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창업기업이 핵심 기술에 대한 특허권을 보다 빠르고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특허심사 제도가 달라진다. 지식재산처가 특허 등록 건수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춘 기존 심사 방식에서 벗어나 기술의 실질적 가치와 사업 활용성을 고려한 ‘가치 창출형 심사’ 체계 구축에 나선다.
지식재산처는 출원인과의 소통을 강화해 기업이 개발한 혁신기술의 가치에 맞는 권리범위를 설정할 수 있도록 ‘적정 권리범위 제공을 위한 특허심사 방안’을 추진한다고 10일 밝혔다.
특허에서 권리범위는 특허권자의 허락 없이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 없도록 보호하는 기술의 범위를 의미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핵심 기술을 어느 범위까지 특허로 보호받느냐가 기술 경쟁력과 사업화, 투자유치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지식재산처는 이번 방안의 배경으로 국내 특허심사에 대한 산업계의 문제 제기를 들었다.
한국은 세계 4위 수준의 특허 출원 강국이지만, 국내 심사가 해외 주요 국가와 비교해 권리범위를 보수적으로 결정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지식재산처는 출원 건수 중심의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기술의 실질적인 가치와 사업 활용성을 높이는 고품질 특허심사 체계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핵심은 심사관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데 있다. 기존처럼 특허가 등록되기 어려운 이유를 찾는 데 그치지 않고, 선행기술 범위 안에서 출원인과 함께 적정한 권리범위를 설계하는 ‘협력자’ 역할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발명의 핵심적인 기술적 기여가 특허 권리범위에 충실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심사 절차와 기준에 관한 지침을 연내 제정·배포할 예정이다.
청년 창업기업을 대상으로 한 지원도 새롭게 마련된다. 지식재산처는 8월부터 우수 기술을 보유한 청년기업을 대상으로 ‘특허가 강한 새싹기업 육성 사업’을 추진한다.
지원 내용은 초고속심사와 사전 면담, 보정안 평론을 결합한 방식이다. 창업 초기 기업이 핵심 기술에 대한 특허권을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심사 과정에서 출원인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스타트업에게 특허는 단순한 지식재산권을 넘어 기술 경쟁력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특히 초기 기업은 투자유치나 대기업과의 기술협력 과정에서 핵심 기술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보호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다만 특허의 숫자 자체가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사업에 필요한 기술을 어느 수준으로 보호하고, 경쟁사의 회피 가능성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지식재산처가 이번 정책에서 ‘적정 권리범위’를 강조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출원인과 심사관 간 협의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도 새로 도입된다. 지식재산처는 오는 8월 21일부터 ‘출원인 협의심사 신청제’를 시행한다. 출원인이 심사관의 1차 심사 결과에 이견이 있거나 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신청할 수 있다.
신청이 이뤄지면 심사관 3인으로 구성된 협의체가 해당 특허의 권리범위가 적정한지를 다시 검토한다.
기존 특허심사가 출원인과 심사관 간 의견 차이를 개별적으로 조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협의심사 신청제는 복수의 심사관이 함께 권리범위를 검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허 등록 이후 출원인의 만족도를 확인하는 제도도 마련된다. 지식재산처는 올해 말부터 ‘등록특허 만족도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조사에서는 특허 권리범위가 해당 기술의 가치에 맞게 인정됐는지, 심사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과 소통이 이뤄졌는지 등에 대한 출원인의 의견을 받는다. 조사 결과는 향후 특허심사 정책과 심사 실무 개선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번 정책은 크게 ‘가치 창출형 심사’, ‘소통형 협의심사’, ‘특허 친화적 심사환경 조성’이라는 세 가지 방향으로 추진된다.
특허 등록 건수 확대보다 기업이 실제 사업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특허를 확보하도록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청년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신속한 특허심사와 상담, 보정 지원을 묶었다는 점에서 창업 초기 기업의 지식재산권 확보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지식재산처 양재석 특허심사기획국장은 “심사관은 단순히 특허의 등록 여부를 결정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출원인과 소통하며 기술적 기여에 맞는 적정 권리범위를 설계하는 협력자가 되어야 한다”며 “앞으로도 국민과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고품질 특허심사를 통해 우리 기업의 혁신기술이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에서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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