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중국 해운사가 북극항로를 통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첫 정기 컨테이너 서비스를 시작한다.
기후변화로 북극 해빙이 가속하는 가운데 홍해 등 전통 해상 요충지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피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해운사 시레전드(Sea Legend) 이번 주부터 중국 닝보와 영국 펠릭스토우를 잇는 북극항로 정기 컨테이너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10일 보도했다.
이 회사는 8∼10월 닝보와 펠릭스토우, 네덜란드 로테르담, 독일 함부르크를 오가는 8개 고정 항차를 편성했다.
중소형 컨테이너선 위주로 운항하는 시레전드는 북극항로를 통해 주로 전기차·리튬배터리·태양광 제품 등을 유럽으로 실어 나를 계획이다.
이 항로를 이용하면 두 항구 간 통상 40일 걸리던 항해 시간이 북극권 상황에 따라 절반가량인 약 20일로 줄어든다.
지난해 여름 북극항로를 통과한 선박은 23척으로, 2024년 15척에서 늘어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여름철에는 해빙이 남쪽으로 충분히 녹아 쇄빙 능력이 없는 선박도 통과할 수 있다.
업계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반군 후티가 위협을 이어가는 바브엘만데브 해협·홍해 등 요충지를 피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북극항로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후티는 지난달 23일 홍해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 2척을 공격했다고 밝혔으며, 이후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위로 다시 올라섰다.
보험사 알리안츠의 라훌 칸나 해상위험 컨설팅 글로벌 총괄은 "북극·북극항로 통행이 확실히 늘었다"며 "선사와 선주들은 이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모든 지정학적 요충지와 분쟁지역을 피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 등 유럽 해운사들은 취약한 북극 생태계 훼손을 우려해 이 항로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사우샘프턴대 연구진에 따르면 겨울철 정점 시기 북극 해빙은 2024∼2025년 5.8% 줄어 관측 이래 가장 많이 줄었다.
북극 해운에 대한 관심은 내빙(耐氷) 등급 선박 발주 증가로도 나타난다. 해운데이터 업체 베슨노티컬에 따르면 지난해 167척이 건조돼 10여 년 만에 가장 많았고 올해도 164척이 추가로 건조될 예정이다.
그러나 북극은 여전히 GPS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 극한 환경에서 얼음 지대를 항해해야 하는 등 난제를 안고 있다.
알리안츠 분석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북극권에서 500건 넘는 해운 사고가 보고됐으며, 이 중 절반가량이 기계 손상·고장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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