며 아시아 3위 규모로 소개됐다.
특히 2018~2020년과 2023~2025년을 비교한 생태계 가치 성장률은 190%에 달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성장률은 149%, 지역 평균은 66%였다.
◇ VC 투자 390억달러…유니콘 30개 배출
벤처캐피털(VC) 투자 역시 벵갈루루 스타트업 생태계를 지탱하는 핵심 축이다.
2021~2025년 벵갈루루의 총 VC 투자액은 390억달러로 집계됐다. 글로벌 평균은 50억달러, 지역 평균은 50억달러 수준이다. 2023년 하반기부터 2025년까지 초기 단계 투자액도 23억달러에 달했다. 글로벌 평균 5억5400만달러, 지역 평균 4억9000만달러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초기 투자 시장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2022~2023년과 2024~2025년을 비교한 초기 단계 투자 성장 지수는 10점 만점에 6점, AI 네이티브 초기 단계 투자 성장 지수는 7점으로 평가됐다.
엑시트 시장도 비교적 활발하다. 2021~2025년 벵갈루루에서는 총 304건의 엑시트가 발생했고, 금액으로는 460억달러가 집계됐다. 글로벌 평균 엑시트 건수는 103건, 지역 평균은 55건이다.
엑시트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8.2년으로 글로벌 평균 11.1년과 지역 평균 10.2년보다 짧았다. 현재 활동 중인 유니콘은 30개로, 글로벌 평균 11개와 지역 평균 10개를 크게 웃돈다.
초기 기업의 자금조달 규모를 보면 2023년 하반기부터 2025년까지 중간값 기준 시드 라운드는 81만달러, 시리즈A는 590만달러였다. 시리즈A의 글로벌 평균은 620만달러, 지역 평균은 410만달러다.
최근 벵갈루루에서 가장 많은 자금을 확보한 스타트업은 Zepto, Meesho, Udaan 순으로 집계됐다.
다만 자본 규모만으로 생태계의 질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2025년 카르나타카 기술 생태계의 스타트업 자금조달 규모는 상반기 17억달러로, 2024년 하반기 24억달러보다 30% 감소했다는 별도 분석도 나왔다. 2024년 상반기 30억달러와 비교하면 감소폭은 44%에 달했다. 벵갈루루가 인도에서 가장 강력한 투자 중심지라는 사실과 별개로 글로벌 투자 환경의 변화와 자금 선별 강화는 현지 스타트업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 카르나타카, 2030년까지 스타트업 2만5000개 육성
카르나타카 주정부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규모를 키우는 동시에 AI와 양자컴퓨팅 등 차세대 기술 분야에 대한 정책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2025년 출범한 'Startup Policy 2.0(2025~2030)'에는 6240만달러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다. 정책 목표는 2만5000개의 신규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정책은 창업보육 인프라와 멘토링 네트워크 확대, 연구개발(R&D)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AI, 양자컴퓨팅, 블록체인 등 프런티어 기술 분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자본 지원 체계와 창업보육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해외 협력도 정책의 주요 축이다. 카르나타카의 글로벌 이노베이션 얼라이언스는 국경을 넘는 파트너십, 기술 교류, 공동연구 등을 통해 국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글로벌 역량센터(GCC) 유치와 확대를 지원하는 KATALYST도 벵갈루루와 카르나타카를 글로벌 가치사슬에 더 깊게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카르나타카 디지털경제미션(KDEM)은 스타트업의 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해외 기업 및 기관과의 협력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 1억1000만달러 LEAP…방산·AI·양자 분야 집중
카르나타카 정부는 1억1000만달러 규모의 'Local Economy Accelerator Program(LEAP)'도 추진하고 있다.
LEAP를 통해 방위기술과 인더스트리 5.0, 농업 및 연관 산업, 인공지능과 양자컴퓨팅 등 분야별 센터 오브 엑설런스(CoE)를 주내 주요 기관에 구축한다.
딥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직접적인 자금 지원도 포함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ELEVATE Nxt는 딥테크 스타트업에 최대 11만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정부가 단순 창업기업 숫자 확대보다 AI와 양자컴퓨팅, 방산, 우주 등 산업 파급력이 큰 분야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 2026년 첫 유니콘 된 Juspay…핀테크 경쟁력도 확인
벵갈루루의 강점은 AI와 딥테크에만 머물지 않는다.
결제 인프라 기업 Juspay는 2026년 1월 웨스트브리지캐피털로부터 5000만달러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 12억달러를 인정받았다. Juspay는 2026년 인도의 첫 유니콘으로 이름을 올렸다. 회사 발표에 따르면 이번 투자는 시리즈D 후속 라운드이며, 기업가치는 12억달러다.
Juspay의 사례는 벵갈루루가 소비자 대상 인터넷 서비스뿐 아니라 금융 인프라와 핀테크 분야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지 금융권의 스타트업 지원도 강화되고 있다. Punjab National Bank, State Bank of India, HDFC Bank, IDFC FIRST Bank, ICICI Bank 등 주요 은행들이 벵갈루루에 스타트업 전담 지점을 개설하고 초기 기업을 대상으로 자금 접근성 확대, 맞춤형 금융상품,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평균 급여는 2025년 기준 1만9600달러로 조사됐다. 글로벌 평균 5만4000달러, 지역 평균 2만7000달러보다 낮아 상대적으로 비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다만 낮은 인건비만으로 글로벌 기술기업을 계속 끌어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AI와 딥테크 산업에서는 연구개발 역량과 고급 인재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벵갈루루가 앞으로도 글로벌 기업과 스타트업을 끌어들이려면 인재 공급과 연구 인프라를 동시에 확충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 AI 스타트업 투자, 인도 전체의 58%가 벵갈루루로
AI와 딥테크는 카르나타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 가운데 하나다.
벵갈루루는 2020년 이후 인도 AI 스타트업 투자금의 약 58%를 끌어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기간 AI 스타트업이 확보한 자금은 약 15억달러이며, 이 가운데 12억달러 이상이 애플리케이션 계층 AI 스타트업에 투입됐다.
생성형 AI, 임상 분야, 데이터 분석 등을 중심으로 창업이 이어지고 있는 배경이다.
카르나타카 주정부는 2026년 1월 'Centre for Applied AI for Tech Solutions(CATS)' 설립도 승인했다. 240만달러가 투입되는 사업으로, Nasscom과 협력해 AI, 로보틱스, 자동화, 디지털 전환 분야의 기술 상용화를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AI 네이티브 스타트업 생태계 가치 자체는 2023년 하반기부터 2025년까지 20억달러로, 글로벌 평균 44억달러와 지역 평균 26억달러보다는 낮았다.
AI 생태계 가치 성장률은 2021~2023년과 2023~2025년을 비교해 109%를 기록했다. 글로벌 성장률 161%보다는 낮지만 지역 평균 58%보다는 높다.
AI 분야에서 벵갈루루가 강한 투자 기반을 갖춘 것은 분명하지만, 글로벌 AI 중심지와 비교하면 생태계 가치와 성장 속도에서 추가적인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 우주·방산 기술도 카르나타카의 핵심 산업으로
항공우주와 우주, 방위산업 역시 카르나타카가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분야다.
카르나타카는 인도 항공우주·방산 산업에서 중요한 생산 거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인도 전체 관련 비즈니스의 65%, 항공기 제조의 67%가 카르나타카와 연결돼 있다.
중소기업의 시험·검증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시설도 구축되고 있다. KIADB Park에는 2400만달러 규모의 Aerospace Common Facility Centre가 추진돼 MSME의 항공우주 관련 테스트 인프라를 강화한다.
인도우주연구기구(ISRO)와 국방연구개발기구(DRDO) 같은 핵심 연구기관이 위치한 점도 카르나타카의 강점으로 꼽힌다. 주정부는 우주기술 성장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Vision Group on Space Technology를 구성했으며, Karnataka Aerospace & Defence Policy 2022~2027과 Karnataka Space Technology Policy 2025~2030을 통해 산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카르나타카의 항공우주·방산 분야에서는 81개 기업이 약 3억5300만달러의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 114억달러 규모 양자경제 목표…2035년 200억달러 시장 겨냥
양자컴퓨팅 분야에서는 보다 공격적인 정책 목표가 제시됐다.
카르나타카는 2025년 7월 1억1400만달러 규모의 Karnataka Quantum Mission을 출범시키고 2035년까지 200억달러 규모의 양자경제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는 벵갈루루 인근에 조성되는 Q-City다. 양자 연구개발, 하드웨어 제조, 전문인력 양성을 하나의 거점에서 추진하는 형태다.
2025년에는 인도 최초의 상용 배치가 가능한 25큐비트급 Indus 양자컴퓨터가 벵갈루루에서 가동되면서 현지 양자기술 생태계에도 관심이 쏠렸다.
인도과학연구원(IISc) 벵갈루루의 Quantum Research Park 확대를 위해서는 560만달러가 승인됐다. 스타트업과 연구실,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20개 이상의 대학에서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매년 150명의 박사과정 연구자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양자기술 인재 기반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양자컴퓨팅은 아직 산업적 수익모델이 충분히 정착했다고 보기 어려운 분야인 만큼 정부 투자의 실제 사업화 성과가 향후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연구 인프라와 인재를 확보하는 것뿐 아니라 기업의 기술 상용화와 민간 투자로 연결하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 과제로 남아 있다.
◇ 벵갈루루의 다음 경쟁력은 '창업 숫자'보다 산업 연결성
벵갈루루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규모와 자본, 인재 측면에서 이미 인도 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1530억달러의 생태계 가치와 390억달러의 VC 투자, 30개의 활동 중인 유니콘, 304건의 엑시트는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그러나 숫자만 놓고 성공을 판단하기에는 변수가 많다. 2025년 카르나타카의 스타트업 투자액이 전년보다 감소한 것처럼 글로벌 벤처투자 시장의 조정 국면은 현지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AI 분야에서도 벵갈루루의 성장률은 지역 평균을 웃돌지만 글로벌 평균에는 미치지 못한다.
카르나타카가 AI, 양자컴퓨팅, 우주·방산, 딥테크, 첨단제조를 동시에 육성하는 전략은 산업 기반을 다변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반면 여러 분야에 정부 자원을 분산하는 만큼 실제 기업 성장과 매출, 기술 상용화, 글로벌 엑시트로 이어지는 성과를 지속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결국 벵갈루루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스타트업을 만들어내느냐보다 연구기관과 대학, 대기업, GCC, 벤처캐피털,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는 기업을 배출하느냐에 달려 있다.
인도가 스타트업을 넘어 AI와 양자컴퓨팅, 우주항공, 방산 등 차세대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가운데 카르나타카와 벵갈루루가 그 실험의 핵심 무대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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